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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4월 24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424토] 탐관오리 지자체장 솎아내 재선 안 되게
감사원이 지역 토착비리 사례로 발표한 시장ㆍ군수 4명의 행각은 기가 막힐 정도다. 예산집행권과 인사권, 각종 사업의 허가ㆍ승인권 등 지자체장의 권한을 이용해 온갖 수단으로 재물을 긁어 모았다. 권한이 큰데도 그들은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아 4년 임기 동안 웬만한 잘못을 저질러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거의 없다. 자체 감사관들은 지자체장에 예속돼 있고, 견제 기능을 해야 할 지방의회는 아예 '한통속'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사례가 신고나 민원이 적극적으로 제기된 것들임을 감안하면 속으로 곪아터진 비리와 부정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스스로 사업정보를 흘려 수의계약을 맺고, 인사청탁을 받아 매관매직을 주도하고, 뇌물과 재산을 친인척 명의로 세탁했다. 그렇게 하여 호화별장을 받아 숨기고, 여직원에게 아파트를 사주어 비자금 관리를 맡기고, 부인의 골프연습장 운영을 도왔다.
6ㆍ2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 가운데 2명은 이미 정당 공천을 받았으며 2명은 신청해 놓았다니 부정축재의 또 다른 이유에 의혹이 쏠린다. 앞서 모 군수는 뇌물로 받은 현금 1억9,000만원을 집안에 숨겨두었다가 적발됐고, 또 다른 군수는 현금 2억원을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건네려다 체포됐다. 공천과 선거운동 비용을 임기 중에 뽑고, 다음 선거에 쓸 돈을 장만하는 현재의 구조가 지자체장의 부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선거와 무관하게 전ㆍ현직 지자체장의 부조리에 대한 감사와 수사는 철저하게 이어져야 하며, 주민과 관련자의 신고ㆍ고발을 위한 대책도 새롭게 강구해야 한다. 물론 이런 부류의 인사들이 선거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것은 당연히 각 정당과 유권자들의 몫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424토] 남북 대결이 부른 금강산관광 존폐 위기
지난주 금강산 관광지구내 남쪽 시설 일부를 동결한 북한이 어제 이들 시설 몰수와 함께 다른 모든 부동산을 동결하고 남쪽 인력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이후 첫 남북 경협 사업으로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북쪽의 이번 조처는 분명 잘못이다. 무엇보다 투자자산 보호를 규정한 남북 사이 합의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특히 북쪽은 이번 조처를 취하면서 남쪽 당국은 물론 사업권을 가진 현대아산 쪽과 어떤 합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북쪽은 몰수 이유로 “장기간의 관광 중단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들면서 “응당한 주권행사”라고 했지만 이는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자산 몰수·동결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다면 어떤 남북 경협 사업도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 북쪽은 이번 조처를 천안함 참사와 연결시키면서 “금강산 관광은 고사하고 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일발의 최극단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의 주체에 불과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보다 무서운 차후조처”를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다. 북쪽이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지금과 같은 남북 대결이 더 지속된다면 개성공단 사업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분위기다.
