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강 건너 이사를 오니 평지이고 바닷가이며 새집이어서 좋다. 지하철 가까이 살면서 시내 어디든지 쉽게 다니다가 마을버스를 타고 한참 가야 지하철로 연결된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모임 약속시간에 닿자면 몇 시간 전에 서둘러 나가야 한다. 점심 저녁을 먹고 들어올 때가 많다. 마치고 집에 오면 늦어 저녁 달라기 미안하다.
자주 사먹는데 분식을 좋아해서 칼국수를 즐겨 찾는다. 가늘고 폭 삶아야 하는데 꾸덕꾸덕하면 먹기 힘들다. 애호박 청배추를 넣고 청양초 풋고추를 썰어 넣은 파간장을 부드러운 국수에 섞으면 맵싸한 게 좋다. 그렇게 해주는 내 고향 시골 맛집이 없어 되는 대로 한 끼 때운다.
틀국수와 수제비도 잘 먹는데 당뇨에 안 좋은 음식만 찾는다며 밥을 사 먹으라고 가족이 신신 당부한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하여 요즘은 밥을 사먹는다. 된장찌개를 좋아하는데 된장이 적게 들어가 느끼한 맛이다. 돼지, 소국밥과 추어탕을 먹어도 본다. 동태탕을 먹을 땐 말랑말랑한 수제비를 빚어 넣어 삶으니 먹음직하다.
입맛이 변하는지 고기는 싫다. 회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동태탕은 그런대로 잘 넘어간다. 좀 얼큰한데다 콩나물이 맛있다. 겨울에 펄펄 끓는 것을 들고 나면 먹은 것 같다. 자주 가니 그만 물려 맛있는 다른 것을 찾는데 그게 그것 같아서 큰일 났다. 오늘은 뭘 먹을까 걱정이다.
생선구이가 먹음직해서 들어갔다. 고등어, 갈치와 가자미를 뼈 발라내었다. 노릇노릇 구어서 냄새도 좋고 고소해서 잘 넘어간다. 또 뜨끈뜨끈한 조방낚지를 비벼먹으니 일품이다. 입맛에 짝 달라붙어 그저 그만이다. 집밥을 먹어야지 식당 음식을 자꾸 찾으면 낭랑해서 입맛을 해친다고 집사람 걱정이 대단하다.
내 좋아하는 빨간 매운 김치, 채감자국, 간고등어, 청국장, 무청 넣은 된장찌개, 배추전, 된장 고추장에 넣어 삭인 각종 지, 김치찌개, 보들보들한 칼국수와 굵은 멸치반찬이 늘 먹고 싶다. 그런 반찬의 식당을 찾으면 없다. 니글니글하고 밍밍한 것들뿐이다. 가난한 어릴 때 먹던 음식은 보기도 싫다하더구만 나는 참 좋다.
요즘은 그런 음식하는 집이 적다. 싼값이어서 그런가. 고기 넣어 비싸게 파는 집들이 많다. 소, 돼지, 닭, 오리 등 짐승이 얼마나 죽어나는지 고기 음식점집이 즐비하다. 왕돈가스와 메밀면이 있어 몇 번 먹었다. 또 냉면 잘하는 집이 있어 가끔 찾아가 먹곤 한다. 걸핏하면 사먹던 손쉬운 자장면이었는데 냉면집과 중국집이 점점 줄어들어 찾기 힘들다.
어쩌다 새벽에 나오는 날은 낭패다. 아침 식사하는 식당이 없어서 어딜 가나 하다가 슈퍼에 빵을 찾게 된다. 이젠 슈퍼가 편의점으로 자꾸 바뀐다. 아파트에 두세 개던 것이 문 닫고 간의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같은 것인데도 그리 되는 건 뭘까. 미니스톱, 씨유와 25가 들어섰다. 비싼 것 같은데도 잘 팔리는가보다.
껌을 사러 들어갔는데 컵라면을 맛있게 먹는 사람이 있다. 여기서 끓여 먹나보다 놀랍다. 보니 삼각 김밥도 있다. 옳거니 저리 냄새 좋은 컵라면을 사먹어야지 하고 다니다가 찾기 쉬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요즘 곳곳에 있다. 간이 의자와 식탁이 있고 끓는 물을 넣고 잠시 기다렸다가 먹는다. 맛이 그만이다.
