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침 5시 30분 기상을 하여 바다상황을 점검 해본다.
풍랑주의보는 03시를 기해 해제가 되었으며, 바람은 10~15노트 남서풍, 파도는 1.5미터 내외라고 나온다.
서둘러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기 위해서 준비를 한다.
어제 짐벌 위의 전자레인지에 고정시킨 가스버너가 잘 고정 되어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자레인지로 햇반을 데우고 가스레인지에 물을 끓여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반찬은 신선장님 부인이신 지영씨가 정성스럽게 챙겨준 반찬이 있어 푸짐한 아침이 마련이 되었다. 매년 우리의 항해에 부식을 챙겨주어 감사를 드린다.
아침을 먹고 6시 30분 출항을 한다.
그런데 수심계가 말썽을 부린다.
모니터에 수심이 나오지 않는다. 모니터 화면이 그냥 밝은 하얀 색으로만 표시가 된다.
이리저리 만져 보아도 회복이 되지를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수심계 없이 출항을 한다.
수산항 앞바다에 나와 보니 아직도 너울이 크게 밀려온다.
수산항 앞바다에 예전 항해 때 표시해둔 정치망 지대를 지나는데 정치망 들이 보이지 않는다. 수산항 앞쪽에 있던 정치망들을 이동한 모양이다.
대신 새로운 정치망과 양식장들이 해안으로부터 2~3km 떨어진 곳에 새로 자리를 잡았다.
아직 해도에도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이다.
항해 할 때 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다니던 울릉도 항로에서 약간 비켜나 있어 정치망 지대를 피해 안전하게 항로를 잡을 수 있었다.
위험한 정치망 지대를 빠져나와 안전한 항로에 진입 후 근무조를 편성하고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바람은 서풍계열이다. 항해하기 좋은 바람이다.
아침 7시 30분경 메인 세일을 펼친다.
세일이 한껏 바람을 받아서 요트는 남쪽으로 쾌속 항진을 한다.
아침 8시경 범주로 5노트 내외를 달린다.
짚세일도 펼친다, 짚세일은 시야 확보를 위하여 100% 정도만 편다(CLJAY호의 짚세일은 130% 짜리다)
CLJAY호는 좌현으로 약 15도 정도 힐링하여 6~7노트의 속도로 삼척을 행해서 달린다.
아침 10시경 마틴님이 트롤링낚시를 내려 보자고 한다.
트롤링낚시를 요트 선미로 길게 내리고 물고기가 걸려오기를 기원한다.
요트 우현으로 돌고래들이 나타났다.
우리요트 앞을 가로질러 먼 바다 쪽으로 헤엄쳐 간다.
항해를 하다보면 간간이 돌고래들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 볼 수 있다.
돌고래들과 조우하는 황홀한 느낌은 경험 해 본사람 들만이 알 것이다.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선실로 내려가 잠을 청해 본다.
12시경 신선장님이 나를 깨운다.
플로터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칵핏으로 나와 보니 플로터에 GPS신호가 잡히지 않고 있으며, 플로터상 요트의 위치 및 진행 방향이 확인이 안 되고 있었다.
항해 장비함을 열고 이리저리 만져보니 GPS 신호가 잡혔다 잡히지 않았다 한다.
다행이 신호가 약하지만 다시 플로터가 작동을 한다.
혹시 몰라서 예비용 보조 플로터인 7인치 태블렛 PC의 나비오닉스 해도도 켜서 항로를 잡아 삼척을 행해서 나아간다.
오토파일럿도 말썽을 부린다.
초기에는 방향을 잘 잡는가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지정한 방위로 고정되지 않고 자꾸 틀어진다, 자동 항해 장비인 오토파일럿이 문제를 일으키면 자동항해 장치를 사용하지 못하고 우리들이 교대로 휠을 잡아서 요트항로를 잡아가야 한다.
범주로 태킹하면서 올라간 항적이 플로터에 잘 나타나 있다.
오후 2시경 점심을 준비한다.
점심은 강된장 보리밥이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기 위하여 발전기를 꺼내야 하는데 선미창고 해치위에 고무보트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번에는 그냥 물을 끓여서 햇반과 강된장을 데우기로 한다.
어제 작업해둔 가스레인지는 파도에 요트가 좌우로 흔들려도 짐벌이 균형을 잡아주니 안전하게 물을 끓일 수가 있다.
점심도 잘 해결 하였다.
트롤링낚시는 아무 소식도 없다.
신선장님이 우측으로 보이는 육지의 지형지물들을 보고 어디인지 우리들에게 설명을 해주신다.
오후 3시 30분경 동해시를 기점으로 항로를 삼척항 쪽으로 변경을 한다.
삼척항이 가까워질수록 바다에 자망들의 부표가 많아진다.
마틴님과 이상님이 견시를 잘 해주어서 안전하게 장애물들을 피해 오후 4시경에 삼척항에 들어 왔다.
항 안쪽 깊은 곳에 요트 2대가 정박해 있다.
