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해 결산 심포지엄 '평신도의 산앙의 해 삶의 성찰과 쇄신'
| ▲ 8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영성원에서 열린 '신앙의 해' 결산 심포지엄 종합토론 시간에 토론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이힘 기자 |
신앙의 해 폐막을 보름여 앞두고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와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개최한 '신앙의 해 결산 심포지엄'은 신앙의 해를 평가하고, 신앙의 해 이후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심포지엄은 한국평협 차원에서 제시한 실천사항에 대한 발표, 평신도 설문조사 발표와 더불어 한국 평신도사도직의 새 진로를 엿보는 시간이 됐다. 심포지엄 발제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정리=이힘 기자 lensman@pbc.co.kr
▨기조강연- 신앙의 해 의의와 신앙의 해 이후 평신도의 소명 / 손희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장)
| ▲ 손희송 신부 |
신앙의 해가 그리스도왕 대축일(24일)로 끝난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신앙의 해를 시작하는 사목교서에서 "오늘날 유럽교회 신앙을 위협하는 가장 큰 세력은 과도한 과학적 사고방식과 개인주의"라고 지적하셨다. 이것은 유럽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도 차이가 있지만 우리 문제이다. 교도권은 신자들의 신앙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과학주의와 세속주의, 신영성운동, 개인주의 등 신앙에 위협이 되는 요인들의 맹점과 폐해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경고해야 하며, 대처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가톨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예비신자가 꾸준히 있다. 하지만 그만큼 냉담교우가 생겨난다. 한마디로 신앙의 뿌리가 깊지 못하다.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대교구는 앞으로 5년간 순차적으로 신앙의 해 다섯 주제(표어)에 초점을 맞춰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함으로써 성숙한 신앙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필로니 추기경도 "신앙은 한 해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며 지속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성숙한 신앙인이 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 물신숭배와 경제적 양극화, 생명경시, 거짓, 폭력 등의 어둠이 짙게 깔린 것은 하느님 뜻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기 때문이다. 핵심은 재물에 대한 욕심이다. 성숙한 신앙인은 이 어둠의 세력을 거슬러 나눔과 정의, 생명, 정직, 화해의 삶을 살아야 한다. 가정은 신앙 전달과 훈련에 매우 중요한 평신도 고유 영역이다. 부모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자녀들이 자연스레 기도를 배우고, 크고 작은 어려움을 신앙 안에서 헤쳐나갈 때 자녀들 역시 그렇게 할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성모님처럼 순종과 믿음의 삶을 산다면, 그 가정은 제2의 그리스도가 태어나고 자라는 요람이 될 것이다. ▨주제발표1- 한국평협의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다짐 실천 결과 보고 / 최홍준(한국평협 회장)
| ▲ 최홍준 회장 |
한국평협은 지난해 11월 제4차 상임위원회의에서 신앙의 해를 더 잘 살기 위한 다섯 개 항목의 '다짐문'을 발표했다.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우리의 다짐'은 △우리는 교회의 기초 공동체인 가정에서 가족들이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우리는 성화 소명에 응답하며 신앙 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우리는 생명문화 건설에 힘쓰겠습니다 △우리는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교회의 가르침을 열심히 배우고 실천하겠습니다 △우리는 항상 정직하게 이웃과 함께 친교의 삶을 살겠습니다 등이다.
한국평협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 기념 심포지엄 △신앙의 해 신앙생활 의식조사와 신앙 체험수기 공모 △신앙의 해 묵주기도 밤 등 많은 활동을 벌였다. 각 교구 평협도 도보 성지순례와 심포지엄, 특강, 체험사례 발표, 미사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쳐왔다. 각 교구 평협과 사도직 단체들이 신앙의 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백서」 형식의 문건을 제작해 자료로 남겼으면 한다. 아울러 각 교구 평협과 한국평협의 운영 실태를 좀 더 깊이 알아보고 평협이 자리매김을 했으면 한다.
