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이면 뒷산은 시즌이 끝나고, 크리스탈은 여름까지 오픈하고, 아직도 주변 동료들은 한참이네요.
얼마전엔 다들 위슬러에 다녀오고, 쩝.
저는 회사 일이 좀 바빠서, 이번주가 아이들 봄 방학인데도, 휴가도 못내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기초 레이싱반을 맡았고, 아이들과 즐거운 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좌로부터 매디, 메건, 카리나, 앨리슨, 페이튼, 그리고 릴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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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는 정말 독특한 아이. 거침없는 장난스런 표현에 미인까지는 아니지만 스타일이 상당히 매력적인. 여자친구로 만점. 메건은 전형적인 느릿한 울보 여자아이. 겨우내 감기를 달고 살아서, 흐르는 콧물을 닦아 주고. 조금만 강하게 "노우!"하면 울먹울먹. 항상 싱글벙글한 카리나. 덩치가 좋아서 왠만한 속도에서 자빠져도 "I'm okay~"하며 벌떡 일어나는. 공주꽈 앨리(슨). 훈련할 때, 자기 쳐다봐 주는 걸 무지하게 좋아하는. ㅋ~ 앨리 아빠가 부산에서 한국의 유명 등산화 브랜드 회사에서 7년 일해서 가끔 한국말로 인사하는. 아빠하고도 몇변 얘기했는데, 부산과 부산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잘 알더군요. 조용한 패이튼. 부모 이혼후, 새아부지와 엄마랑 함께 살아서, 친아버지와 새아버지가 번갈아 가며 데려다 줍니다. 거의 표현을 잘 안하지만, 친아버지와 올 땐 조금이라도 아빠랑 함께 있으려고. 맘이 짠 하더군요. 나으 마스코트 릴리(안). 릴리 아부지가 패트롤인데, 그래서인지 상당히 공격적인 스킹을 하고, 항상 제 뒤에 바짝 붙어 졸졸 따라 다닙니다. 제가 좀 빠르게 스킹하는 편이라 중간중간 서서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릴리는 항상 바로 뒤에. 레이싱 시합때도 상위권.
사진찍는다고 모이면서 비좁다고 제 스키를 걷어찼네요. 이놈들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하건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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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후엔 좀 많이 와서, 딱 세명 (패이튼, 릴리, 그리고 메건) 만 오후 세션에 나오고. 스킹하다 젖어서 강사 라운지에 들어와 10분 휴식하며 장갑이랑 옷을 말리는 중. 그 와중에 동료 아론이 (해리포터의 헤그리드 같은 거구) 아이들 보라고 영화를 틀어주네요.
아이들 급 집중. 5분 더 보게 해주고, 칼같이 뜹니다.
저는 아들만 둘이라, 이렇게 시즌마다 여자아이들이 딸 같아서 함께 스킹하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찌나 다양하면서도 순수한지. 물론 가끔 말 안듣 아그들도 있지만, 이제 왠만한 아이들은 잘 다루는 편입니다. 다음 시즌부터 아이들을 안가르칠 수도 있어서 좀 섭섭...
참 신기한 건, 강습 시작 전후에 부모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많은데, 아이들은 이렇게 귀여워도 부모들은 대부분 키도 크고 아줌마들도 늘씬하거든요. 이러다가 쑤욱 자라는 건데, 참.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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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에 두번 공식 레이싱 대회가 있습니다. 전문 레이싱 프로그램에선 거의 매주 시합인데, 기초 레이싱 프로그램은 두번 참가하게 하고, 원하는 아이는 더 참가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수트 입지 않은 아이들이 기초 레이싱반이고, 수트 입은 아이들은 레이싱 전문 클럽 아이들.
사실 U12까지는 두 프로그램 다 거의 비슷한 내용을 배우고, 기초 레이싱은 레이싱 뿐만 아니라 올 마운틴 스킹을 같이 하는데, 레이싱 전문 클럽은 오로지 레이싱만 훈련하고 좀 더 많은 시합을 뜁니다.
그래서, 기초 레이싱반이라도 기량이 뛰어나고 의지가 있는 아이들은 레이싱 전문 클럽 아이들 상위권과 비슷한 성적이 나옵니다.
이런 아이들이 레이싱 전문 클럽에 들어가서 좀 더 집중적인 훈련을 하면, 정말 날아다니게 되죠.
저도 이런 아이들은 좀 더 상급 기술을 시도해 보게 하고, 잘 하면 더 상급 이렇게 계속 도전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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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다행이 눈도 좋고 날씨도 쾌청. 출발선에서 바라본 모습. 슬라럼 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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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복 색깔이 오렌지라서, 동료 코치인 줄 알았는데, 아이들 아빠인가봐요.차례가 된 아이들에게 장비 준비하라고 얘기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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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떴지만, 바람이 무지 불어서 엄청 추웠습니다. 출발선에 있는 코치들은 저를 포함해 엄청 떨었죠. 계속 출발선에 대기하는 아이들도 제자리에서 몸을 풀게하고. 시합 땐, 이렇게 대기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많이 지루하고 춥기에, 울 애들은 어떻게든 시합 안 뛸라고 갖은 핑계를 댑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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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무지 흐린데, 선수 출발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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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들이 아이들을 인솔하여 코스 인스펙션 중이네요. 기문 숫자를 외우게 하고, 몇번째 기문에서 헤어핀이 있는지 급격하게 꺽이거나 경사가 바뀌는 기문이 있는지 등을 외우게 하고, 해당 기문에서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tactic을 알려주죠.
