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난 일요일 아침, 날 좋겠다, 컨디션 좋겠다, 베란다 밖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눈길이 심상치 않습니다. 일제히 아빠를 바라보는 저 눈빛!!
"나가고 싶어? 그럼 어디 가서 반나절 놀다 오지 뭐"
갑자기 집안이 부산스러워집니다. 가족 여행에 나름의 이력이 붙은 탓에 저마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아차리고 재깍재깍 움직입니다. 또박이는 욕실로 들어가 치카치카를 한 후 옷을 갈아입습니다. 이 아이는 그저 남의 손길을 빌려달라고 안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입니다.
배낭을 잽싸게 챙긴 뚜순이는 김밥을 마는 엄마를 도와줍니다. 밖에 나가면 흔한 것이 음식점이지만 김밥을 싸는 것은 단지 알뜰하게 음식을 준비한다는 경제적 의미 이상의 것입니다. 김밥은 하얀 밥안에 단무지와 소시지, 시금치와 지단을 넣고, 설렘과 기대감을 한 움큼 넣어 까만 김에 돌돌 말은 음식입니다.
이름하여, 모녀김밥
소풍을 소풍답게 해주는 물건 중 김밥이 담긴 도시락만 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요? 지금보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부모들에게 어쩌면 김밥으로 꼭꼭 채워진 도시락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가난에의 보상물 일지도 모릅니다. 특별한 날에만 먹었던 쇠고기 국처럼 김밥도 겨우 소풍이나 가야 먹을 수 있는 특식이었으니까요. 맨밥에 김치를 싸가지고 소풍을 갔던 기억이 있는 어른이라면 더더군다나.
아빠에게 있어 김밥은 보는 것으로도 좋은 음식입니다.
김밥도 다 말았고 이제 어디로 갈까요? 이럴 때를 위해 반나절 여행지를 미리 챙겨두는 센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전부터 한번 가봐야지 하는 그 곳, 헤이리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여행의 테마는 '예술 여행'인 셈인 것이죠.
헤이리를 간다고 하니까 뚜순이가 아주 좋아라 하면서 '딸기'를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딸기(정확히 '딸기가 좋아')는 헤이리의 많은 전시, 문화 공간중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놀이공간입니다. 이미 다녀온 같은 반 친구들에게 귀동냥을 한 뚜순이의 딸기 타령에 또박이도 덩달아 신이 나서 아싸아 헤이리를 외쳐댑니다.
반나절 테마를 예술여행이라고 작명하고 나니 갑자기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예술이란 것이 과연 뭐지? 뚜순이에게 "예술이 뭐니?"라고 물으니 뭔가를 말하려 하지만 정리를 못합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지식인들 앞에 놓인 일종의 화두 같은 것이니까요. 마르쿠제, 하이데거, 마르크스 하여간 이름좀 알려진 사람들은 다 자기 나름대로의 예술적 정의를 내렸습니다. 예술은 세상을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라 하기도 했고, 예술 작품 속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 했으며,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역사적인 예술여행의 중책을 맡은 본 뚜벅이도 예술을 정의해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술은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거 플라톤인가 하는 양반이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고, 자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무엇일까요?
아름다움은 편안함이 아닐까요?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 무엇. 그러므로 본 여행에 앞서 아빠가 아이에게 해준 말은 이러합니다.
"우리는 오늘 예술여행을 떠나는데 예술이란 아름다운 것이고, 아름다움을 느낄 때 우리는 마음이 편안해진단다. 거꾸로 뭔가로 인해 내 마음이 편안해질 때 우리는 그것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겠지?"
네에, 훌륭합니다. 뚜벅이!
10:00
자유로를 탑니다. 이 도로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도로입니다.
자유. 그 산뜻한 말이 아빠 세대에서는 수많은 사연을 갖게 만든 단어였습니다. 감상의 자유가 아닌 생존의 자유였고 번제물로서 끊임없이 피를 요구하는 자유였습니다. 자유가 달리는 길, 그것도 시속 90킬로까지 쭉쭉 달리는 길, 자유를 막는 신호등 하나 없이 그저 앞으로만 달릴 수 있는 그 길이 자유로입니다.
이 길을 타고 끝까지 가면 북한이 나온다는 말을 아이들은 제대로 실감하지 못합니다. 북한이 그렇게 가깝게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더 곤혹스럽습니다. 내 아이가 태어날 때쯤 강산은 통일이 되어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아이가 태어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유가 180킬로가 아닌 90킬로에 머물러 있다는 그 현실을, 자유로 옆을 흐르는 임진강 철망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비가 오네요. 이 좋은 봄날 소풍 길에 말이죠.