사태가 지금에 이른 데는 우리 정부의 책임도 크다. 정부는 북쪽이 금강산 사업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한 지가 두달 가까이 됐는데도 어떤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방관·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는 금강산 관광을 대북 압박수단의 하나로 여기는 정책기조가 크게 작용했다. 북쪽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죄어 핵문제 등에서 굴복을 이끌어내겠다는 이런 태도에 북쪽이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 남북관계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번 일을 잘 풀지 못하면 과거 냉전 시절과 같은 관계로 되돌아갈 것이다. 양쪽 모두 피해자가 되는 구도다. 아직도 기회는 남아 있다. 무엇보다 남북 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 고위급 대화를 통해 북쪽은 일방적 조처를 철회하고 남쪽은 관광을 재개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는 것이 그다음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424토] 미션스쿨 종교교육의 한계 정해준 대법원 판결
대법원이 평준화 제도하의 종교계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종교 교육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2004년 서울 대광고 재학 당시 '학내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한 강의석(24)씨가 "헌법에 보장된 종교·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퇴학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학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강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종교계 학교가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입학한 학생들을 상대로 특정 종파 교육을 할 때에는 허용 한계가 있다"며 "대광고는 종교과목 수업을 실시하면서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아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학생의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는 등 기본권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평준화 시대에 미션스쿨(종교단체가 종교교육을 위해 세운 학교)이 종교교육을 어디까지 시킬 수 있는가를 대법원이 처음 정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특정 종교가 세운 학교를 배정받아 다니는 학생의 종교 자유와 학생을 배정받아 건학 이념에 따라 종교교육을 시키려는 학교 방침 사이엔 늘 충돌의 소지가 잠재해 있다. 대법원은 "대광고의 경우는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에 비춰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개신교 235개, 천주교 64개, 불교 30개, 기타 211개 등의 미션스쿨이 있다. 이들은 모두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공교육의 일부도 떠맡고 있는 셈이다. 이 중 상당수 학교는 "(사립)학교가 종교과목을 개설할 때는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원하는 학생에게만 종교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선 여전히 전체 학생에 획일적으로 종교교육을 강요해 신앙이 다른 학생·학부모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우리 헌법 20조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는 개개인의 믿음·선교의 자유와 함께 남으로부터 믿음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처럼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나라일수록 남의 종교, 나와 다른 믿음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종교와 국가, 종교와 정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종교가 세속(世俗)과 거리를 두고 '해도 될 것'과 '넘어서는 안 될 것'을 슬기있게 구분해 절제해야만 세속의 욕망을 다스리며 갈등을 어루만지는 본래 역할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00424토] 스폰서 의혹 검사 사표만 내면 그만인가
어제 향응·성접대 의혹 파문에 연루된 검사들 중에서 첫 대응이 나왔다. 건설업자 정모씨가 실명을 공개하면서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된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그는 검찰의 별이라는 검사장까지 올랐다가 불명예 퇴진을 앞두게 됐다. 통상적인 사안이라면 이 정도로 매듭지어질 수도 있겠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검찰 스캔들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작에 불과하다. 정씨가 이름을 남긴 전·현직 검사 57명 전원에 대해 철저한 조사는 충분이 아닌 필요 조건이다.
정씨가 폭로한 내용대로라면 다양한 조치가 가능하다. 단순한 접대나 선물에 그쳤다면 검찰 내부의 징계 절차를 밟으면 그만일 것이다. 직무 연관성을 따져 뇌물 성격이 짙다면 엄정하게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면 된다. 성접대를 받았다면 성매매금지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사표 처리로 민간인 신분이 돼 직무 감찰 대상이 안 된다면 조사한 뒤에 사표를 처리하면 된다. 행여 어제 자살을 기도한 정씨가 폭로 능력이 떨어졌다고 착각하거나, 그래서 검사들의 해명만 믿고 어물쩍한다면 더 큰 화근을 부르게 된다. 야당은 검찰 진상규명위원회를 못 믿겠다며 특별검사제를 주장하고 있다. 어정쩡한 조사와 어설픈 조치로는 특검은 물론 제2, 제3의 조사를 자초할 뿐이다.
조사가 진행되다 보면 연루 대상들의 경중이 가려지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무혐의부터 경징계, 중징계, 해임, 파면, 사법처리까지 다양한 조치가 예상된다. 잘못한 만큼 합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지만 그 자체는 과정이며 최종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파문이 주는 교훈은 검찰이 거듭나라는 것이며 그것이 시대적 요구다. 연루된 전·현직 검사들 가운데는 벌써부터 책임 회피에 급급한 사례도 나온다. 국민들은 그들의 변명이 아니라 고백이 듣고 싶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검사 모두가 마음의 거울을 보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424토] 상상을 초월하는 지자체·토착세력 비리
