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1일(이하 한국시각)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를 8,000만 파운드(약 1,650억)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키기로 합의했다.
사실 호날두의 이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으로서 언제나 레알 마드리드의 흰색 유니폼을 입는 것을 갈망해왔고 맨유에서 리그 3연패와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을 거머쥐며 잉글랜드에서는 이룰 것을 다 이루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야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도 한몫했다. 호날두는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에 반항을 했고 지난 맨체스터 시티와의 더비 경기에서 교체된 이후 코치진이 건넨 수건을 강하게 집어던지며 퍼거슨 감독에게 큰 불만을 품었다.
이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퍼거슨 감독은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말하며 맨유에서 행복하다고 퍼거슨과의 관계가 아무 이상이 없다며 자신의 이적설에 대한 진화에 나섰으나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패한 직후, 퍼거슨 감독의 전술에 서슴없이 불만을 표출하며 다시 한 번 이적을 암시했다.
게다가 이미 수년 전부터 호날두의 영입을 밝혀온 레알 마드리드는 '新 갈라티코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이 이달 초 부임한 이후 이적 진행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페레즈 회장은 맨유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맨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말의 뜻은 영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충분한 이적료를 지급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맨유의 새로운 7번은 누가 될 것인가. 맨유에서 7번은 다른 팀의 7번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맨유의 전설 조지 베스트 비롯해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호날두까지 거쳐 간 등번호 7번의 주인공은 맨유의 상징을 의미한다.
즉, 호날두의 빈자리는 맨유를 상징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선수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언론들이 가장 유력한 대체자로 바이에른 뮌헨의 프랑크 리베리를 주목하고 있다. 분데스리가를 평정한 리베리는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 수준급의 결정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호날두, 메시보다도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첼시,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등 경쟁 클럽이 많고 리베리 본인 역시 기후가 좋지 않은 영국행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어 영입이 쉽지 않다.
카림 벤제마 역시 강력한 후보군이다. 프랑스리그의 왕으로 불리는 벤제마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적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던 선수 중 한 명으로 맨유가 주목하고 있는 선수다. 2007/08시즌 프랑스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벤제마는 프랑스 국가대표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차세대 스타로서 발돋움하는 유망주이자 대표팀 선배인 트레제게와 앙리의 장점을 섞어놓은 선수라고 극찬받은 바 있다.
그러나 역시 눈독을 들이고 있는 클럽이 많고 본인 역시 큰 호응을 갖지 않아 섣부르게 영입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위건의 에이스 안토니오 발렌시아 영입의 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과연 7번이 적합한 선수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에콰도르 국가대표로 지난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하며 맨유가 왜 자신을 원하는지 증명했다. 그러나 맨유가 호날두의 역할을 맡길지는 몰라도 발렌시아가 호날두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찌 보면 7번이 가장 접합한 인물은 리베리도 벤제마도 아닌 웨인 루니일 것이다. 루니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력은 물론 소속팀에 대한 충성심도 남달라 맨유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맨유로 온 뒤로 부상에 시달리며 기대와는 달리 성장이 더뎠지만 일각에서는 호날두를 중심으로 한 맨유의 전술 탓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사실 이 의견이 100%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루니 본인의 기량 하락과 함께 호날두 성장으로 말미암아 자연스럽게 맨유의 전술은 루니가 호날두를 돕는 조력자가 되었고 이는 곧 루니가 역할변신을 함으로써 공격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조연으로 남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호날두의 이적으로 맨유는 루니를 중심으로 공격을 개편할 공산이 매우 커졌다. 루니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측면보다는 중앙을 선호한다."라고 밝히며 중앙으로 이동을 암시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중앙 공격수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발언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퍼거슨 감독도 이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호날두가 떠난 현재 루니는 맨유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선수다. 이는 리베리나 벤제마가 합류한다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올드트래포트의 킹' 에릭 칸토나와 가장 유사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칸토나의 재림'이라고 불렸지만 정작 칸토나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지 못한 루니가 새로운 올드트래포트의 킹이 될 것인지 혹은 새로운 7번의 주인공이 탄생할지 '맨유의 7번'이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