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오른쪽 다리 무릎 관절염으로 장기결석을 한 적이 있다.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염증이 너무 심각하니 다리를 자를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엄마가 당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그건 절대로 안 된다고 버티셔서 결국 다리는 자르지 않게 되었지만 결석일이 너무 많아 유급을 당할 지경이 되었다. 며칠만 더 결석하면 유급이 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일주일 정도가 남았을 때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처녀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셨다. 나는 혼자 더러운 이불을 끌어안고 방 안에 누워 끙끙 앓고 있었다. 문 밖에 인기척이 나서 끙끙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는데 나를 부르는 낯선 소리가 들렸다.
"한수야~~"
나는 엉금엉금 기어가서 방문을 삐걱 열어 내다보았다.
"헉, 선생님이 어떻게?"
나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두 팔로 방바닥을 짚고 선생님을 보고만 있었다.
선생님은 방에서 혼자 끙끙 앓고 있는 날 보시고는 부엌에 쭈그려앉아 눈물을 훔치시며 우셨다.
앓고 있는 애를 집에 혼자 두고 일나가셨던 엄마가 돌아오셔서 부엌 부뚜막에 걸터앉아 훌쩍이고 계신 선생님을 보시고는 깜짝 놀라셨다. 선생님 곁으로 다가와서 달래시며 말씀하신다.
"괜찮아요 선생님, 곧 나을 겁니다. 머지 않아 학교에 나가도록 할게요."
선생님은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아내시며 나한테 말씀하셨다.
"괜찮아, 제발 빨리 낳아서 학교로 돌아와라. 어머니 말씀 잘 듣고 잘 챙겨먹고."
눈물이 그러그렁한 눈빛으로 나를 보시면서 내 손을 붙잡아 주시고는 돌아가셨다.
그 일이 있은 뒤로 기적같이 나는 회복되었고 유급 이틀 전에 무사히 학교를 나갈 수 있었다. 나는 평생 눈물을 흘리시며 "괜찮아" 달래주신 선생님을 잊지 못하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