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섬,동검도 자전거 여행
-언제:2013.04.07
간밤에 제법 많이 내린 비 탓인지
날씨는 맑고 쾌청했지만 바다를 스쳐오는 갯바람이 종일 세차게 불었던 휴일 오후,
섬 속의 섬,강화도의 동검도라는 조그만 섬으로
자전거 여행을 갔습니다.
때때로,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졸고있는 감정을 일깨우는데
여행은 필요한 활력소가 됩니다.
몇 해전 가을,
지인들과 함께 도보 여행으로 섬을 한바퀴 돌며 발견해 두었던 갈대숲이 문득 떠올라
먼지 낀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겨우내 아파트 발코니 한켠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린
바퀴에 바람 빠진 자전거를 꺼내어 길을 나섰습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평화롭고 적요한 이른 봄의 한낮,
강화본섬을 잇는 연륙교에서 본 동검도.
1985년에 당시 공사비 약 1억원을 들여 놓인 이 연륙교는
동검도 사람들을 강화본섬과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바다를 둘로 갈라놓은 단절의 다리이기도 합니다.
바닷물을 소통하게 하는 아치형 다리가 아니라
매립형으로 놓였기 때문에 양쪽의 바닷물이 막혀 인근 해양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늘 흐르는 물처럼 살 수는 없다고,
때때로 물살을 거스르는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봄볕이 내려앉은 개펄위
칠면초는 지난한 겨울을 잘도 견뎌내고 초록의 봄을 꿈꾸고
개펄 사이를 휘돌아 흐르는 바닷물은 먼 바다를 그리워합니다.
연륙교를 건너 동검도에 들어와 왼쪽으로 난 좁다란 길을 따라가면
작은 어촌 마을 아래 제방길이 나타납니다.
서두물 포구 가는길에 보이는 저 섬(무인도)은 '동그랑 섬'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갈대가 있는 개펄
얼핏 진달래 연분홍빛에 잠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인적드문 어촌의 빈 봄산에서 나홀로 느끼는 이 지극한 즐거움!!
이제는 누가 뭐래도 바야흐로 봄입니다.
누군들 섬이 아닌가!
섬은 바다로 둘러쌓이고 뭍과 떨어졌으므로 고립과 유폐의 표상이다.
섬은 전체로 지속하는 세상과의 단절,파편,불연속성.맥락 없음의 은유어다.
그것은 무리와 군중에 대척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개별적 현존을 가리킨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섬이다.
섬이된 '나'
그 일인칭 단수는 무리의 부분집합이 아니다.
'나'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복수성의 권위를 특화하는 사람들 속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현상이다.
-<섬>,장 그르니에/김화영 옮김(민음사) 에서.
자전거가 있는 풍경
이렇게 바람이 심한 날이면 느낄 수 있어
사랑은 저리도 절절이 몸을 흔드는 나무와 같다는 걸
그 나무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새와 같다는 걸
그런 풍경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우리 두 마음이라는 걸.
-여림,<느낌>전문
한 때는 바람을 붙잡고 싶은 욕망을,
바람과 내통해 보고 싶다는 욕망을 오래도록 품은적이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고
무엇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래를 잉태할 수 있는 자궁과 같은 것,
즉 자기앞에 놓여있던
삶의 온갖 기능성들이며 꿈이고 이상이다.
-장석주,고독의 권유(다산책방) 에서
갈대숲으로 난 길
산수의 아름다움을 쫒아 바람을 씹으며 이곳 저곳 헤매고 다녀도
늘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느끼지만 자연 속에서는 결코 권태란 없습니다.
권태는 오직 인간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인가 봅니다.
많은 이들이 동검도를 찾아오지만 갈대밭이 아름다운 이곳엔
언제나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고 적막하기만 합니다.
가끔 들러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멋진 풍광을 지닌 나만의 장소 한곳이
생긴셈입니다.
개펄위로 난 이 갈대숲길은
아마도 한 때는 만선의 고깃배들이 드나들었던
포구로 사용되었던 길이었을텐데
지금은 서두물 포구가 생기면서 쇠락의 길이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갈대밭에도
개펄위에도 저마다의 길들이 있습니다.
길은 생명체가 사는 곳이면 숙명처럼 생겨납니다.
나는 아직도 무사히 쓸쓸하고
내 쓸쓸함도 무사하다네
하루가 얼마나 짤막한지
알지 못했다면
단 하룬들
참지 못했으리
배를 타려하네
섬
깊은 독서 끝에
처박혀지는
나는 아직도 무사히 쓸쓸하고
왜냐하면 그게 그거인 나날
그러나 비유는 다채롭기에
-황인숙 시인,<비유에 바침>
귀로
서두물 포구 가는길,개펄위에서 휴식중인 목선과 동그랑 섬
유치권은
물권의 일종으로 채권과 목적물 사이에 견련관계가 있으면
누구에 대해서나 주장할 수 있는 절대적 효력이 있습니다.
또한 특정한 목적물에 대한 인도 거절권으로서 채무 전액에 대한
변제를 받을 때까지 주장할 수 있으며
기본채권이 소멸하면 유치권도 소멸합니다.
점유의 상실,선관주의의무위반,상당한 담보의 제공등의
특별한 소멸사유도 있습니다.