U12까지는 그리 어려운 코스가 없지만, 약간 어렵게 하고, 아이들은 그정도에도 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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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이라 잘 보이지 않지만, 동네 아저씨같은 동료 코치 로이드. 산속 다니는 걸 무척 좋아하고, Stash를 많이 알아서, 이 아저씨 따라가면 정말 재밌는 곳을 다니게 됩니다. 범프도 아주 부드럽게 타고...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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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를 눌러쓰고 있는 코치 카일은 한때 날렸던 선수였는데, 국대까지는 못 갔지만, 저 친구가 SG 시범을 보일 땐, 정말 "인간새"같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점프를 해서 날아가면 정말 한참을 날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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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올때, 파우더 스킹 좀 하며 간간이 몇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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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스키어들은 이정도 흐린 날에 스킹하는 것이 워낙 익숙해서, 잘 안보여도, 잘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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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올해는 적설량에 예전에 비해 모자란 편이고, 딥 파우더 스킹은 두번 정도 밖에 못했네요.
크리스탈이나 스티븐스 패스는 뒷산에 비 올때도 눈이 와서 더 많이 딥 파우더 스킹을 할 수 있었고, 2주전에도 폭설로 파우더 스킹을. 근데 그땐 슬라럼 스키를 들고가서 다른 사람들 보기에 스키없이 스키타는 걸로 보였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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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오면 저렇게 작은 절벽 위쪽 가까이 눈이 쌓여서 지난 주말엔 저도 한번 뛰어 줬습니다. 그래봐야, 살짝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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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말 좋아하는 트리런 코스. 코스 이름이 Break Through 인데, 이름도 넘 맘에 들고.
급사면 경사에 큰 나무들이 약간 촘촘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고 납니다.
쪼끔 짜릿짜릿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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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런 하단부를 옆에서 본 사진. 경사가 좀 완만해져 있고. 플레쉬를 터뜨리니 눈에 반사가 되서, 눈이 얼마나 오고 있는지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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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런 상단부. 중반부까지 경사가 좀 쎄고. 길을 잘 못 들면 중간에 보이는 절벽으로 떨어지지만 눈이 좋을 땐, 제대로(?) 떨어지면 안다칠수도. ^^
아... 지금 밀린 여러가지 일로 눈치보며 쓰느라 무지 성의없게 보이는 글 죄송합니다.
첫댓글 너무 잘 봤습니다.
여자애들이 더 많네요.
내년엔 강습은 안 하시려고요?
강습은 계속 하는데 대상이 바뀔 것 같아요.
올 시즌 클리니션들이 크리스탈로 옮겨가는 바람에 이번 시즌 강사 트레이닝에 문제가 많았거든요.
결국 강습생들로부터 피드백이 별로 좋지 않아서 강사 교육을 원래 방식으로 돌아가려는데 클리니션이 더 필요해서 저도 클리니션을 하라는 반강제 권고를 받고 있어서요.
이번 시즌까지는 강습을 하면서 초급강사들 훈련을 시켰는데, 앞으로 TD (Tech Director)를 하라고.
주로 강사 훈련만 하고 필요하면 개인 강습하는.
생각중입니다. 어찌할지. 하게되면 평일과 주말 훈련을 가르쳐야 하기에 빠지지 않고 나가야하는 Commitment이 필요하거든요. 쩝.
@신호간 승진하신 거네요. 축하할 일이구만요.
근데 평일과 주말 다 나가야 하는 거면..직장은 어쩌고요?
이참에 아예 그냥 프로로 전향하시려고요..?
@파우더 아유.. 제가 어찌 먹고사나 걱정까지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프로 전향할 실력도 안되고 배짱도 없고. 평일엔 야간에만. ^^
그래도, 배우는 걸로 갈 땐, 가끔 빠져도 되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선 거의 하루도 빠지면 안되기 땀시.
일주일에 세번을 가르치게 됩니다. 평일 야간 스킹. 평일 야간 실내 이론교육. 주말 스킹.
@신호간 흠..
생생하고 참 좋은글, 부럽기도 하고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
아직도 눈이 많네요
뒷산은 산정상 부근은 괜찮지만,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서, 산 아래쪽은 눈이 많이 녹고 있습니다.
호간님 글은 정말 흐믓한 미소를 만들어요.
아이들 정말 예쁘네요. 동화책에 나오는 소녀들 같음. ㅋ 두번째 사진에 남자는 좀.
제가 글을 쓸 때, 흐뭇한 미소를 띤 다네요. 마눌님이 그렇게 좋냐고 핀잔을 줍니다.
마눌님은 제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걸 마이 싫어하는데, 직장에서도 하루 종일 컴터로 일하는데, 집에서도 그러면 몸에 않좋다고.
회사 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는 뭐라고 안하는데, 게시판에 글 한번 쓰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쓰다보면 즐거웠던 추억이 떠올라 흐믓해지고, 그러니 금방 표가 나서, 일 하는 척을 못 합니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