민병일이라는 시인은 평사리라는 시에서 '슬픔과 절망도 약으로 달여 쓸 것 같은 봄바람 한줄기'라고 노래했는데 봄 볕 한 조각을 쬔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즐거운 이 봄날에 봄비는 어인 일이란 말입니까?
그러나, 여행길에서 만나는 비가 반드시 나쁘지 만은 않습니다. 자동차 여행이라면 더욱더 큰 문제가 아니죠. 오히려 길 위에서 만나는 비는, 햇볕이 줄 수 없는 기분 좋은 가라앉음과 근사한 낭만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것도 알알이 방울 되어 내리는 굵은 비라면 이때의 비는 천상에서 빛나는 별들이 어느 날 가벼운 액체로 변해 지상으로 소풍와 준 거라고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11:00
헤이리 가는 길, 우리는 파주출판도시를 들립니다. 헤이리가 그러했듯 여기도 오며가며 스쳤을 뿐, 늘 숙제로 남아있던 곳이었습니다.
이 도시는 아직 완성형이 아닙니다. 도서의 기획, 생산, 유통 등 출판 산업의 세요소를 한군데서 해결하고자 파주시 문발리 폐천부지 48만평에 조성되고 있는 이 거대한 시티는 앞으로 약 600여개의 출판관련 업체가 입주하면서 어느 정도의 채움을 완성한다고 합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책도시라고 해서 책 만드는 삭막한 출판사, 인쇄소만 들어차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 도시가 인간성의 회복을 모토로, 공동성의 실천을 가치로 두고 있다는 것은, 자칫 을지로나 충무로의 시외판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일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계획된 도시로서, 모든 건축물들을 실용과 조화 속에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앞으로 북시티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성장할 것을 낙관적으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떠한 이벤트도 없는 날은 이 도시에서 무언가를 체험하거나 볼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부분 부분 아주 근사한 곳들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뚜벅이 가족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2층에 위치한 고서점 '아름다운 가게- 보물섬'입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가게답게 이 고서점 역시 누군가 무료로 기증한 책들을 깨끗하게 손을 봐서 전시, 판매하는 곳입니다. 물론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입니다.
고서점 보물섬의 근사한 입구. 임옥상 화백 작품
처음에는 고서점이라는 이름만으로 퀴퀴한 책의 냄새를 풍기는 오래된 서적들이 엉기성기 쌓여있는 것을 생각했었고, 어느 정도 그런 분위기를 아이들에게 느끼게도 해주고 싶었는데, 전혀 의외의 모던함에 과연 예술적 계획 도시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선체로, 그리고 다리가 아프면 예쁜 원형 테이블에 앉아, 무료로 제공되는 차 한 잔을 마시며 독서 삼매경에 빠집니다. 밖에는 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책방에는 오래된 책들의 향기가 훈훈한 군불을 지펴줍니다. 진열대를 어슬렁거리다가, 발견합니다. 이 책방은 소품들이 참 예쁘구나.
누군가 책을 기증한 사람들의 책갈피에 꽂혀있던 빛바랜 사진 한 장, 은행잎 한 장을 소중히 전시해두고, 옛 시절의 물건들(채변봉투, 복권, 전보)이 아기자기하게 벽면을 가득 채웁니다. 레코드판을 준비해두고 신청곡을 들려주기도 하고 기증자들의 사연과 이름을 놓치지 않고 인테리어화 합니다. 양주동 박사의 국어사전과 박경리 선생의 토지 초기본 등이, "책도 시간 속에 익으면 멋진 소품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책을 보다 지친 아이들은 야외의 너른 공간에서 제 엄마와 비 피하기 놀이를 합니다. 그러고 보니 비는 여행을 한 박자쯤 느리게 해주는 멋진 여행소품이기도 하군요.
야, 비다~
12:00
1층으로 내려오니 식당이 있습니다. '센터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깨끗한 개방형 식당은 이곳에서 일을 하는 출판인들은 물론,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보기에도 정갈한 가정식 백반이 3,500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점심을 먹지 않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후회를 하게 되지만 이 여행이 취재를 겸한 것인 만큼 확인을 해봐야 할 식당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길 건너 열화당입니다.
이곳의 갤러리 로터스에는 가난한 우리 시절을 생생하게 담아 논 최민식 작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흑백 사진 속에는 1962년 광복동, 1966년 부산역, 1967년 부산항 부두를 배경으로 바로 아빠들의 어린 시절이, 가슴 찡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이런 시절을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사진을 둘러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모의 과거를 잠시라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가족 여행에 있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단지 찾아가기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 방면으로 김포대교 기점 15km지점에 위치. 파주출판도시 진입로 표지판을 보고 들어가면 됨. 대중교통 이용할 경우 합정과 마두 지하철역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031-955-0001로. (홈페이지 http://www.pajubookcity.org) |
13:30
헤이리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점심을 먹어야 합니다. 차에서 틈틈이 김밥을 집어먹어 점심시간이 넘었는데도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헤이리에서 유명하다는 돈가스를 먹고 싶었습니다.