삼각 김밥을 뜯을 줄 몰라 밥만 훌러덩 먹었다. 다음날 또 들렀는데 라면도 종류가 엄청 많다. 큰 것 작은 것 밥, 떡국, 국밥, 우동과 어묵 등 없는 게 없다. 뭣이 어찌 많은지 한참 찾아야 한다. 큰 사발면을 데우면서 밥을 찾으니 유명 요리사의 도시락과 각종 음식이 맛깔스런 반찬과 함께 진열되었다. 골라 골라서 푸짐하게 해결했다.
식당보다 낫다. 남겨서 그런가 여러 개 반찬을 조금씩 담아서 먹을 게 없는 식당에 식상했다. 한 가지라도 먹음직하게 뽀글뽀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내면 좋을 텐데 엉성해서 일어나면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모른다. 보니 편의점에서는 별것을 다 한다. 택배도 보내는가보다. 그러니 한금 비싸도 이용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전에도 가끔 들렀는데 그땐 콜라를 찾아 마셨다. 키 높이의 알맞은 곳에 붉은 캔이 보였다. 끄집어내면 뒤엣것이 또르르 굴러 나왔다. 편리해서 편의점이라 하는가. 병 콜라보다 캔 콜라가 탁 쏘는 맛이 더 좋다. 칼칼한 것이 넘어가면서 속을 시원하게 한다. 요즘은 당뇨로 억제하면서 눈으로 보기만 한다.
맛있는 도시락을 골라서 국삼아 컵라면을 데워 먹으니 내 세상이다. 어디 이런 곳이 있나싶다. 여긴 밤 세워 하는가 새벽에도 보면 불이 켜져 있다. 집에서 쫓겨나거나 혼자 사는 사람은 이곳이 안성맞춤이다. 이 음식점 저 음식점을 찾아다니다가 늦게야 이곳을 알았다. 지나면서 보면 마당에 여러 개 파라솔을 펼쳐놓았다.
그 아래 탁자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거나 다방처럼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게 보기 좋았다. 이러니 사람들이 모여드는가보다. 누구나 쉽게 손수 커피를 타 마신다. 편리한 정말 길 카페다. 음식을 다루다보니 기한이 넘는 것, 배탈이 나 말썽이 생길 수 있다. 바쁜 일상에 이리 편리한 것을 두고 그러려니 참아야 한다.
은행에 안 가도 바쁠 때 찾는 현금인출기가 있는가 하면 밤중에 아프면 급한 해열제, 감기약과 소화제도 진열되어 구할 수 있다. 갑자기 비오면 낭패인데 우산도 비치하고 공중전화도 있는가 하면 이곳엔 급할 때 꼭 필요한 것이 많다. 오들오들 춥고 열나는 밤중에 어쩌나 했는데 누가 편의점에 가보라 해서 물감기약을 사 먹을 수 있었다.
발길 잘 닫는 길목에 위치해서 쉽게 보고 드나들 수 있어 좋다. 가다가 그늘에 앉아 쉬어도 보고 시장할 땐 도시락을 골라 요기하며 더울 땐 빙과류를 입에 물고 아이들처럼 행복해 한다. 복잡한 도심에 야자수 그늘과 시원한 호수가 있는 오아시스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세상사는게 이렇게 편한데
정치가 개판이니...
오아시스. 그렇게 좋은가 봅니다. 라면이요? 빵, 빙과류?
저는 청도 공부하고 한 번 씩 가는 풍각의 전주 밥상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김치와 된장과 겉절이들이 좋아
식당 음식이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도의 감나무밭 국수집은 옛날 엄마가 끊여주던 그 국수맛!
청도의 음식이 괜찮아요. 풍각쟁이의 커피도 아주 좋습니다.
시골 밥상은 괜찮은데 도시 식당은 그래요.
차라리 편의점 도시락이 좋아요.
요즘 대추가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