감사원의 감찰에서 드러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토착비리 혐의는 수법이 노골적이고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감사원이 지난 22일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충남 당진군수는 관내 건설회사에 공사를 특혜 발주하고 아파트와 별장을 뇌물로 받았고,경북 영양군수는 자신이 대주주인 건설사에 무려 27건의 공사를 불법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들을 포함해 비리 혐의자 32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거나 통보했지만,솔직히 이는 지역사회에 만연된 비리 덩어리의 일각일 뿐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관급공사 발주 과정에서 뇌물을 매개로 한 지자체와 건설업체 간 유착(癒着),인사 비리 등은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비리가 적발된 일부 단체장은 오는 6 · 2지방선거 후보자로 한나라당의 공천까지 받았다. 비리관행에 얼마나 무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경남의 N건설 전 대표 정모씨의 폭로로 촉발된 '검사 스폰서(후원자) 파문' 역시 지역사회에 비리 구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단적인 사례다. 지자체장이나 검사는 해당 지역에서 막강한 권력을 악용해 특혜를 바라는 토착세력과 은밀한 주고받기를 일삼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권력과 토호세력의 불법거래는 국민 세금을 축내고 공직자들의 공평무사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소망까지 짓밟는다. 전방위적인 감찰과 수사를 통해 반드시 척결해야 할 일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424토] 주택업계 고강도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정부가 붕괴위기에 처한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또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대한주택보증 2만채를 포함해 총 4만채의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고 보유주택이 팔리지 않아 신규주택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융자 및 보증지원을 통해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게 골자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건설업계가 겪고 있는 자금난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주택수요기반이 어느 정도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침체국면에 빠져 있는 주택경기를 활성화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주택시장이 얼어붙게 된 근본 이유는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없고 분양가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와 양도세 면제 물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고 있고 정부의 보금자리 등 저가주택의 대량 공급도 민간주택 수요를 감퇴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주택보증 등을 통해 일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준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리츠ㆍ펀드를 활성화해 5조원을 조성한다지만 이 역시 문제가 많다. 부동산 침체로 투자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펀드가 조성될지도 의문이지만 무리수를 둘 경우 해당 공기업의 경영난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주택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퍼주기식 대책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다. 경기가 주저앉을 때마다 미분양 주택을 사주거나 세금을 깎아주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시장의 내성만 키우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책적 지원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건설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응'을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원을 통해 급한 불은 끄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채권은행들과 당국은 우량기업과 가망이 없는 부실기업을 가려 건설업의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정부 지원에 기대 생존하는 좀비기업들이 있는 한 문제해결은 어렵고 덤핑ㆍ과당경쟁 등 시장질서도 흐트러지게 된다. 저출산ㆍ고령화 추세와 함께 주택에 대한 수요기반 자체가 바뀌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택수급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택경기 침체를 부채질하는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시기를 적절히 분산하는 것도 주택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육정수(논설위원)-20100424토] 군사적 대응 필요하다
1976년 북한이 저지른 8·18도끼만행사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던가. 특수부대는 비밀작전을 벌였다. 북한군이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쳐 죽인 데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은 전쟁을 불사한 행동이었다. 실제로 전쟁에 대비해 전방의 군병원 환자들을 대거 후방 병원으로 이송했다. 6·25전쟁 후 처음인 ‘데프콘 2’(공격준비태세) 상황에서 특전사 1공수여단 팀은 판문점 ‘돌아오지 않는 다리’ 입구의 미루나무를 완전히 베어 버렸다.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시비 걸어 도발한 북한군은 뻔히 보고도 감히 덤벼들지 못했다.
* 도끼만행 때 ‘전쟁 불사’로 北 항복
작전에는 대통령경호실 작전차장보(전두환), 1공수여단장(박희도)이 개입했다. 팀장 K 씨(당시 소령·예비역 준장)는 “대원 64명이 손톱 발톱을 모두 깎아 부대에 보관하고 죽을 줄 알고 출동했다”고 회고한다. 이들은 나무를 베어 내고도 분(憤)이 안 풀려 북측 판문각 주변 초소 여러 곳을 부수고 돌아왔다.
미군은 F-4, F-111, B-52 등 수십 대의 폭격기와 7함대 항공모함 전단(戰團), 해병대 1800명을 미국 본토와 일본 기지에서 한반도로 이동시켰다. 함대는 동해의 북한해역으로 들어가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도 ‘북풍 1호’를 선포해 준전시상태에 들어갔다.
사건 발생 이틀 만에 박정희 대통령은 “미친개는 몽둥이가 필요하다”는 대(對)국민 연설을 했다. 그는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또다시 불법적인 도발을 자행하면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즉각 응징하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김일성은 다음 날 ‘유감표명’으로 항복했다.