바로 크레타 레스토랑 돈가스입니다. 헤이리 맛집 정보를 찾아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입구 앞에 차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홍보 문구인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은 건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술인 마을 헤이리의 레스토랑답게 외관도 근사하고 내부도 산뜻합니다. 메뉴를 고르기 전에 음료수 두병과 스낵 과자를 푸짐하게 내오는 것도 넉넉한 인심을 느끼게 합니다.
크레타 실내( 1층은 작업실, 2층은 아트숍, 3층이 레스토랑)
주 메뉴는 돈가스입니다. 8,000원의 가격도 이 정도 레스토랑 분위기라면 크게 바가지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어린이 돈가스는 6,000원인데 실제 양에 있어서는 어른 돈까스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4인 가족이라면 어른용 돈가스 3개만 시켜도 충분할 만큼 양 하나 만큼은 확실합니다.
어흑, 초점이 나갔습니다
그러나 맛이 양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돈가스가 가지고 있어야 할 고소하고 바삭한 맛도 적고 소스도 지극히 평범하며 식사 시간이 길어질수록 눅눅해 지는 것이 실망스럽습니다. 스프에 디저트까지 엔트리에는 충실했으나 이 집은 돈가스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다량의 음식을 착착 컨테이너로 뽑아내는 돈가스 공장 같습니다. 특히 쇼파형 의자의 구질구질함은 공장스러움에의 단서에 굵은 종지부를 찍어줍니다.
결론적으로 이 집은 비추천입니다. 차라리 앞에서 소개한 출판문화 단지의 센터레스토랑이 오히려 더 좋았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식당명: 크레타
위치: 헤이리 8번 게이트 입구
메뉴: 정식 1만원-1만 8천원, 돈가스 8천원, 어린이 돈가스 6천원
영업시간: 정오- 오후 9시
전화번호: 031-948-6001 |
똑 소리 나는 식당을 소개해드리지 못했으니, 여기서 뽀오나스! 인터넷을 뒤져 보니 파주쪽 맛집으로 이렇게 정리되는군요. 참조하시라구요.
1) 프로방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및 카페, 리빙샾
통일전망대에서 2분 거리. www. provence.co.kr. 031-945-0230
2) 탐라정식 :파주에 위치한 정식 전문집 031-946-4698
3) 반구정 어부집: 황인용씨가 추천한 메기찜, 참게 매운탕집
파주 사목리 반구정 근처, 031 952-0117
4) 시골 보리밥집 : 맛있기로 소문난 보리밥집
파주 보광사 입구 일주문 맞은편 골목으로 100m 정도, 031-948-7169
시골보리밥 6,000원, 손두부 5,000원, 녹두전 6,000원, 도토리묵 6,000원 |
14:30
본격적인 헤이리 투어를 시작합니다.
"헤이리는 다양한 문화장르가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문화예술마을을 지향합니다. 1994년부터 구상, 1997년 발족된 헤이리는 15만평에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70여명의 예술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 문화예술공간을 짓고 있습니다." 라는 헤이리 홈페이지(www.heyri.net)의 소개 글을 통해 우리는 이곳이 문화예술인들의 거주지이며 창작공간이고 동시에 전시와 공연 공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술과 문화라는 추상성을 어느 정도의 구체성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천민한 자본으로만 치닫는 사막같은 시대에 그나마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비록 그 것이 여전히 자본을 거머쥔 특정 예술인들에 의한 폐쇄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구경꾼의 입장에서는 썩 나쁠 것도 없을 듯합니다.
제일 먼저 들린 곳은, 우리 아이들이 그토록 노래한 딸기가 좋아 입니다. (주) 쌈지에서 운영하는 이 캐릭터 공간은 외관 자체도 아이들이 참 좋아하게끔 생겼습니다.
