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하루, 도서관에 아이들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동화책도 읽고, 개구리도 잡고, 새끼고양이도 보고, 야구도 하며 뛰놀았습니다.
놀다보니 하루가 금방 흘러갔습니다.
신나게 놀러 다니는 중에 떼쓰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올챙이 잡으러 가요."
"습지 놀러가요."
"이 책 읽어주세요."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면 괜찮을텐데, 그렇지 않을 때엔 참 난감했습니다.
그때마다 아이에게 진지하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습니다.
아이의 생각을 묻고, 저의 생각을 말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하기 어려운 일을 이야기 했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한다고 하여 아이가 바로 떼쓰기를 멈춘 것은 아닙니다.
온 마음 다해서 진지하게 이야기 했는데, 이런 마음 알아주지 못하는 아이에게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른이 된 아이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사회생활을 하며 종종 자신의 유년시절을 추억할 모습을 상상하니 아이에게 속상하고 화가 났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렸습니다.
아이가 더욱 귀하게 보였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진지하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봅니다.
저의 언행이 진심으로 느껴졌는지?, 진심이 전해지기 어려웠던 상황은 아니었을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도 좀 전까지 떼쓰던 일이 생각나 못하는 것은 아닐지?
아이들의 자존심과 염치까지 생각했었는지...)
아이에게 속상하고 화가 났던 제 감정을 돌아보았습니다.
'어른인데 그래도 되는 것일까?'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한 켠이 편해지기도 했습니다.
'아이와 인격적으로 만났기에 이런 감정도 자연스러웠던 것은 아닐까?, 아이취급하며 다 해주려고 하지 않았구나.'
사회복지 전공하며 그렇게 배운게 아닌데 스스로 이상한 틀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 받아주어야 하고, 늘 친절해야 하고, 부정적인 감정표현을 숨겨야 하는 이상한 사람...
스스로 만든 이상한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아이들이 도와줍니다.
아이들이 저를 깨우고 성장시킵니다.
'그렇다면 대등한 만남이 과연 옳기만 할까?'
'어른은 어른으로 역할이 있고, 아이는 아이로 역할이 있을텐데...'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대등한 만남, 어른의 역할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적정한 선을 잘 지켜야겠다.'는 짧은 생각에 그쳐있지만, 좀 더 궁리하여 명쾌한 문장으로 다듬고 싶습니다.
첫댓글 믿는 만큼 반응한답니다^^
시크릿의 내용입니다.
이준화 선생님 고맙습니다.
찔리는 완두콩. 반성합니다 ㅎㅎ ㅜ
완두콩 선생님께도 배우고 싶습니다!
대등한 만남, 어른의 역할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