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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세] 김도우
S#1대중 목욕탕 탈의실 (아침)
서너명뿐 한산하다.
말라깽이 여자아이 머리를 말리고 있다.
그 위로,
동주 (소리) 열.. 다섯? 보송보송하네.
대형 타월을 돌돌 말은 뚱뚱한 아줌마가 나온다.
동주 (소리) 마흔넷! 애는 셋쯤?
잘 빠진 몸매의 젊은 여자, 웃옷을 입고 있다.
동주 (소리) 가슴을 보니까 숫처녀는 아닌거 같고..잘 봐서 스물 넷? 좋을때다.
그 여자를 보는 시선을 쫓아가면 기다란 때타월로 머리를 두르고 수건으로 몸을 두른 동주,
거울 앞에 서서 로션을 바르던 참이다.
동주,자연스럽게 거울 속의 자신을 본다.휴- 한숨만 나온다.
동주 (소리) 나? 서른!
Back music 리 오스카의 \<The promised land\>S# 8까지.
S#2 타이틀 - 삼십세
S#3 주방
팔팔 끓는 미역국.
머리 양끝을 구르프로 말고 바쁘게 국자로 떠 간을 보는 동주.
동주(Na) 사람이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난 오늘 처녀귀신이 되어야 할 몸이다.
S#4 심지 앞 (동. 아침)
열쇠로 따 셔터문을 올리고, 유리문을 따고, 신문을 주워들고 들어가며.
동주(Na) 새파랗던 여고시절 이렇게 공언했기 때문이다.난 서른이 되면 자살할거야, 서른? 끔 찍해!
S#5 심지 안 (동. 아침)
동주, 대걸레질 한다.
동주(Na) 하지만 난 오늘 서른살의 아침을 맞았고 이렇게 살아 움직인다.
지연, 용수를 데리고 케익을 들고 들어온다.
동주 (케익을 보고 뿌듯해서,마음의 소리)그래도 너밖에 없구나.(고마워하며 받으려는데)
지연 (아랑곳없이 카운터에 케익 놓고 뜯으며, 빨리 달라고 조르는 용수에게)지금 뜯고 있잖 아. 아침밥도 안먹고 갑자기 케익타령인지 몰라.
동주 (그럼 그렇지 하는 실망스런 표정으로 보고)
(시간 경과)
오후, 음반 고르는 현우.
출입문 유리창 닦는 척하면서 곁눈질하는 동주.
동주(Na) 그러나 나이 들어서 좋은 점도 있다. 괜찮은 남자들은 눈치 안채이고도 관찰 할 수 있 는 경험과 연륜이 쌓였다는 점이다. 특히 이 멋진 남자가 골라오는 음악들은 나에게 늘 감탄사를 자아나게끔 한다.
S#6 심지 앞 버스 정거장 (밤)
목도리를 칭칭 동여맨 동주,시린 발을 동동거리며 차가 오길 목을 빼고 기다린다.
동주(Na) 하지만 무슨 소용인가. 나는 그에게 지나가는 말조차도 건네보지 못했다.
S#7 달리는 버스 안 (동. 밤)
문가에 기대어 선 동주.
동주(Na) 이상하게남자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한건 나이가 들어도 변함이 없다.
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지만 자기 생각에 빠져 내릴 생각을 못하는 동주.
기사 (빽 소리 지르는) 아줌마! 안내려요!
동주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에 아줌마가 있나 둘러본다)
S#8 아파트 근처 제과점 (동. 밤)
케익 고르는 동주.
동주(Na) 변한게 있다면 고작해야 욕심이 작아졌다는 정도? 종업원이 가장 크고 화려한 케익을
꺼내려 하면 동주, 도리질치며 맨 밑에 있는 가장 작은것을 가리킨다.
동주(Na) 내 서른 살의 꿈은 아주 소박하게 오그라들어 버렸다.
S#9 아파트 광장 (동. 밤)
추위에 오그라든 몸으로 작은 케익을 들고 종종종 뛰다시피 오는 동주.
동주(Na) 아둥바둥 벌지 않아도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해마다 겨울이면 눈 쌓인 산을 오르는 것.그러나 지금 내가 가진 것은 가게에 들어간 융자금의 이자걱정과 3년 전에 사놓고
한번도 신어보지 못한 등산화,그리고.
동주, 4층 자기 집(계단식 4층이나 5층 아파트)을 올려다본다.불이 켜져 있다.
동주(Na) 두 여자다.
고모 (소리) 하이구, 언니 거기엔 금칠이라두 했수? 딸한테만 뵈이게?
S#10 안방 (동. 밤)
동주, 빈 관장기구를 옆의 쓰레기통에 버린다.
엄마 (흘겨 보며, 입이 약간 뒤틀려 불분명한 발음으로) 우라질년!
동주 (옷 추스려주다가 걱정스러워) 어떡해요, 욕창이 더 커졌어요.
고모 나도 눈 있다.
동주 목욕하고 소독은 매일 하시는거죠?
고모 (펄쩍 뛰는) 내가 게을러서 욕창이 생겼단 말야 그럼?
동주 그게 아니고요.
고모 이렇게 더러운 년의 팔자가 다 있나.병든 시누이 똥오줌 받아내고 손이 짓물러터지도록 목욕시키면서 욕은 욕대로 먹고.
동주 (건성으로 흘리며 가방에서 지갑 꺼내는) 고모 고생하시는거 다 알아요.
고모 알긴 뭘 알어? 아침부터 미역국을 먹었더니 왠종일 재수가 없네.
동주 (생일도 몰라주나 싶어 섭한 마음으로 보다가 지갑에서 만원짜리 몇장 꺼내 손에 쥐어준 다)
고모 (사양하는척) 누가 용돈 달라든?
동주 (억지로 주머니에 구겨넣어주며) 그냥 넣어두세요.
고모 (못 이기는척) 걱정 마라.내 목욕은 못해도 느이 엄마 목욕은 하루도 안걸르니까.
동주 (웃으며) 고모만 믿어요.
고모 (돈을 받았으니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정색을 하고)
그래, 접때 말한 선은 보기로 한 거야?
동주 네.
고모 이번참엔 잘해.니 나이에 그만한 자리 들어온 거 감지덕진줄이나 알고.
동주 (발끈해서) 내가 어때서요?
고모 몰라서 물어? (엄마를 눈짓하며 낮게) 혹이 저렇게 쌩쌩한데?
엄마 (으으으 소리 지른다)
동주 나와? 나와?
엄마 (고개 까딱거리며 소리 지르고)
동주 (엄마 일으키며) 고모 얼른요.
고모 (변기 갖다대며) 조금만 참아요, 옷 버릴라.
동주 (고모와 함께 엄마를 변기 위에 앉히며,자조적인 마음의 소리) 그래에, 내처지에 감지덕 지지.
