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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9/19) | |
농사일기 | 1학기 자원식물학개론 강의에서는 하지 않았던 과제가 생겼다. 자기채소재배기. 굉장히 도시농업스럽다. 옥탑방에 살며 농사를 짓는게 로망 중 하나였는데 과제를 빌미로 작년 건물주 할머니께서 쓰신 화단을 정리했다. 강아지풀과 쥐똥나무 등 기존의 많은 식물을 다 뽑아냈다. 농사 규모가 얼마나 클지 몰라 화단의 흙을 덜어 몇 개의 화분도 미리 채워놓았다. |
2주차
2주차(9/23) | |
농사일기 | 주말에 인터넷으로 배송한 모종이 도착했다. 깻잎, 부추, 상추, 허브 두 가지로 종류도 다양하다. 나는 깻잎과 부추, 허브를 주로 고르기로 하였다. 모종이 배달오고 바로 심어줘야 했는데, 이틀간 방치하는 동안 그새 조금 시들어버렸다. 깻잎은 이미 잎이 나고 자라있어 그냥 따먹어도 될 것만 같다. 허브는 다른 모종에 비해 비싸서 부담이 됐는데 크기를 보니 모종이 아니라 다 자란 허브가 온 것 같다. |
3주차
3주차(10/2) | |
농사일기 | 다른 동기들이 산 흙을 보니 화단의 토질이 너무 안 좋은 듯하다. 화단의 흙을 전부 갈 수는 없으니 비료와 지렁이를 넣어야겠다 싶어 추석이 끝나고 올라오며 낚시가게에서 지렁이를 구해 땅에 골고루 넣어주었다. 모종이 배송된 당일에 심어주지 못한 탓인지 바질의 잎이 여전히 약간 노랗다. 부추 역시 끝이 시들었고, 깻잎은 그래도 좀 살아났다. |
4주차
4주차(10/8) | |
농사일기 | 추석에 성묘를 갔다가 들에 난 깻잎을 봤었는데, 크기가 철쭉보다 크고 잎의 양이나 크기도 굉장히 많았다. 그 깻잎을 보고나니 나의 깻잎도 모종이라는 확신이 든다. 성묘를 갔다 온 후부터 이틀에 한 번씩 물을 듬뿍 주고 있다. 토양도 안 좋은데 물이라도 많이 줘야할 것 같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깻잎의 잎 층이 네 개가 되면 잎을 따주어야 더 많은 깻잎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해서 확인해보았는데, 모두 층이 네 개가 넘었다. 얼른 자랐으면 하는 생각에 가장 큰 꼭대기 층 잎 바로 아래의 잎들을 따주었다. 딴 잎을 먹어보니 냄새도 진하고 맛도 씁쓸하다. |
5주차
5주차(10/26) | |
농사일기 | 시험기간 동안 걱정되는 마음에 물은 꾸준히 주었는데,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해 공백이 길어져 버렸다. 그만큼 깻잎의 잎도 주먹크기만큼 성장했고 층도 많이 생겼다. 간혹 큰 잎 중에 구멍이 뚫린 깻잎도 있지만, 줄기 꼭대기에는 꽃도 많이 생겼다. 햇빛을 많이 받는 쪽의 깻잎이 더 잘 자라다 보니 작은 깻잎에 음지를 만들었다. 작은 상추를 화분으로 옮겨주고, 깻잎의 간격을 벌려 다시 옮겨 심었다. |
6주차
6주차(11/4) | |
농사일기 | 처음 땅을 엎은 지 많은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잡초도 많이 늘어 뽑아주었다. 꽃이 이미 핀 거라고 생각했는데 깻잎마다 작고 하얀 꽃이 폈다. 확실히 화단이 화분보다 좋은 것인지 화분에 심어놓은 깻잎은 딱히 자라지 못하고 있고 잎도 쳐진 듯해서 걱정된다. 자라는 게 분명한 깻잎에만 관심을 가지느라 다른 것에 소홀했는데 바질도 어느새 싱싱해져 잎이 많이 늘었고, 부추도 나름 튼실해졌다. |
7주차
7주차(11/11) | |
농사일기 | 이 화단보다 역시 느린 것인지 화단의 꽃은 많이 없어진 데 비해 화분의 깻잎은 이제서 하얀 꽃들을 매달았다. 깻잎의 잎도 어느새 크게 자라 나의 손바닥 넓이를 추월했다. |
8주차
8주차(11/20) | |
농사일기 | 그동안 많이 매달려있던 깻잎의 하얀 꽃잎은 거의 떨어져버렸고 대부분 꽃봉오리만 남았다. 어느새 층이 네 개가 넘어가면 잎을 따줘야 한다는 것은 잊어버리고 잎을 더 이상 따주지 못했다. 그래도 야외라 해를 잘 받아서인지 용케 잘 자라 먹을 수 있는 깻잎이 많아졌다. 화단의 차이가 무엇인지 두 개는 엄청 잘 자란데 비해 두 개는 신장이 작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날씨가 부쩍 추워졌는데 생각보다 다들 잘 버텨주고 있다. 시험 전에 고기를 구워먹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시간이 나지 않아 계속 미루게 되어 다들 수확도 못하고 냉해를 입진 않을까 걱정된다. |
9주차
9주차(11/27) | |
농사일기 | 어제로 화양동에 첫 눈이 내렸다. 첫 눈과 함께 결국 사단이 났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옥상에 잘 나가질 않아 관심을 못 주었는데 깻잎이 전부 냉해를 입었다. 깻잎뿐만 아니라 그동안 혼자서도 잘 자라주었던 바질도 전부 시들어버리고 부추와 로즈마리만 버티고 있다. 생각보다 해가 빨리 져 밤에 관찰을 하게 되었는데, 부디 식물이 잠시 추워 움츠러든 것이고 밤이라 색깔이 까만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10주차
10주차(12/2) | |
농사일기 | 지난 주 부디 살아났으면 했던 바람과 달리 깻잎은 냉해로 죽은 게 맞았다. 바질도 다 죽어버려 강아지풀마냥 노란 줄기만 시들어 남았다. 혼자 삼겹살에 쌈밥이라도 먹고 싶었는데 깻잎 몇 장을 라면에 넣어먹은 것이 전부다. 나름 두 달이 넘게 관심을 가지고 돌봤는데 먹지를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애초에 모종을 구입할 때 종류가 많이 없는 것을 보고, 시기를 잘 계산했어야 했는데 너무나 아쉽게 되었다. 겨우 남은 게 로즈마리와 부추인데 이라도 살리기 위해 로즈마리를 복도로 옮겼다. |
11주차
11주차(12/7) | |
농사일기 | 마지막 관찰이다. 사진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 옥탑방 자취를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농사를 미리 시작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특별한 정보 없이 농사에 부딪히니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잘 기르던 채소들도 모두 버리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살아남은 로즈마리는 향이 강하다 못해 진하다. 집에 넣어놓으면 웬만한 방향제보다 성능이 좋을 것 같다. 이제 집을 떠나게 되니 이번과 같은 규모가 큰 도시농업은 불가능하겠지만 제대를 하고와서라도 상추 정도는 다시 한 번 심어 길러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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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잘했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