딸기가 좋아
입구의 커다란 인형, 아이들의 그림 일기와 커다란 칠판 등으로 채워진 1층, 캐릭터 분장 공간 등이 위로 올라가면 과연 뭐가 있을까 라는 기대를 풍선처럼 부풀려 놓습니다. 그러나 2층 입구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쌈지 매장입니다.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이 방문객의 지갑을 유혹합니다. 딸기에서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2층에 있는 볼풀장이었는데 그 나마도 대단한 시설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볼풀장
그런데 이곳은 유료 입장입니다. 어른 3,000원, 아이 2,000원이면 4인 가족일 경우 1만원이 됩니다. 의아한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아무리 봐도 놀이 공간이 아닌 한 기업의 쇼핑몰에 왜 입장료를 받는 것일까요? 혹 정해진 시간에 의해 예약제로 진행되는 몇 개의 체험 프로그램 때문이라면 그건 참가자에게 별도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딸기 입장료를 내면 바로 옆의 쌈지미술창고도 무료입장이라는데 여긴 말 그대로 창고더군요.
입장료를 내면 이런 명찰을 줍니다만...이것도 낭비같고.
이 코너가 '멍에의 전당'이 아닌 만큼 흥분은 여기서 가라앉히기로 하고 여하튼 딸기에서 시작된 의구심은 본 투어가 끝날때 쯤 이런 결론을 낳고 맙니다.
"아직까지 헤이리는 구경꾼의 공간이라면 모를까 소비자의 공간을 강요한다면 여러가지로 예술이 욕먹겠다" 라는.
15:30
그 다음 들른 곳은 인물미술관으로 유명한 구삼뮤지엄입니다. 이곳은 이미 노매드에서도 소개를 해드렸지요. (구삼 뮤지엄 기사)
국내 최초 거대한 인물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가족 여행으로서 이곳은 어른 5천원, 학생 4천원의 입장부담을 제대로 배려해주지 않습니다. 카페 '로트렉'과 자연스럽게 연결하게 만들어 논 것이나 거의 단체 연회장으로 사용되는 구삼재라는 한옥에의 이어짐 등 상업적 얍삽함은 차치하더라도 그 많은 전시물에 대한 세부적 설명이 거의 전무한 것은, 준비된 자만이 향유 할 수 있는 겉치레 예술 공간에의 이미지만을 각인시킵니다.
아빠, 이 할아버지 누구야? 응 그건...음.
우리 가족이 헤이리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은 바로 영화박물관입니다. 더 많은 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안내문과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1천원의 입장료를 받는 것도 위의 두 곳과 비교가 되었지만 영화 관련 내용물도 상당히 알차고 볼 것도 많았습니다.
뜻밖의 수확
추억의 영화 포스터, 영화 캐릭터, 영화 소품등도 제대로 전시되어 있었고 우주소년 아톰, 태권브이 등 아빠들을 위한 만화 주인공은 물론 요즘 아이들이 좋아 하는 영웅들까지 잘 진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영화 주인공들의 가면을 쓰면서 너무나 신나했습니다. 자유롭게 사진 촬영도 가능한 곳이구요.
17:00
비와 어둠이 내리는 헤이리를 천천히 둘러봅니다. 오히려 헤이리는 돈을 내고 안에서 뭔가를 구경하기보다는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아름다운 건물들을 구경하던가, 북하우스와 같은 모던한 공간에 들러 눈요기 투어를 하는 것이 즐거운 곳입니다.
북하우스의 멋진 실내
KBS에서 인터뷰 하는 뚜순이를 몰래 찰칵.
아직 예술마을 헤이리는 진행형입니다. 그런 탓에 큰 기대를 가지고 간다면 허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걸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간다면 멋진 카페를 중심으로 한 연인과의 여행지로, 조금은 색다른 가족과의 나들이로 몇 시간은 충분히 즐겁게 보내고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아침 일찍 서두른다면 통일 전망대까지도 구경할 수 있을테고요.
헤이리 찾아가기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 방면으로 오다 성동 IC로 들어가면 됨. 이정표 '예술마을 헤이리'를 따라 우회전한 후 첫 번째 성동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헤이리 1번 게이트가 나옴. 대중교통 이용할 경우 합정역과 일산 대화역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홈페이지( www.heyri.net)에서 지도를 프린트 해가면 요긴함. |
19:00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근교의 나들이여서 이번 가족 여행은 몸이 가벼웠습니다. 길던 짧던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 집 만큼 편한 것이 없다고 느낍니다. 짐을 풀고 소파에 앉아 여전히 힘이 넘쳐 까르륵 거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다시 예술이란 무엇일까에의 자기 물음입니다.
예술은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은 편안함이라면 지금 내 집에서 느끼는 이 편안함이 또 다른 '예술'일런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눅눅한 느낌으로 늘 마주하고 있는 일상이란 것이 예술과 같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 그 일상에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사이...
어느 새 비가 그쳤습니다.
총 여행 경비
1) 점심: 28,000원
2) 딸기가 좋아 입장료: 1만원
3) 구삼 뮤지엄 입장료: 14,000원
4) 영화 박물관: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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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66.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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