S#11 동주의 방
자일뭉치가 걸려있고 그 옆엔 커다란 낙타 포스터가 붙어있고...키 작은 책장의 한 칸에는 한번도 신지 않은 새 등산화가 보물처럼 모셔져 있다.TV 화면에선애정만세 의 중간부분이 흘러나오고...켜지는 성냥불. 동주, 초라한 생일케익의 굵은 초 세개에 하나하나 불을 붙인다.
성냥불을 끄고 샴페인을 흔들어 뚜껑을 딴다.거품이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동주, 두개의 잔에 샴페인을 따른다.잔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쨍 부딪히고는 마신다.
동주(Na) 내 서른살의 생일은 이렇게 갔다.스물아홉번째 생일처럼.(F.O)
S#12 심지 앞 거리 (아침)(F.I)
거리에 내놓은 스피커에서 ‘목로주점 흘러나온다....월말이면 월급 타서 로프를 사고 연말이면 적금 타서 낙타를 사자.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
동주, 노래를 따라하며 재고 CD가 들은 박스를 들고 나와 가게 앞 진열대 위에 놓고재고정리, 만원에 세장이라고 쓰인 도화지를 유리창에 붙인다.드레시한 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지연,
용수를 끌고 동주를 애타게 부르며 저쪽에서 헐레벌떡 뛰어온다.
동주 어디 가?
지연 오늘 문화센터 강의 첫날이잖아.용수 좀 봐줘, 괜찮지?
동주 (용수 끌어 안으며) 응, 근데 무슨 강의?
지연 째즈댄스.
동주 뭐어? 정말 배우는 거야?
지연 주도, 다도, 무도! 도(道)자 붙은 건 다 배우자이게 내 좌우명 아니니.
동주 (삐죽대는) 무도는 무슨, 춤바람이지.(용수 데리고 들어가며) 들어가자.
S#13 심지 안 (동. 오후)
동주, 카운터 밑에 쭈그리고 앉아 밖을 살피며 소주를 따른다.한잔 채우자 빈병이다.
소주를 털어넣고 쓴 표정 지으며 일어나 앉아 순대국을 한 숟갈 떠먹는데.
용수 (안쪽 1인용 소파에 앉아 막대사탕 빨다가) 나 쉬!
동주 (빈 소줏병을 들고 용수 앞에 쭈그리고 앉으며) 자.
용수 (찡그리며) 싫어요.아줌만 여자잖아요.
동주 (기막혀 콩 쥐어박으며) 짜식 니가 뭐 볼거나 있는 줄 알어? 그리고 너 애기 때부터
내가 얼마나 주물럭거렸는데? (병 들이밀며) 빨리 꺼내.
용수 (오줌보를 가리며 물러나는)
동주 (달려들어 바지를 벗기려하고)
용수 (움켜쥐고 앙 울음 터트리는데) 엄마!
그때 들어오는 현우.동주, 당황한 얼굴로 소줏병을 얼른 뒤로 감추며‘어, 어서오세요 한다.
용수가 마구 울어대자 용수와 동주를 번갈아보는 현우.
동주 (현우를 의식해 힐끗거리며 용수를 끌어안고 토닥인다)
울지 마. 니네 엄마 금방 올 거야.
용수 (더 크게 울며) 엄마가 아무한테도 고추 보이지 말라 그랬단 말에요.엉엉.
동주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인데)...
현우 (작게 웃으며) 임마 우리 땐 다 내놓고 다녔어.
동주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얼굴로 동의를 구하는) 그.. 그렇죠?
(현우를 의식해 용수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화장실 알지?
용수 (훌쩍이며 나간다)
동주 (일어나며) 그런데 자주 오시네요? 이 동네 사세요?
현우 화실이 가깝거든요.
동주 (호기심에 눈 동그래지는) 화.. 실이요?
현우 (CD 고르며) 네 에..
동주 (끄떡거리며) 네 에..
현우 그리고 다른 가게엔 제가 찾는게 잘 없어요.(CD를 골라갖고 오며) 그러고 보면 아가씨하 고 전 음악적 취향이 비슷한 거 같아요.
동주 (흐믓해서) 찾는게 없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현우 그러죠.
동주 (무언가 더 말을 해보려고 하는데)
지연 (호들갑스럽게 뛰어 들어오며)동주야 동주야!
동주 (산통 깨지는 표정)
현우 (지연이 들어오자 일별하고 돈을 꺼내놓고 CD 들고 나간다) 동주씨 안녕히 계세요!
동주 (아쉬운 마음으로 보면) 아 네!
지연 누구야?
동주 (속상해서) 하여간 친구라고 하나 있는게 일생에 도움이 안돼요.
지연 괜찮은데? 나 좀 소개시켜주지.
동주 (어이없어 보는)...!
S#14 심지 앞 거리 (동. 저녁)
지연, 자는 용수를 뒷좌석에 눕힌다.
병호 (운전석에서) 어째 더 이뻐지는 것 같다?
지연 (보조석에 타며) 흰소리 말고 남자나 하나 소개시켜 줘.
병호 그럴까? (동주보며) 어떤 타입으로 해줄까.
지연 뻔하지, 형하고 정 반대면 되는거 아냐? 그때 동주한테 채이고도 여태 몰랐어?
병호 (말 조심하라는 눈길 보내면)
지연 뭐 어때? 다 지나간 일인데.
병호 (더 험한 눈길로 눈치주면)
동주 그만해요. 정말 쌈 나겠네.(문 닫아주며) 가요. 추워요.
지연 (창문 너머로) 동주야.그때 니가 형 안찼으면 우리 용수 세상구경 못했겠지?
동주 (문득 가슴이 아픈데)
병호 (더이상 안되겠다는 듯) 이 사람이 정말.(얼른 기어 조작하며) 간다, 잘있어!
(급하게 출발한다)
지연 (창문 너머로 손 흔들며) 갈께.
동주 (몇발짝 따라가며) 잘가!(멈추어 부러운 듯 바라본다.
Na)학교 선배이자,가장 친한 지연이의 신랑 병호 형은 한때나마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하 고 아프게 했던 유일한 남자다.
S#15 사진, 동주의 방 (동. 밤)
한장 한장 넘겨지는 앨범 속의 오래 된 사진들 한없이 다정하고 격의 없는 셋의 모습들.
캠퍼스 벤취에서 병호를 사이에 두고 팔짱을 낀 대학시절의 지연과 동주 강의실에서 장난스런 포즈를 취한 사진, 80년대식 막걸리집에서 막걸리 사발을 들고 건배를 하는 사진
80년대식 까페에서 동주와 병호, 단 둘이 마주앉아 그윽한 시선을 나누는 사진
S#16 80년대식 까페
앞씬의 까페의 모습이 화면으로 나타난다.
병호 (아련한 눈길로)니 마음을 알고 싶어.
동주 (좋으면서도 쑥스러워 설풋 웃고마는)..(O.L)
다른 날. 바짝 다가앉는.