천안함을 북한이 침몰시킨 것으로 밝혀질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할까.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1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비 중인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국민과 언론이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할 테니 대비하라’고 미리 가르쳐 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 대응’ ‘군사적 보복이나 응징’ ‘자위권 행사’ 등 여러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보복과 응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의 법칙에 따른 동종(同種) 동급(同級)의 앙갚음을 뜻한다. 자위권은 유엔헌장 51조의 ‘무력공격이 발생했을 경우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고유한 권리’를 말한다. 군사적 대응은 우리 군의 대비태세 정비와 대북(對北)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군 원로들과의 오찬에서 “결론이 나오면 행동으로 분명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만으로는 어떤 대응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방안이 확보되지 않으면 우리가 엉뚱하게 잃을 것도 많다”면서 “설사 보복한다고 해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수긍할 만한 대응을 뜻하는 것 같다.
* 대통령과 軍의 자세 분명치 않아
현역 및 예비역 장성 중에도 군사적 보복은 실기(失機)했거나 적절하지 않다는 측이 적지 않다. 북의 위장 침투 공작원 2명에게 살해될 뻔했던 황장엽 씨(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군사적 대응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한반도를 전쟁이 일상화된 지역처럼 비치게 하려는 북의 의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괄적 의미의 군사적 대응은 반드시 해야 한다. 무기체계 개선과 위기대응 시스템의 구축, 군의 인적 개혁과 기강 확립 등 우리 군을 총체적으로 혁신하는 작업은 필수적인 군사적 대응에 포함된다. 전쟁 위험이 있는 무력 보복은 자제하더라도 ‘잘못 건드렸다가는 이젠 정말 큰일 나겠다’고 북이 깨달을 정도의 상징적인 군사적 조치도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북은 지난 10여 년보다 남쪽을 더 우습게보고 더 자주, 더 큰 도발을 할 것이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송원섭(JES 선임기자)-20100424토] 아이패드 열풍
국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이 요즘 부쩍 열을 올리는 신상품이 있다. 아이폰에 이어 애플이 내놓은 태블릿 컴퓨터 아이패드다. 아직 국내에선 정식 발매도 되지 않았건만 이미 온라인에서는 갖은 수단을 통해 아이패드를 입수한 사람들의 자랑이 한창이다.
지난 3일 미국에서 발매된 아이패드의 판매량은 첫날에만 30만 대, 현재 80만 대를 넘어섰다. 이달 말로 예정됐던 국내 발매는 미국 내 판매 물량이 달린다는 이유로 한 달 뒤로 연기됐다. 물론 아이패드가 잘 팔린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미 아이패드가 불붙인 태블릿 컴퓨터 열풍이 콘텐트 시장의 방향을 바꿔 놓을 것이란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명 IT 칼럼니스트 제프 저비스(Jeff Jarvis)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인기는 결국 콘텐트 생산을 저해하고, 인터넷 이용자를 다시 소수의 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자 구조로 되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 제품들의 폐쇄성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게다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는 140자 내외의 트위터 입력도 힘겹다. 어쨌든 이런 예측들은 최근까지 온라인 세계를 지배했던 ‘웹 2.0’ 이론의 근간인 ‘콘텐트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벽이 무너진다’는 의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숨죽이고 세상의 변화를 한탄하던 기존의 올드 미디어들에겐 정말 솔깃한 얘기다. 이미 수많은 기업과 매체들이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새로운 모바일 기기를 통한 콘텐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 음악, 전자책(e-book), 영상 콘텐트 시장이 들썩인다. 물론 아직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비자’에선 은 주왕(紂王)이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자 그의 숙부였던 현인 기자(箕子)가 벼슬을 버리고 숨은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기자는 “상아 젓가락으로는 막사발에 밥을 먹을 수 없다. 그래서 금은과 도자기로 그릇을 만들면 평범한 음식을 담을 수 없다. 이렇게 격을 맞춰 가다 보면 결국 사치가 만연하고 민심이 떠나 나라가 망하고 만다”고 예견한 것이다. 이 말을 비웃은 중신들은 뒷날 주 무왕의 쿠데타에 목숨을 잃었다. 변화의 조짐에 대한 이른 파악과 대처는 생사존망을 가를 수도 있다는 교훈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유병선(논설위원)-20100424토] ‘작은 용산’ 두리반
‘두리반’이라는 고운 우리말이 있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이란 뜻이다. 서울 동교동 3거리에 ‘두리반’을 상호로 내건 칼국수 집이 있다. 서점에서 일하다 책만 읽고 그냥 가버리곤 하는 사내와 눈이 맞아 살림을 차렸다는 안종려씨가 2005년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칼국수 반죽을 시작했다. 서점에서 책만 읽던 사내인 유채림 작가의 말을 빌리면, 가난한 소설가만 쳐다볼 수 없던 아내가 ‘네 식구의 목마름을 해결하려 판 우물’이 두리반이다.