▨주제발표2- 신앙의 해를 사는 평신도 신앙의 모습 / 선한승(한국평협 사회사도직연구소 연구위원)
| ▲ 선한승 위원 |
한국평협 사회사도직연구소는 신앙의 해에 신자 신앙생활 실태를 조사했다. 대상자는 주로 수도권에 사는 신자 1384명(남성 500명, 여성 884명)으로, 1960년대 이전 출생자가 전체의 54%였다. 기혼자가 88%로 다수이며, 대졸자가 47%로 가장 많았다. 미사참례 횟수는 일주일에 2~3번이 46%로 가장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82%가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미사에 참례했다. 고해성사는 1년에 4~5번이 가장 많았고(44%), 한 달에 한 번 이상도 41%에 달했다. 하지만 매일 기도한다는 응답자는 21%에 그쳤다. 성경도 가끔 생각날 때 읽는다는 응답이 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성경을 매일 읽는 신자는 19%에 그쳤다. 신앙의 해 인지 조사에서는 전체 26%만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어렴풋이 안다'는 응답은 48%로, 전체 71%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모른다는 응답도 약 30%에 달했다. 또 응답자 33%만이 신앙의 해 프로그램 등에 참가했다고 응답했다. 신앙의 해를 맞아 본당 차원에서 여러 활동이 펼쳐지고 있으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국 본당의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앙의 해가 일회적 행사가 아니고, 서울대교구가 제시하는 5가지 표어를 일상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일상에서 천주교 신자라는 의식을 내면화하고 생활한다는 응답자는 88%나 되는 반면 사형폐지와 낙태, 인공수정, 안락사 문제 등에서 교회 가르침에 부합하게 생각하는 신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참다운 신앙생활을 위해서는 △성경읽기와 미사참례 등 적극 권장 △신앙의 해 취지 계승 발전 △공동체 활동 참가와 선교활동 강화 △교회 정책 순응하는 생활 △신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와 신자의 공동노력 등이 필요하다.
▨주제발표3- 신앙의 해 자기 쇄신을 통한 평신도 사도직의 새 진로 / 최혜영 수녀(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 위원)
| ▲ 최혜영 수녀 |
한국평협은 2010년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정체성과 역할을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평신도를 교회 공동 책임자로 키워내야 한다. 평신도 영성은 현세 질서의 복음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시민정신의 성숙과 발전을 이뤄낼 사회참여 영성이라고 볼 수 있다. 평협이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인재양성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에 계속 힘쓰면 교구 차원의 평신도 사목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평신도사도직이 본당 중심이었다면, 앞으로 새 복음화 활동은 넓은 사회연계망 안에서 펼쳐질 것이므로 직장과 전문직, 동호회 등 다양한 모임을 포괄할 수 있도록 외연을 넓혀야 한다. 주교회의 차원에서는 여성소위원회 활성화와 여성사목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교회가 여성 신자를 육성하는 것이 활기 있는 교회를 만드는 데 지름길이 되고, 여성사목이 가정과 청소년, 노인, 사회복지 등 다른 여러 사목을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한 특색이 있는 평신도 단체들이 스스로 잘 성장하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평협은 각 단체가 세상 안에서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무신론적 문화를 극복하고 보다 복음적으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신도사도직을 삶의 현장에서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와 타 종교 단체 등 시민사회와 연계도 필요하다. 사제성소와 수도성소 계발에 힘써야 하는 것도 평신도 몫이다.
▨종합토론
△서철(청주교구 사목국장) 신부 : "도보 성지순례 열풍이다. 그런데 걷기에만 집중한다. 순교자 한 분 한 분 행적이나 영성을 자기 것으로 채우는 데는 부족하다. 순교자가 하느님을 자기 삶의 중심으로 여긴 것처럼 내 선택 기준이 하느님이 되도록 평협 운동 차원에서 심화되기를 기대한다." △서정권(베드로, 광주대교구 평협) 회장 : "신앙의 해는 우리 모두 신앙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신자 아닌 이들이 '천주교' 하면,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 이름을 떠올릴 정도의 삶을 살아야 하겠다." △임경수(아우구스티노, 대구대교구 평협) 회장 : "선한승 박사 연구결과를 보면, 신앙생활은 그런대로 잘하고 있다. 그러나 선교는 미흡하다. 우리가 자기 자리에서 제대로 살지 못했다. 사제, 수도자가 평신도에게서 태어나는데, 우리가 모범을 못 보여 성소자가 줄고 있는 점은 반성해야 한다. 신앙의 해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변진흥(야고보) 박사 : "신앙의 해는 신앙의 위기가 전제다. 그런데 위기의식이 있는가? 위기는 위기의식마저 무너졌을 때가 진짜 위기다. 사회가 좌익으로 갈 때나 우익으로 갈 때 어디까지가 가톨릭교회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인지를 설정해 줘야 한다. 그 범위 안에서 대화하고 풀면 한국 사회가 한국교회를 따를 것으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