지연 니 맘을 알고 싶어.너, 형한테 남자로서 끌리는 건 없는거지?
동주 (우물쭈물하면)
지연 솔직히 말하면 나 형 사랑해.졸업하자마자 결혼도 하고 싶고.
동주 (놀라면서도 내색 안하려 노력하는)
지연 형도 나한테 맘이 있는 것 같아.(목에 두른 스카프를 만지며) 어젠 선물 이라며 이걸 주 더라?
동주 (주머니 속의 손을 꼼지락 거린다.같은 스카프가 삐죽이 나와있다)
병호 (소리) 니 꺼 사면서 지연이 것도 샀어.샘이 많은 애잖아.
동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하는 기색이다) (O.L)
다른 날.병호, 벙찐 얼굴이다.
동주 (부러 매멸차게) 솔직히 형은 남자라는 생각이 안들어요.자상한 선배, 그 뿐이에요.
병호 (기가 막혀) 동주야.
S#17 결혼식장
병호 지연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고 웃는 동주.
S#18 동주의 방
병호와 지연의 결혼사진.지연의 옆에 선 동주.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한 어정쩡한 표정.그 사진을 보며 픽 웃고마는 동주.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땐 왜 그랬을까 싶은 마음으로
동주(Na) 옛사랑을 사랑도, 미움도,무관심도 아닌 애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S#19 동주의 방 (아침)
동주, 청바지를 끼어입고 있다. 후크가 잘 안잠기자 배에 힘껏 힘을 주며 잠그려 하는데
여의치 않다.
고모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오며) 뭐해? 출근 안해?
동주 옷 입어요.(옷장 열고 다른 바지를 고르며) 이상하네. 왜 옷이 안맞지?
고모 (동주의 배부분을 힐끗 보고는) 나잇살 먹느라 그래.나이 서른이면 나잇살 붙을 때도
됐지 뭘.
동주 (속 상해서) 고모도 그랬어요?
고모 우리 때야 살 찔 새가 있었나,등가죽이 배창시에 안달라 붙으면 그만이었지.
(하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동주 얼굴을 빤히 보면서) 너 화장, 했냐?
동주 네.
고모 근데 왜 이렇게 버석버석해 모래 알갱이 끼얹은 것처럼.
(동주얼글을 요리 조리 돌려보며) 이게 뭐야, 기미잖아?
동주 기미요?
고모 그래 기미 맞다.한두군데가 아니네,피부관리 좀 잘하지 이게뭐야 처녀가.
동주 (얼른 거울 보면)
고모 (혀 차며) 솜털 휘날리며 고모~ 하고 뛰어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너나 나나 같이 늙어가는구나.인생무상이다. 인생무상이야.
동주 근데 고모 (왼쪽 가슴을 문지르며) 요즘 여기가 왜 아프죠?
고모 나이들면 오늘 다르고 내일 달른 법이다. (걱정스레) 근데 너 그거 아니냐?
S#20 진찰실
간호사, 동주의 뒤에서 웃옷을 걷어올리고 있고 새파랗게 젊은 의사,
동주의 왼쪽가슴을 더듬고 있다.동주, 처녀의 몸으로 젊은 남자 앞에 가슴을 드러낸 곤욕스러움을 참느라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고 여기저기 눈동자만 굴린다.
의사 (한동안 어느 지점을 꾹꾹 만지다가 손 댄 채로) 결혼하신진 몇 년 되셨죠?
동주 아직 미혼인데요?
의사 (짧게 쳐다보고는 손 내리고 뭔가 기록한다)
동주 (얼른 옷을 추스려 입는다)
의사 별 이상 없는데요?
동주 근데 왜 아프죠?
의사 근육이 뭉쳐서 그래요.
동주 정밀검사 안해도 될까요?
의사 영 불안하시면 6개월 있다 한번 더 오세요.그리고 빨리 결혼해서 아일 낳는 게 좋을거예 요.(웃으며) 그게 보다 확실한 치료법이니까요.
동주 (걱정되는)....
S#21 심지
지연, 벽거울 앞에 서서 두손으로 가슴을 치켜올리며 폼을 잡아본다.
지연 속상해 정말.용수 낳기 전엔 풋사과 같았는데 이건 소금에 절인 오이지 꼴이니.
용수 아빠만 아니었으면 분유 먹이는건데.
동주 (보험안내서 보며,마음의 소리) 팔자 좋다.누군 결혼도 못하고 유방암 걱정인데 누군 가 슴 늘어질까 걱정이구.
지연 (동주의 대꾸가 없자 보던 안내서 나꿔채 보며) 암보험? (한심하다는 듯) 너 그거 아니?
암은 고쳐도 암공포증은 못고치는거?
동주 암이든 암공포증이든 병 걸리면 넌 간병해 줄 남편이라도 있지.
지연 배 아프면 결혼해라? 누가 말리니?
동주 (정색하고) 너 나 아프면 몇날 며칠이고 간호해줄 수 있어?
지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미장원이라도 가.오늘 선 본다며.
동주 (고개 저으며) 아무래도 느낌이 안좋아.
지연 니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니?
동주 (팩 토라져서 일어나는) 알았어! 찬밥이든 더운밥이든 지금 당장 나가서 세번째 만난 남 자하고 결혼할거니까 축의금 준비해! (팽 나가면)
지연 (어이없어 보며 뒤통수에)선 잘봐라!
S#22 심지 근처 거리
흔들리는 ENG 카메라(동주의 시선)가 길을 따라 간다.마주오는 행인들,옆구리에 책을 끼고 걸어오는 대학생.카메라, 대학생에게 Z.I 되면, 대학생, 카메라(동주)를 흘겨보며 가고. 카메라, 몇발짝 가다가 마주오는 30대 배불뚝이 남자에게 Z.I 되면, 배불뚝이, 카메라를 별 미친년 다 보겠네 하는 눈으로 보며 지나치고.카메라, 다시 앞을 보는데 저 멀리로 현우의 모습이 아주 잠깐 보이고(아직 인식하지 못한 상태) 더 가까이로는 철가방을 들고 씩씩하게 걸어오는 배달원이 보인다.철가방에게 Z.I 되는 찰나 갑자기 철가방 뒤로 오는 현우에게 Z.I 되면서 고정.
동주, 현우를 보고 멈칫하는데,현우, 동주를 보지 못하고 바로 앞의 골목으로 꺽어져 들어간다.
카메라, 흔들흔들 현우의 뒤를 따라간다.
S#23 주택가 골목
현우,상가 같기도 하고 주택 같기도 한 낡은 2층 건물로 들어가 계단 올라간다.
몰래 뒤따라온 동주,멈춰 건물을 올려다본다.2층에 붙어있는거북 화실 이라는 간판.
그것을 본 동주,뭔가 곰곰히 생각하는 눈치다.