지난해 성탄절 전야였다. 용역들이 들이닥쳐 집기를 끌어내고 식당문을 철망으로 막아버렸다. 2006년 신공항철도 공사로 ‘지구단위계획’에 묶이면서 불어닥친 철거 폭력이 두리반을 덮친 것이다. 안 사장은 낙담했고, 유 작가는 흔들렸다. 유 작가는 가난한 소설가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이번 소설만 잘 되면…”이라며 아내의 마음을 돌려보려 했다. 하지만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아내는 ‘싸우다 죽겠다’는 각오가 선명했다. 권리금만 1억원이 들었는데 철거 보상은 300만원이 고작이었지만, 돈의 문제를 넘어섰다. 12월26일 새벽, 부부는 철망을 뜯고 그들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두리반 농성이 오늘로 121일째다.
지난해 1월20일 서울 용산에서 솟구친 불꽃은 ‘용산 참사’라는 슬픈 기억을 새겨놨다. 1년 만에 간신히 장례는 치렀지만, 잔혹한 재개발과 참담한 철거민의 현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용산이 일단락되자 두리반이 뒤를 잇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민간개발업자의 강제철거에 맞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두리반과 용산 남일당 망루가 상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 단지 두리반에는 ‘용산 참사’라는 역사의 기억이 얹혀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제2의 용산은 없어야 한다는 각성, 그것이 두리반을 ‘작은 용산’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 땅의 철거민 문제를 짊어진 두리반의 가난한 소설가 부부에게 요즘 홍대앞 젊은 인디 음악가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요일별로 음악회와 영화상영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로 두리반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이들이 내친김에 오는 5월1일 노동절에 판을 키운다고 한다. 두리반을 위해 60개 이상의 인디밴드가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동절까지 두리반이 무사할지를 걱정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김종신(한국수력원자력 사장)-20100424토] 머리서 캐는 에너지
나무 심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나무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목재로 활용됨은 물론 홍수와 가뭄을 막아주며 산소를 공급해주는 등 이로움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런 까닭에 중국 춘추전국시대, 그러니까 기원전 670년 무렵 제(濟)나라의 정승이었던 관중(管仲)은 이런 구절을 남겼다. `십 년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고, 백 년 계획으로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 만한 것이 없다(十年之計 莫如樹木 百年之計 莫如樹人).`
나무 심는 일이 십 년 앞을 대비하는 것이라면, 인재 양성은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세우는 계획일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교육을 국가의 백년대계로 삼아왔고, 지금도 자식 교육보다 더 헌신적인 경우는 없을 게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수많은 우수 인재를 양성해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자 의장국으로 부상했고 이는 세계 중심국으로 발돋움하는 원동력이 될 게 틀림없다.
원자력발전도 오늘의 도약은 우수한 인재 덕분이라 할 만하다. `석탄은 땅에서 캐내는 에너지지만, 원자력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라는 말처럼 원자력은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에너지원이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세계 5위권의 원자력 발전국가이자 원전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전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오로지 `기술 자립`을 위해 숱한 설움을 겪으면서도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묵묵히 일해 온 꿈과 애환이 서려 있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첫 수출품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해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매김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과 열정을 갖춘 인재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회사는 얼마 전 신입사원을 뽑고 지금 교육 중이다. 그들이 1년여 신입사원 교육을 마친 뒤 현장에 배치될 땐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견인하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삼림의 울창한 숲이 우리의 미래를 풍요롭게 하듯이, 훌륭한 인재는 기업과 국가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한다.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새순이 움트는 시절, 눈빛을 반짝거리며 야무진 포부를 밝히는 신입사원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갖는 게 혼자 뿐일까.
첫댓글 잘 봤슈. 동아가 제일 강경 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