서두물 포구 가는길에 본 동검도 어촌 마을과
뒤로 보이는 산은 길상산.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입니다.
러시아 만주 습지에서 번식하며 겨울이면 일본의 북해도,
강원도 철원이나 강화도로 남하하여 월동을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볍씨나 율무등 곡식을 먹지만
이곳 강화도에서는 게,갯지렁이 같은 개펄 생물을 먹습니다.
동그랑 섬(무인도)
서두물 포구
뒤로 영종대교가 보입니다.
휴식중인 바다 갈매기
그 새는 자기 몸을 쳐서 건너 간다.
자기를 매질하여 일생일대의
물 위를 날아가는 그 새는 이 바다와 닿은,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는, 다만 머언, 또다른 沿岸(연안)으로 가고 있다.
-황지우,오늘날 箴言의 바다 위를 나는
시집<겨울 - 나무로부터 - 봄 - 나무에로>
섬에서 뭍을 바라보니 알겠습니다.
섬에서는 모든 것이 다 그리움이 된다는 걸.....,
서두물 포구 소경
나는 비네,
서로의 가슴에서 잠들 수 있기를.
새의 깨끗한 노래로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베고니아 꽃 앞에 서기를.
사색과 묵상으로 고른 숨을 쉬기를.
서로가 숨을 열고
서로의 계명으로 노래 부를 수 있기를.
옭아 죄고 할퀴고
핏발 세우던 사람들이
한 겹 한 겹
피가 돌아
개화의 눈물겨운 용틀임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인간.2 /박주택
퉁명한 찬바람이 온종일 쉴새없이 불었고 서산으로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내 자전거 여행도 어느새 종착지를 향해 갑니다.
걸음을 멈추고 회화나무 아래 앉아 있다
시간은 내게 풀잎이 젖은 몸을 말리며
천천히 일어서는 속도로 왔다가
수련이 열었던 꽃잎을 닫는 걸음걸이로
나를 지나가는 게 보인다
멈추니까 시간이 보인다
속도의 등에서 내려 이렇게 멈추어 있는 동안
속도는 오늘도 정해진 궤도를 거침없이 달려가고
내 다시는 궤도의 끝자리에 다다를 수 없어
많은 것들을 놓치리란 예감이 든다
생활은 다시 회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갔더라도 언젠가는 내렸을 것이다
내리니까 비로소 내가 보인다
내리니까 가까운 이들의 얼굴이
꽃으로 보이고 꽃의 숨소리가 들린다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으로
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나는 여기서 멈추고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멈추어 선 숲도
언제나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고
눈을 감고 미동도 않는 저 산도
살아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회화나무 아래 걸음을 멈추고 앉아 있으니
하늘에 비친 세상의 얼굴이 보인다
부드러운 속도/도종환
-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 중에서
오늘 하루,
바다와 대지가 내뿜는 숨결은 몹시도 거칠었습니다.
-끝.
아무런 회한도 없이,부러워 한다.
오늘 처음으로 <섬>을 열어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알베르 카뮈.
사진,글:윤선한
<2013.04.09>
첫댓글 멋진 사진과 글 잘 감상했습니다....^^ 좋네요..^^
쥔장님의 순수한 감성과 잔잔한 섬의 구도까지 넘 어울리는 멋진님 감사합니다.
과찬 감사해요^^
글전체가 시며 그림입니다.감동을 댓글로 달기엔 글재주가 없네요..동검도 몇년전 중간에 빠지는 바람에 못가서 한번 꼭 가야지 했는데 사느라 잊었네요.오월이 멋있었던거 같애요.그때가오월였죠?
코스모스 한들거렸던 시월로 기억되네요^^
귀국은 하셨나 모르겠군요.
4월 정모는 근교 산으로 봄나들이 가려고합니다.
켁!!이젠 기억력까지 ㅠㅠ. 시월이었나요? 그렇네요.코스모스 에서 사진찍었던것이.......6월초에 갑니다.
저도 자주 가는 곳인데........ 본죽갤러리에서 늘 차를 마시면서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해 넘어갈때쯤 ...... 다시 나와 산책하고 .... 암튼 좋네용
이번에 보니까 펜션과 갤러리들이 많이 생겼더군요.
바다가 보이는 갤러리에서 차한잔! 멋지네요.
가보면 그저그런길을 참 멋지게도 올리십니다.4월 정모 꼭 참석하려합니다. 생각대로라면 한10분만 모이면 천하제일경 거제도 망산을 25인승버스 빌려 무박으로 가고싶은데 인원도 무리고 비용도 마니 내야하니 부담스러워 ....한번 만나서 의논드릴께요!
거제도 망산 잠깐 검색해보니 천하절경이란말이 괜한말은 아닌듯합니다.
카페 정모로 가기에는 인원 모집이 쉽지않을것 같고요
근교 봄꽃산행지 좀 추천해주세요
4월 마지막 주 토욜로 공지하려고 합니다.
거제도는 다음기회를 기약해봅니다.^^
사람 ...
풍경....
글...
그리고 느낌...
넘 좋습니다..
님의 발길이 닿는곳은 어디나 아름다운 시가 됩니다
.......
무작정 찾아가 보고 싶게 만드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