(인써트)
예쁜 소형 빌딩에부부 레코드, 부부 화실 간판 나란히 걸려 있는 풍경 동주, 시계보고 돌아서는
S#24 호텔 커피숍 (동. 오후)
바다가 보이는.동주, 정장차림으로 허겁지겁 뛰어들어와 실내를 살핀다.
테이블마다 선보는 어색한 쌍쌍들이 진땀을 빼며 앉아있다.
동주(Na) 끔찍한 일이지만 어딜 가나 사는 모양은 똑같다.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든 사랑하 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하든.좀 다르게 살 수는 없는걸까?
여자를 기다리며 혼자 앉아있는 핸섬보이가 보인다.
동주 (기대에 찬, 마음의 소리) 혹시?
그때 부티나는 여자가 다가가 앉아버리고.
동주 (실망해서, 마음의 소리) 역시!
혼자 앉아 손수건으로 목 주위의 땀을 닦고 있는 남자.나이들어 보이고 속알머리까지 없는.
동주 (두려운 마음에, 마음의 소리)설마.
남자 (카메라 보며) 혹시 이 동주씨?
동주 (팍 김 새는)
(시간경과)
남자 (연신 땀 닦으며) 생각보다 젊으신데요,미인이시구요.
동주 (예의상 웃어주며,마음의 소리) 오죽하겠어요? 아저씨 수준에.
남자 뭐 물어볼 거 없으세요?
동주 (미소로, 마음의 소리) 아저씨 총각 맞아요? (물 들이키고 결심한 듯)이러지 말고
우리 간단하게 얘기하는 게 어때요? 그쪽이나 저나 살만큼 살았고 알만큼 아는데 뜸 들 일거 없잖아요.가장 필요한 조건이 뭔지 하나씩만 말해보죠.그것만 서로 받아들일 수 있 다면 반은 성사되는 거 아니겠어요?
남자 ... 좋아요.그쪽부터 말씀해보세요.
동주 김여사님한테 못들으셨을 거예요,그분도 모르시니까.전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가 계세요.
자식이라곤 저 하나니까 당연히 제가 모셔야 돼요.전 어머니를 모시고 살 남자가 필요해 요.
남자 (예상치 못했던 듯 숨을 깊게 들이쉰다)
동주 (득의양양 바라보며,마음의 소리) 이 정도면 알아서 물러나겠지.(쥬스 마시고) 이게 말 씀해보세요.
남자 저... 레코드가게를 운영하신다고 들었는데 월수입은 얼마나 됩니까?
동주 (말문 막히는) !!!....
S#25 호텔 커피숍 카운터
동주 나가는데.
캐셔 손님.
동주 (멈추며) 네?
캐셔 남자분이 한사람 것만 계산하셨는데요.
동주 (어이없고)
S#26 해변 도로변 (동)
동주,핸드백을 달랑거리며 힘없이 걷는다.
동주(Na) 이런 날은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바다바람이 불어와 머리를 흐트러놓는다.머리를 쓸어넘기며.
동주Na) 바람이 불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고.
S#27 슈퍼 (동)
생리대 고르는 동주.
동주(Na) 내가 필요한건 눈치껏 알아 챙겨주고.
S#28 해변도로 버스정거장 (동)
동주, 버스정거장과 택시 정거장 사이에 서서 어느 것을 탈까 고민하며 간판을 번갈아본다.
동주(Na) 어려운 결정을 해야할때 가려운 곳을 긁듯 적절한 조언을 해주고
둘다 포기하고 걸어가며
동주(Na) 그러면서도 날 설레이게 하는 그런 남자 말이다.
문득 서서 현우 떠올리며 생각하는
S#29 서점
(수입화집이 있을 정도의 규모)
동주, 진열대에서 영어로만 쓰인 화집을 꺼내 한장 한장 넘긴다.
S#30 심지 (다른날 오후)
동주, 카운터 밑에 쭈그리고 앉아 소주를 따르는데 유리 너머로 나타나는 현우.
놀란 동주,얼른 소줏병을 숨기고 앉아 재빨리 화집을 펼쳐놓는다.현우, 들어오면.
동주 안녕하세요?
현우 네 안녕하세요? (CD 고르는)
동주 (화집을 보는 척하며 현우를 힐끔거리고)
현우 (CD 한장을 골라 표지를 살핀다)
동주 그거....
현우 (보면)
동주 (쑥스러운) 제가 좋아하는 음반인데....
현우 (반갑게) 그래요? 그럼 꼭 한번 들어봐야겠는데요.
동주 그럼... 돈 내지 마시고 그냥 가져가세요.
현우 네?
동주 단골이시잖아요.선물로 생각하세요.
현우 (카운터로 가져오며) 그럼 안되죠..(하다가 펼쳐놓은 그림을 보고는 반가운) 그림 좋아 하세요?
동주 네? 네. (즉흥적으로 지어내는) 어렸을때부터 그림을 배우고 싶었거든요.
현우 반갑네요.주로 어떤 화가를 좋아하십니까?
동주 (당황스럽다) 화..가요? 음.. (주워들은걸 기억해내려 애쓰다가) 저... 모딜리아니를
좋아해요. (화사하게 웃으며) 특히 어느 학생의 초상을 좋아하는데 구하기가 쉽질 않네요.
현우 ??? (펼쳐진 그림을 가리키며) 이게 어느 학생의 초상인데요?
동주 ???... (그러다 뒤늦게 알아듣고는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사색이 되는데)
현우 (웃으며) 그럴 것 없어요.저도 그랬으니까.
동주 (무안한 눈길로 보면)
현우 대학교때 음대생하고 미팅하는 날 폼 좀 잡아볼려구 클래식을 잘 아는 선배한테 근사한 곡 하나만 알려달라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S#31 80년대 고전음악 까페
요정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다소곳하게 앉아있다.대학생 현우,만족스러운 눈길로 보는데 종업원 다가와 커피 내려놓는다.
현우 (잔뜩 폼 잡고) 이런 날엔 이런 우중충한 곡보다 베토벤의 소나타 봄이 어울리죠.
이왕이면 오이스트라흐와 오보린의 연주로 말입니다.(의기양양한데)
여자 (무자비하게) 지금 나오고 있잖아요.
현우 (아찔한채 굳어버리는)
S#32 심지 (동)
참지 못하고 푹 웃고마는 동주.부드러운 미소로 보는 현우.
동주, 웃음을 겨우 참는데 뚫어지게 보는 현우.동주, 의아하고 무안한데.
현우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을 해야될텐데....(생각하다가) 아, 졸작이지만 제 그림을 하나 드 릴까요?
동주 (기대감에 찬)
S#33 화장실 (아침)
콧노래를 부르며 머리 감고 있는 동주.
현우 (소리) 시간 되시면 내일 우리 화실에 한번 들르세요.
엄마 (애타게 부르는 소리) 동주야! 동주야!
동주 응, 나 여갔어! 잠깐만!
S#34 동주의 방
동주, 평소와는 달리 세련된 옷을 차려입고 옷맵시를 다듬고 있다.
