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나오면 어때요? 더 중요한 걸 얻었는데”
경로당 어르신들, 다문화가정 아이들 섬기는 새누리교회
대림동의 한 상가건물에 위치한 새누리교회.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데다 그럴 듯한 간판도 찾아볼 수 없다. 전도지라도 만들어 교회에 와보라고 열심히 뛰어다녀도 모자랄 판이지만, 전도보다 소통이 갈급했던 오 목사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의 모퉁이들을 찾아 나섰다.경로당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다 보면 가끔씩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그렇게 퍼다 주면 뭐하냐. 교회에 나오지도 않는데….’ 하지만 오 목사는 이야기한다. “목회는 찾아가는 겁니다. 그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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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교회 오세준 목사ⓒ뉴스미션 | 경로당 어르신들이 쌈짓돈 쥐어주는 교회건강한 교회를 꿈꾸는 성도들이 모여 세운 새누리교회. 오세준 목사는 2007년 새누리교회 1대 목사로 청빙을 받고 부임했다. 교회가 지금의 상가 건물로 이전한 건 4년 전.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던 그는 동네 경로당에 계신 어르신들을 찾아뵙기로 했다.처음엔 커피와 과일을 들고 가서 인사만 드리고 오는 게 전부였다. ‘예수 믿으세요’, ‘교회 나오세요’ 이런 말은 일체 하지 않았다. 이후 매주 찾아가서 한 분 한 분 손을 잡아드리면서 건강하시라고 문안을 드렸다. ‘왜 자꾸 오냐’는 말에 “어르신들 섬기고 싶어서 아무 조건 없이 오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고, 교회 안 나와도 된다”고 말씀드렸다.‘한두 번 오다 말겠지’ 하던 어르신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고, 이제 한 주라도 얼굴을 보지 못하면 서운해 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가 됐다. 지금은 매주 수요일마다 대림 3동에 있는 4곳의 경로당을 모두 방문해 어르신들을 뵙고 있다.“어쩌다 길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사서 손에 쥐어주시고, 교회 행사에 보태라며 쌈짓돈을 봉투에 넣어주시기도 하세요. 어르신들이 우리 교회에 안 나오시면 어떻습니까. 이분들과 언제 어디서든 반갑게 인사할 수 있다는 것, 목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닌가요?”경로당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과 더불어 오 목사가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사역이 있다면 바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보듬는 것이다. 대림 3동 인구가 3만여 명, 이 가운데 3천 5백여 가정이 다문화가정이라고 하니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피아노 교실이다.“도레미도 모르던 아이들이 어느새 동요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피아노 교실은 레슨 시간 외에도 언제든지 아이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늘 열어두고 있어요. 학기 초에는 장학금도 수여하고, 분기마다 한 번씩 교사와 함께 야외 현장학습도 다녀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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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열린 창립 8주년 기념 지역주민 초청 사랑방 콘서트(사진제공 새누리교회) | 교인들과의 특별한 소통…교회 분위기도 업!지역사회와의 소통은 교인들과의 소통과도 무관하지 않다. 새누리교회는 매주일 오전예배 후 특별한 만찬과 교제가 이뤄진다.“주일 오전예배 후 식사 준비를 각 구역이 담당했는데, 구역장과 구역원들이 느끼는 부담이 굉장히 크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교회가 밥과 김치를 준비하고, 반찬만 각 구역별로 재량껏 준비해 오자고 제안했죠. 그러니까 식사도 훨씬 푸짐해지고, 무엇보다 식사하면서 설교에 대한 피드백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니까 아주 유익한 소통의 장이 되더라고요.”교회 분위기도 한층 좋아졌다. 각자의 신앙 고민을 부담 없이 털어놓고 담임목사와 가깝게 대화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이 높아졌다. 여기에 기도와 찬양이 어우러지니 단순한 만찬과 교제를 넘어서 풍성한 예배의 은혜가 넘쳐났다. 기존에 찬양예배 형식으로 드려지던 오후예배는 자연스럽게 이 특별한 예배로 바뀌게 됐다.또 하나, 새누리교회에는 새벽기도회가 없다. 대신 ‘가정기도회’가 있다. 평소 새벽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오 목사에게는 과감한 결단이었다. 동네보다는 타 지역에서 오는 성도들이 더 많은데, 무리해서 고수하기보다는 성도들이 스스로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매일 저녁 9시 30분, 온 가족이 모여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소통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성경 본문과 해석, 적용, 기도제목을 담은 교재를 일주일 단위로 만들어서 사용하도록 했죠. 반응이요? 기대 이상입니다. 어떤 분은 30~40년 신앙생활하면서 부부가 마주앉아 시간 가져본 게 처음이라면서, 서로의 신앙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다고 털어놓더군요.”새벽기도회를 할 땐 참석하는 성도가 10명 안팎이었지만, 가정기도회를 하면서부터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기도하는 공동체가 됐다는 게 오 목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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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성경학교 때 아이들과 함께한 오세준 목사(사진제공 새누리교회) | 당회 대신 ‘운영위원회’…목사ㆍ장로ㆍ권사 신임투표도창립 때부터 건강한 교회를 일궈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온 새누리교회. 담임목회자의 절대적인 권한 및 독단적인 운영은 교회의 건강성 회복과 방향을 같이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당회 없이 평신도 중심의 ‘운영위원회’가 교회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 역할을 하도록 했다.재정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운영위원회 회의 때마다 재정 현황이 상세하게 공개되며, 담임목회자는 재정에 관한 한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절차상의 보고만 있을 뿐이다.“교회 운영은 성도들이 알아서 합니다. 저는 설교와 양육에만 집중하죠. 재정에 대해서는 저나 교인들이나 창립 때부터 워낙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소한 갈등 한 번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교회라면, 목회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뿐만 아니다. 투표를 통해 목사와 장로, 심지어 권사에 대한 신임을 묻는다. 재신임을 받으려면 교인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오 목사는 지난 2013년 10월 투표에서 반대 4표를 제외한 나머지 교인들의 찬성으로 재신임을 받았다.“목회는 성도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목회자가 교회를 떠나려 해도 성도들이 나서서 붙잡아야 목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신임 투표제는 제게 소신껏 목회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성도들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니까요. 제 스스로 안주하지 않고 채찍질할 수 있는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현재 새누리교회 교인은 주일학교를 포함해 200여 명. 300명이 되면 분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또한 새누리교회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세워진 원칙 중 하나였다.“교회가 건물에 집착해선 안 돼요. 얼마나 키울 것인가 보다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복음으로 건강하게 세워지는 것에 집중하고 투자해야죠. 지역에 호감을 주는 건강한 중소형 교회가 이 땅에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교회가 하는 일들이란 게 특별히 내세울 건 없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