그중 한대가 예전 신선장님이 요트를 배우셨던 J24라고 하신다.
정박할 곳을 찾아보다가 마땅하지 않아서 J24옆에 계류를 하였다.
삼척항 해경파출소에 먼저 전화로 입항신고를 한 후 방문하기 위하여 해경 파출소를 찾는데 찾기가 어렵다. 이리저리 꼬불꼬불 골목길을 돌아다니다가 해경 파출소를 찾아서 입항 확인을 받고, 저녁에 출항할 출항 신고를 했다.
저녁 8시경에 출항을 한다고 하니 야간항해 장비 및 요트의 허가증상 항해구역에 대하여 물어와 연해구역으로 허가가 되어 있다고 답변을 했다.
해경에서 우리가 출항 전에 요트에 들려서 야간 항해장비 및 허가사항을 확인하러 오신다고 한다.
행정적인 일들을 마무리 하고 나니 배가 고파온다.
밥 먹을 곳을 찾아 돌아다녀본다.
여기저기에서 대게찜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눈을 잡아끈다.
그런데 가격들이 후덜덜 하다.
우리는 백반집을 찾아서 자리를 잡는다.
식당 이름은 ‘동송나룻터’.
저녁으로는 장치조림을 시켰다.
속초에서 먹어 보았던 생선 조림이다.
생물 생선 조림이 아니고 반건조한 생선으로 만든 생선 조림이다.
맛은 담백하면서 명태 코다리처럼 약간 콤콤한 향이 나는 맛이다.
다들 맛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다들 휴식 시간을 갖는다.
나는 문제를 일으킨 플로터를 수리해 본다, 전선을 연장하여 연결 하고 GPS안테나를 항해 계기함 내부에서 외부로 돌출 시켜 보았다.
일단 수리가 되었는데 GPS안테나 가까이 손을 대면 신호가 올라가고 손을 떼면 신호가 약해진다. 꼭 FM 라디오에 잡음이 들릴 때 손을 가까이 대면 잡음이 사라지는 현상과 비슷하다. 아마 GPS안테나를 설치 할 때 동축케이블이 아닌 일반 전산을 사용해서 그런 것 같다.
이번 항해를 마치고 GPS안테나를 새로 설치를 해야 할 것 같다.
출항 전에 연료도 다시 가득 채운다.
저녁 8시경 해경 파출소에서 소장님과 경위 한분이 요트로 찾아 오셨다.
선박 등록증, 레저기구검사증 등 서류를 확인한 후, 야간 항해장비에 대한 검사를 시작 하신다.
야간 항해장비는 항해등, 컴파스(나침판), 야간 조난 신호장비(불꽃 점화기), 구명부환, 소화기, 전등, 위성항법장치(차트 플로터), 자기점화등, 등이 부착된 구명조끼, 통신 장비(VHF)등을 점검 하신다. 검사를 마친 장비 중 야간 조난신호장비의 불꽃 점화기가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 있다고 교체를 하여야 한다고 주의를 주신다.
그리고 안전한 야간 항해를 하라는 당부 말과 함께 수시로 안전항해가 이루어지는지 연락을 할지 모르니 잘 응대를 해달라는 당부 말을 남기고 출항을 승인 해주었다.
CLJAY호는 저녁 8시 30분 삼척항을 출발하여 다시 항해를 나선다.
항내는 주위 상점들과 가로등으로 인하여 밝았는데 바다로 나오니 바로 깜깜해 진다.
마틴님과 이상님, 손선장님, 신선장님 4분이 견시를 한다, 처음 다니는 길이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야간 항해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해둔 야간 투시경도 동원하여 전방 견시를 하며 항로를 잡아 나아간다.
플로터에 나와 있는 입항시의 항적을 따라서 왔던 길을 되 집어 가니 되돌아가는 길은 조금 수월하다.
메인 세일과 짚세일을 삼척항으로 올 때처럼 펼치고 본격적인 야간 항해를 시작한다.
야간 항해를 위하여 조 편성을 새로 한다.
야간 항해는 2인 1조로 항해를 진행 한다.
나를 1번으로 하여, 2번 마틴님, 3번 신선장님, 4번 손선장님, 5번 이상님을 배정 하고, 1번이 1시간 근무 후 휴식에 들어가고 3번이 근무 시작, 2번이 2시간 근무 후 4번과 교대를 하는 방식이다. 일명 밀어내기 근무.
내가 10시까지 항해를 책임 진후 마틴님이 스키퍼가 되고 신선장님이 나와서 보조를 한다.
나는 선실에서 잠을 청한다.
첫댓글 엔진소음없이 바람과 파도소리 그리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유행가소리
가끔 나타나서 우리를 즐겁게해준 돌고래의 물 지치는소리
흔치않은 장거리 범주가 돋보였던 항해였던것같아요 굿
첫글에 삼척이라고 해서 강원요트면허시험장이 있는 삼척 덕산항이라고 생각했는데 삼척항으로 들어갔네요. ㅎㅎ 여하튼 최 선장은 언제봐도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