엄마 (소리) 동주야! 동주야!
동주 (안방을 향해) 응, 나 여깄어! (향수를 칙칙 뿌리는)
S#35 안방
엄마, 누워서 동주야! 동주야! 부르고 있다.동주, 뛰어들어온다.
엄마 (퉁명스런 말투) 어디 가.
동주 (옆에 앉으며) 응, 모처럼 쉬는 날이라 친구 만날려구.
엄마 누구?
동주 엄만 모르는 친구야.
엄마 어디서?
동주 시내에서.
엄마 언제 올 건데.
동주 일찍 올께.몇시까지 올까?
엄마 (흘끔 시계 보면 1시다) 한시.
동주 (웃으며) 알았어.
S#36 거북 화실 건물 앞 (동)
동주,옷맵시 점검하며 온다.현우의 룸메이트,건물에서 나와 반대쪽으로 간다.
동주, 옷에 신경 쓰느라 룸메이트를 보지 못하고 건물로 들어간다.
S#37 화실 안 작업실 (동)
이젤이 여럿 서 있는 작업실과 휴식실로 분리된.
현우 (동주에게 포장된 그림을 건네며) 맘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동주 (받으며) 저.. 혹시 저처럼 나이 많은 수강생도 있나요?
S#38 거북 화실 작업실 (다른 날 오전)
동주, 이젤 앞에 앉아 스케치하는 법 배우고 있다.현우, 동주의 등 뒤에 바짝 붙어 동주의 오른손을 잡고 연필로 석고상의 비율 재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동주, 가슴이 뛰어 석고상도 연필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현우의 손이 하는대로 내맡긴 채 현우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만 쳐다본다.
S#39 심지 (다른날)
벽의 중앙에 걸린 스팅의 포스터(앨범쟈켓)가 내려진다.동주, 현우가 준 그림 (여인의 반누드화)를 그 자리에 걸고 천정의 부분 조명기를 그림을 향하게 조절한다.군데 군데 놓여지는 조각소품들.실내를 바꿔놓고 아주 만족스럽게 둘러보는 동주.
S#40 화실 작업실
얼추 그려지는석고상.뒤에서 지켜보는 현우.열심인 동주.
S#41 심지 (동)
동주, 기분좋게 들어오는데 지연, 카운터에 엎드려 있다.
동주 겨우 오전에 두시간 봐주면서 벌써 힘 빠지니?
지연 (임신진단시약을 내밀며)난 죽어야 돼.
동주 (눈 동그래져) 임신이야?
지연 (독 올라) 순전히 계획적이야.어울리지 않게 분위기 잡고 꼬시드니...
(시약을 던지며) 몰라 정말.
동주 잘됐는데 왜 그래? 적어도 둘은 있어야지.
지연 얘 낳아봐.어 하는 사이에 사십 돼고 아 하는 사이에 오십 돼.내 청춘은 끝장이라구.
너 우리가 환갑잔치하는 거 상상이나 해봤어?
동주 배 부른 소리 하지도 마.난 이러다 환갑에 애 날까 걱정된다.
지연 (정색을 하고) 너 형한테 절대 얘기하지 마.
동주 어쩔려구.
지연 그건 나중 일이고,어쨌든 얘기하면 안돼 응?
동주 (걱정스럽게) 알았어.
지연 (힘없이 일어나 나와 가방 챙기며) 넌 진도가 어디까지 나간거야?
동주 (카운터에 들어가 앉아 장부 꺼내며) 며칠이나 배웠다구.
지연 그거 말구. (은근하게) 그 사람 찐득찐득하게 굴지 않어?
동주 (핀잔조로) 다 너같은 줄 아니?
지연 그러니까 넌 아직 남잘 몰라.밀폐된 공간에서 여자랑 단 둘이 있는데 그런 맘 안품으면 그게 남자니? 사랑은 터취야!
동주 (정말 그런가 싶고)....
지연 경험상 충고하는 건데 내 남자다 싶으면 그냥 찍어버려.
동주 (진지하게) 어떻게?
지연 (답답하다는 듯 꽥) 그냥 쓰러지라구. (나간다)
동주 (생각하는)
S#42 동주의 방 (밤)
바탕지 위에 엉성하나마 낙타의 전체적인 윤곽이 스케치되고 있다.동주, 스케치하다말고 곰곰 생각하는.
S#43 화실, 휴식실 (오전)
돌돌 말려있던 그림이 펼쳐진다.현우, 낙타 스케치를 펼쳐보고는 픽 웃는다.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동주, 불편하게 앉아 치맛단을 끌어내리느라 고역이다.
현우 왜 하필이면 낙타예요?
동주 (치맛단 내리던 행동을 뚝 멈추고) 제, 제 방에 있는 것중에 스케치 할만한건 그것밖에 없거든요.
현우 낙타 키워요?
동주 (웃으며) 아뇨, 포스터요.우울할때 그걸 보고 있으면 좀 나아져요.꼭 내가 낙타가 되서
사막을 걸어가는 기분이 들거든요.아주 당당하게요.
현우 나도 한번 해봐야 겠는데요.커피 마실래요?
동주 네.
현우 (일어나 찻물 올리고 커피 타는 등의 일련의 행동들을 하며)
근데 왜 여태 결혼 안하셨어요?
동주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쪽은요?
현우 (허탈하게 웃으며) 가난한 그림쟁이한테 누가 시집 오겠어요?
동주 그럼 혼자 사세요?
현우 (웃기만)
동주 (궁금하고 긴장되는)
현우 룸메이트하구 살아요.
동주 (순간 여잔가 싶어 아찔하다.용기를 내어) 룸.. 메이트는 어.. 떤 사람이에요?
현우 인테리어 하는 친군데 아주 화통해요.동주씨하고도 잘 통할 거예요.
동주 (저으기 안심이 되는) 네 에...
현우 (뜬금없이 옷걸이에 걸려있던 자신의 자켓을 건넨다)
동주 ??? (보면)
현우 그렇게 불편하면 이걸로 덮으라구요.
동주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오르는데)
현우 (자상하게 다리 위에 자켓을 덮어준다)
동주 (숨이 멎을 것만 같다)
S#44 몽타쥬
1) 씬 29에서 현우가 사간 것과 같은 CD를 넣고 플레이 누르는 동주.
Ich Liebe Dich (by 프리츠 분덜리히) 흘러나온다.
2) 화랑,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현우.귀 기울여 듣는 동주.
3) 인써트. 처음보다 나은 낙타의 윤곽스케치.
4) 국밥집에서 순대국밥을 함께 먹고.
5) 인써트.
윤곽은 거의 뚜렷하고 입을 그리고 있다. 아직 눈이 안그려졌다.
현우 (소리) 눈을 먼저 그려야죠.
동주 (소리) 아직 자신이 없어요.
6) 길거리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걸어오고.
7) 인써트.
낙타의 털까지 명암을 넣어 비슷하게 그려넣은 스케치. 아직도 눈이 없다.
동주(Na) 낙타의 눈이 그려지고 완성이 되는 날,난 어쩌면 다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 감이 든다.더이상 혼자가 아닌 둘의 삶을.
8) 바닷가 까페로 들어가는 둘.
S#45 바닷가 찻집 (동)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마주앉아 술 마시는.둘 다 적당히 술이 오른
현우 혹시 그 기분 알아요? 언젠가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내가 서른살이 돼있는 거예요.
주위를 둘러보니 부모님은 안계시고 돈도 일자리도 없고 친구들은 하나둘씩 떠나가고,
남은 건 술에 찌든 몸 밖에 없을때...(그때 생각에 헛웃음 치며) 기가 막혀...
동주 알것 같아요.백일주를 마시고 잤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학력고사 날이더라.
그런 기분이겠죠?
현우 (손으로 연신 맥주잔을 돌리며) 맞아요. 꼭 세상에 사기 당한 느낌.
동주 그래요. 내가 삼십년을 살아온게 아니라 이미 서른 살이 되어 엄마 뱃속에서 나온거 같 구.(그의 손에 눈길이 가고)
현우 구세대도 아니고 신세대도 아니고.기성세대라고 하면 왠지 억울하고.
동주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엔 왜 적당한 호칭이 없는거죠?
현우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 맥주잔 돌리는) 난 이미 아저씨라는 호칭이 편해요.
동주 한때는 나도 뭔가 빛나는 존재가 될 줄 알았는데...(허탈하게) 고작 이거예요.
(현우의 손을 보고)
현우 (그런 동주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동주 가끔은 내가 너무 하찮은게 화가 나요.
현우 그런 생각 말아요.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든 다 귀한 존재예요.
동주 (마음의 소리) 우린 정말 통하는게 많아요.현우씨 눈빛만 보고도 무슨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아요.(습관처럼 또 손에 눈길이 가고)
현우 (의미 있는 눈길로) 동주씨하고 전 통하는게 많아요.(맥주병을 잡다가 동주의 손을 우연 히 스치는)
동주 (불에 덴듯 놀라 손을 빼며 벌떡 일어난다.그 바람에 맥주병이 쓰러지고)
현우 아유, 미안합니다.
동주 (....)
S#46 동주의 방 (동. 밤)
동주, 들어와 문에 털썩 기댄다.
동주 (아쉬운 마음의 소리) 바보! 등신! 가만히나 있지!어쨋든 현우씨도 날...
전화벨 울린다.
동주 (맥없이 받고)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네...(어두워지는) 천만원이요?
(시간경과)
동주,통장을 있는대로 꺼내놓고 잔고를 확인하다가 한숨만 쉰다.
주인여자 (소리) 요새 전세값 하늘 높은 거 몰라? 세상물정 모르네.지금 천만원 더 얹고도
들어올 사람 줄 섰어.
동주, 막막하다.
S#47 A 은행 (다른날)
동주, 대출 담당자와 마주앉아 상담하고 있다.
담당자1 (통장과 여러가지 서류들을 뒤적이다가) 작년에 가게 오픈하실 때 대출한게 상환액이 모 잘라 더이상 대출은 힘들겠는데요? 혹시 다른 담보 없어요?
동주 가게 내느라 집을 전세로 옮겨서..
(난감한)
S#48 B 은행 앞 (다른 날)
동주, 터덜터덜 나온다.
여행원(E) 정, 급하시면 신용카드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어요.보증인만 있으면요.
S#49 지연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다른 날 오후)
동주,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엘리베이터 문 열리자 타려는데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든 지연이 화난 얼굴로 썩 나온다.둘 다 놀란다.
지연 어쩐 일이야, 가게는 어떡하고?
동주 어디 가니?
지연 (가방을 툭 차며) 친정에.
S#50 커피숍
지연은 흥분해 자기말만 하고 동주는 자기 생각에 빠져 뚱한 표정이다.
지연 눈빛은 속여도 입덧은 못속이겠드라구.애를 안나면 이혼하겠대.흥, 누가 겁낼 줄 알고?
동주 (간절한 마음의 소리)지연아 나 돈 좀 빌려줄래?
지연 어림도 없지.자기야 애 하나 더 난다고 엉덩이가 퍼지길 해,뱃살이 트길해.
동주 (마음의 소리) 지연아 나 돈 좀.
지연 미쳤어?
동주 (점점 불쾌해지는)
지연 내 인생은 어떡하구? 그래서 좋다, 이혼하자 그랬더니 뭐래는 줄 아니?
애는 낳아놓고 이혼하재.말이나 되니?
동주 (벌떡 일어나더니 몰아치는) 넌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고 집도 있는데 무슨 불만이 그렇 게 많니?
지연 ??? 왜 그래?
동주 이 나쁜 기집애야! 그때 너만 아니었음...(눈물이 핑 돈다) 너만 아니었음...
(눈물 삼키며) 넌 정말 나쁜 기집애야.(횡하니 나간다)
S#51 커피숍 앞 거리
동주, 커피숍에서 나와 성큼성큼 걸어간다.
동주(Na) 가끔은 그때 병호형한테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랬다면 지금쯤 둘째아이를 갖고 가슴이 늘어질까 걱정하는 철부지 엄마가 돼 있을 까?
동주, 생각을 떨쳐버리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공중전화 박스가 보이고 잠시 망설이다
박스로 들어가는 동주.
S#52 도로에서 가까운 바닷가 (동. 오후)
현우, 뛰어온다.
동주 (반갑지만 멋쩍어서 발로 땅을 툭툭 차며) 미안해요, 갑자기 불러내서.
현우 아녜요, 근데 무슨 일이에요?
동주 그냥... 차나 한잔 할까 하고요.
현우 좋죠, 거기 갈까요?
동주 (기쁘다) 네. (걷는)
현우 (함께 걷다가... 동주를 붙잡는다)
동주 ???
현우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동주의 목에 둘러주면)
동주 (굳은 채 벅차오르는 느낌으로 가만 보며,마음의 소리) 이젠 놓치고 싶지 않아요.
날 사랑하죠? 용기를 내서 한마디만 해줘요.날 사랑한다고... 한마디만...
현우 (목도리 여며주며) 돌봐줄 사람이 없는 사람은 감기도 걸리면 안돼요, 알죠?
동주 (눈물 고인 눈을 애써 감추며) ....(목메인) 고마워요.
현우 울어요?
동주 (입술 깨물며 말을 못하고) ...
현우 (애처롭게 보고)
동주 (현우의 시선에서 뭔가를 느끼는듯 다가서려 하는데)
삐삐 소리 요란하게 울린다.동주, 깜짝 놀라 현우에게서 떨어지고, 현우, 멋쩍어하고.
동주, 미안한 얼굴로 번호 확인해보고는 힘이 쭉 빠진다.
현우 (보면)
동주 (금방이라도 울것 같다) 미안해요... 집에 들어가봐야 돼요.
S#53 현관
고모, 외출복 차림으로 부리나케 나와 신발 꿰어신고, 동주 따라나온다.
고모 아무래도 창식이네 집에 뭔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전활 하면 무턱대고 결번이래.
며칠 전만 해도 통활했는데 무슨 조화 속인지 모르겠다.나 갔다오마. (나가면)
동주 (모든게 다 원망스럽고)
S#54 욕실 (동. 밤)
엄마, 욕조에 들어가있고 동주, 엄마의 몸을 구석구석 밀어준다.집문제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와진 동주,여느 때와 달리 손길이 거칠다.엄마, 그 아픈 손길에 찡그린 얼굴로 불퉁스럽다.
엄마 아파! 살살해!
동주 (더 거칠어지고)
엄마 아프다니깐!
동주 (멈춰 때수건을 냅다 던진다)
엄마 (얘가 왜 이러나 싶은)...
동주 (바닥에 퍼질러 앉아 지친 듯 무릎에 얼굴 파묻는다)
엄마 추워! 빨리 해!
전화벨 울린다.
동주 (엄마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일어나 나가고)
엄마 (불안한 눈빛으로 보고)
S#55 거실
전화 받고 있는 동주.
아줌마(F) 나두 봐줄만큼 봐줬잖아.계약기간 지난지가 언젠데.
엄마 (소리) 동주야! 동주야!
동주 (수화기 막고 욕실을 향해) 좀만 기다려! 금방 가!
S#56 욕실
엄마, 물 속에 잠겨 허우적댄다. 굳어진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보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동주를 애타게 부를 뿐이다.
S#57 거실
동주 (벼랑 끝에 몰리자 오히려 화내는) 아, 글쎄 해준대잖아요!그리고 언제 봤다구 늘 반말 이에요?(팍 끊어버린다.화가 안풀려 인상 쓰며 그러고 서있는데)
엄마 (소리) 동주야! 동주야!
동주 (어쩔수 없이 신경질이 치솟는) 지금 가요, 가! 1분도 못참아요, 1분도?
S#58 욕실
필사적으로 버둥대는 엄마.들어오다 본 동주, 놀라 소리 지르며 얼른 달려간다.
엄마를 꺼내려하지만 쉽지가 않다.살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몸이라 무겁다.
동주와 엄마와 한몸이 돼 물 속에서 안간힘을 쓴다.동주의 온몸이 젖어들어간다.
간신히 물 밖으로 꺼내는 순간 눈빛이 이상해지며 멈칫하는 동주.동주, 갑자기 손을 놓는다.
다시 물에 빠지는 엄마.그 순간 엄마의 절망적인 시선과 부딪히는 동주의 시선.
싸늘하게 외면해버리고 만다.찰나적으로 스쳐가는 비장한 살의.엄마의 죽음과 자유를 맞바꾸고 싶은 유혹과 싸우는,수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는,복잡다단하기보다는 멍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그 표정.그 위로 엄마의 물먹은 소리.동주야! 동주야! 동시에 동주의 눈에서 주르르 흐르는 눈물.동주, 눈물을 흘리며 얼른 엄마를 단숨에 끌어낸다. 컥컥대는 엄마.
동주 (엄마를 붙들고 절규하는) 엄만 살만큼 살았잖아.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아 보고.더 살면 뭐해.무슨 영광을 보겠다구.맨날 누워서 아랫도리 다내놓고.엄마도 못할 짓이고 지금 가 도 억울할 거 없잖아.(목이 메여 꺽꺽거리는) 난, 난 뭐야. 나두 살고 싶어.남들처럼 맘 편하게 행복하게.아무 걱정없이 여행도 가고 남자도 만나고 단 한시간이라도 맘 편하게 살고싶다구.(목놓아 울고만다)
엄마 (눈물이 글썽해지는)
S#59 안방
자면서 한숨 쉬는 엄마.동주, 안스럽게 보며 이불 다독여주는데 현관문 걷어차는 소리.
(E) 동주야.
S#60 현관
동주 문열어주면 들어서는.
동주 여기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주무시고 오시지 그랬어요.
고모 안그래도 애들이 붙잡는데 니 엄마 걱정이 돼서 그냥 왔다.
S#61 동. 주방
(시간경과)
낙타 그림 (아직 눈이 안그려진) 보다가 한숨 쉬는데 고모 목소리 들려오는
고모(E) (주방에서) 나쁜자식,늙은 에밀 시집도 안간 사촌동생한테 맡겨놓고 지들끼리 야반도주 를 해?
S#62 주방
고모 술마시는데 다가서 엿보는 동주.
고모 (술마시다가 동주 발견하고는) 야, 이동주.
동주 (고모 옆으로 다가가 앉는)
고모 나 이집에 살 권리 있다.느이 아부지 시골서 올라와 자취할때 내 10년을 수발 든 사람이 야 내가. 그리구 느이 엄마한테는 또 뭐냐? 이 집에서 내 관이 나가도 할 말 없어 너는.
동주 (고모 다독거리며) 알아요 고모.(술 먹으려는 고모 말리며)이제 그만 드세요.
(고모 부축해 방으로 들어가는)
S#63 동. 주방
S#64 동주의 방 (동. 밤)
낙타와 자일. 그 위로 여자의 울음소리. PAN하면 비디오 돌아가고 있고애정만세 의 여주인공이 스탠드에 앉아 밑고 끝도 없이 울고 있다.
그 앞에는 동주가 벽에 널부러지듯이 기대어 앉아 아무 생각이 없다.
동주, 갑자기 일어나 낙타의 눈을 그리는(왠지 슬퍼보이는) 그림 쳐다보다가 뛰쳐나가는
S#65 동. 아파트 광장
목도리를 두르며 현관에서 나와 바람처럼 뛰어가는 동주.
S#66 화실 앞 (Vision)
숨가쁘게 계단을 뛰어오르는 동주. 노크할 새도 없이 벌컥 문을 연다.
S#67 화실 휴식실 (비젼)
동주, 성큼 들어선다. 그림 그리고 있던 현우, 돌아보고 놀라는데
동주 (가쁜 숨 몰아쉬며) 나 좀 데려가줘요!
현우 ???
동주 (눈물 툭 떨구며) 아무데나...아무데나.. 데려가줘요.
현우 (무슨 일이 있구나 싶은 얼굴로 일어나 다가가면)
동주 (달려가 안겨 흐느끼며) 가끔은 내가 왜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하느님이든 부 처님이든 어떤 조물주가 나를 이 세상으로 보낸 이상 존재 이유가 있을텐데 그건 뭘까,
지금 내가 내 의지대로 사는 건지,아님 날 만들어 낸 누군가의 각본대로 꼭두각시처럼 살고 있는건지,꼭 누구한테 시험 당하는 것 같아요.그래, 얼마나 버티나 보자,그렇게요.
현우 (토닥여주면)
동주 (울음이 더 북받친다) 이젠 지쳤어요.
현우 (동주를 떼어내 가만히 눈을 응시하는)
동주 (마주 보며) 사랑해요!
현우 .... (힘껏 안는다)
동주 (벅찬)!!!... 아무데나 가요.우리 둘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어요.여기서만 벗어나면 돼요.
(다시 현우를 보며) 그럴 수 있죠? 네?
현우 (힘있게 안으며) 그래요, 어디든 데려갈게요.
동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데)
S#68 화실 건물 앞 (현실)
뛰어오던 동주,멈춰 2층을 올려다본다.불이 켜져있다.갈까말까 망설이다가 결심한듯 들어가는.
S#69 화실 앞
동주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걸음 멈추는.
현우(E) 결혼 할지도 결정 안했는데 애를 가지면 어떡해? 이건 니 잘못이야.
룸메이트(E) 그럼 난 어떡해? 계약 결혼은 결혼 아니야? 현우씨 이제 우리 진짜 결혼하자.
동주 열린 문틈으로 엿 보는.
현우 난 영원한 독신주의자야.누구에게도 얽매이고 싶지 않아! 이제 헤어져.
룸메이트 (O.L) 현우씨.(하고 안기려는데 현우 밀쳐내며)
현우 이러지마, 은주한테 내가 먼저 손 내민적 없으니까.
동주, 문을 슬며시 닫으며 목도리 바닥에 떨어뜨리고 돌아서는.
S#70 화실 건물 앞
힘없이 걸어나오는 동주.
동주(M) 그래요, 나한테도 현우씨가 먼저 손 내민적 없어요....착각은 내 자유였나봐요.
S#71 택시 정거장 (동. 밤)
인적 없는 거리..뜸한 차도.. 넋놓고 서있는 동주.모든 희망이 산산히 부서진 최악의 상황.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 할지.아무 생각도 안 떠오르고 마냥 그렇게 서있는데 빈 택시 다가온다.택시 기사,타지 않는 동주를 힐끔 보고는 지나간다. 목석처럼 서있는 동주. 그때 삐삐 울리고..동주, 번호도 확인하지 않고 냅다 내던진다.
S#72 바닷가
(M) 오늘 밤은 나도 누구에게도 얽매이고 싶지 않다.
걸어가는 동주 밤 바다를 응시하다 소리 한번 지르고 허탈하게 웃어보는.
S#73 아파트 앞 현관
동주, 힘겹게 걸어올라 가는데 경비아저씨 붙잡으며.
경비원 이봐요, 아가씨.
동주 (보면)
경비원 아, 이제 오면 어떡해요? 아까 구급차 와서 어머니 실어가드만.
동주 (둔중한 것으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으로)...
S#74 병원 창구 (동. 새벽)
동주, 뛰어들어와 창구로 간다.
동주 환자를 찾는데요.
간호사 성함이요?
동주 (마음이 급해 말뜻을 못 알아듣는다) 성함이라뇨?
간호사 찾고 계신 환자 이름말예요.
동주 아 예.. 이름이... (생각하는) ...엄마 이름이...
동주, 엄마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엄마 이름이 뭐였더라?뭐였더라? 기억해내려 애쓰지만
마음은 급하고 기억은 나질 않고 폭발할 지경이다.초조가 극에 달한 얼굴로 머리를 헤집으며
기억해내려 애쓰는데.
간호사 환자 이름 모르세요?
동주 (울음 가득한 목소리) 엄마 이름이.. 생각이 안나요.(창구에 팔을 집고 두 손에 얼굴 파 묻고 어깨를 들썩이다)
(시간경과)
간호사 당황하지 마시고 찬찬히 생각해보세요.연세는 어떻게 되셨어요?
동주 (눈물 닦으며) 나이는 예순하나구요.중풍 환자예요.밤 11시쯤에 구급차가 와서 실어갔다 니까 아마 응급실 먼저 들렀을 거예요.
간호사 (컴퓨터로 찾아본다)
동주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고모 (소리) 동주야!
동주 (다급하게 돌아본다)
S#75 병실
고요히 자는 엄마.힘빠져 보는 동주.
고모 살다살다 별꼴을 다본다.자는 사람 깨워서 한밤중에 목욕 시켜달래더니 잠깐 나간 새에 물에 빠져서는(몸서리 치는듯) 아유 꼭 죽을작정 한사람 같더라니까
동주 (지난 밤 욕실사건이 떠올라 전율이 일고)
고모 근데 넌 밤새 어딜 간 거냐,삐삐를 쳐도 소식이 없고.
동주, 눈물 고인 얼굴로 엄마의 앙상한 손을 잡아본다.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아픈 마음으로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가만히 묻어본다.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동주 (목메인, 마음의 소리)엄마 이젠 그러지 마. 나... 아무데도 안가.
S#76 에필로그
Back Music \<목로주점\>
B은행에서 나오는 병호와 동주.동주, 착잡한데 병호, 호쾌한 얼굴로 어깨를 툭툭 쳐준다.
동주(Na) 집문제는 병호형의 보증으로 해결됐다.
공터.지연, 병호의 도움으로 운전연수를 하고 있다.
동주(Na) 지연인 출산하면 차를 한대 뽑아준다는 조건으로 집에 들어갔다.철이 없다는 건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든든한 무기일지도 모르겠다.
카운터 위에 소줏병을 올려놓고 순대국밥 먹는 동주.테입 고르는 꼬마 아이들이 킥킥대며 보지만
아랑곳 없다.
동주(Na) 난 여전히 음악을 팔고 순대와 들깨가 듬뿍 든 순대국밥을 먹고.
엄마의 훨체어를 밀며 아파트 광장을 가로질러 가는.
동주(Na) 엄마와 산책을 한다.
차에 타는 지연의 가족들.떠나는 그들을 향해 손 흔들어주고 쓸쓸한 얼굴로 심지로 들어가는.
동주(Na) 가끔 외롭긴 하지만 그것도 벗삼을 줄 알게 되었다.어쩌면 나이가 주는 지혜인지 도 모르겠다.
이젤 위의 낙타스케치. 눈이 그려지고 있다.
동주(Na) 내 예감은 보기좋게 틀렸지만 난 이제 혼자서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안 다.
셔터 내려지고 그 위에 ‘금일휴업이라는 쪽지 붙여진다.
동주(Na) 사막에 앉아서 비가 오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새 등산화의 끈을 질끈 동여매는.
동주(Na) 나는 오늘 낙타를 타고 떠난다.
설산.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는 동주.
동주(Na) 그러므로 비록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 해도 실망할건 없다.
산정에서 야호하는.
동주(Na) 내 마음의 낙타는 지금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사막의 오지를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으니까.
완벽한 낙타스케치 위로 노래 소리 커진다.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