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겨울 여행지 4곳
겨울 여행의 재미는 역시 눈과 얼음이다. 산들은 하얗게 눈꽃을 덮어쓰고, 강들은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시린 바람 속에서도 겨울의 제멋을 느낄 수 있다.
#태백산
아마도 야간산행을 가장 많이 하는 산중 하나가 태백산일 것이다. 밤기차로 떠나 새벽산행을 한 뒤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출의 기쁨도 클 뿐 아니라 눈꽃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행도 그리 버겁지 않아 심야산행, 심설 산행 코스로 그만이다. 태백산은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흘러내린 백두대간의 한가운데에 있다.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백산(白山) 중에서도 가장 크다(太)는 뜻이다.
산행은 유일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가장 편하다. 정상까지는 딱 2시간 거리. 임도를 따라 놓인 길을 그대로 따라올라가면 된다. 임도가 끝날 즈음이면 주목군락지가 나타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은 신목(神木)으로 여겨져왔다. 태백시에 자료에 따르면 주목은 모두 3,928그루. 어둠 속에서 눈꽃을 쓰고 있는 모습이 두꺼운 갑옷을 입은 무사 같기도 하고, 조각가의 추상 조형물 같기도 하다. 짧게는 30년 수령의 나무부터 길게는 980년생 노목도 있다고 한다.
수령 수백년의 주목 중에는 보호망을 둘러친 것도 있다. 주목 껍질이 몸에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래 껍질을 벗겨간다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는 주목 번식을 위해 심은 묘목밭에도 바람막이 방풍막을 둘렀다. 정상 장군봉(1,566m) 바로 못미쳐서는 천제단이 놓여있다. 천제단은 신라 때부터 국제(國祭)를 올렸던 다섯 산 중의 하나. 북쪽에 있어 북악이라고도 불렸다. 주목 군락지 너머로 해가 뜬다. 산줄기에 푸른 새벽기운이 내려앉았다.
해뜨기 직전 동쪽에서부터 붉은 띠가 서서히 푸른 하늘로 퍼져나간다. 아침 해의 열기에 계곡에서 물안개가 피어올라 운무가 되고, 넓은 산자락을 뒤덮는 모습이 신비롭다. 눈꽃이 서리서리 열려있는 주목은 신비스럽기 까지 하다. 천제단 앞에서 문수봉으로 오르는 길과 당골광장으로 향하는 하산길이 나눠진다. 당골광장 쪽으로 몇 계단을 내려서면 조선조 제6대 임금이었던 단종의 비각이 서있다. 단종은 죽어서 태백산 신령이 되었다고 한다.
▲길잡이 교통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를 지나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빠진다. 제천IC를 벗어나 제천읍내 쪽으로 달리다보면 오른쪽으로 영월·단양 방면 국도 5호선에 이어 국도 38호선을 만난다. 지난해말 정선까지 4차선으로 확장됐다. 석항에서 오른쪽 국도 31호선(상동 방면)을 탄다. 38호선도 태백으로 이어지지만 사북과 고한쪽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상동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이 유일사 매표소. 더 내려가면 오른쪽에 당골광장과 석탄박물관이 있다. 태백산도립공원(033-553-5647), 관광안내소(550-2828). 맛집으로는 태백 중앙로에 있는 한우마을 실비식당(552-5349)이 잘한다. 태백산 주변에는 태백산민박촌(550-2749), 태백산모텔( 552-5977), 별장여관(552-5037), 녹원장여관(552-8722), 천왕산장(552-4378), 리버사이드(554-0607) 등이 있다.
#인제 소양호
소양호 최상류인 인제군 남면 일대는 1월 중순이면 온통 얼음벌판으로 변한다. 산자락마다 골을 타고 내려오는 매서운 바람이 1월초부터 호수를 얼음판으로 만든다. 옛썰매를 즐기거나 얼음치기, 빙어낚시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얼음 벌판이다. 얼음벌은 남면 남전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제 소양호는 춘천의 소양호와는 꽤 떨어져 있다. 설악산으로 가는 길목인 국도 44호변에 위치한 남면 소양호 자락은 내설악에서 흘러나오는 계류와 방태산에서 내려온 내린천이 만나는 소양호의 첫 물줄기. 양구대교까지 얼음평야가 무려 3백만평이나 된다.
반투명 유리같이 뽀얀 빙판 위에서는 옛날 썰매도 볼 수 있다. 군축교 아래 인제 선착장 부근과 남전리 부두 앞에서는 굵은 철사날이나 스케이트날을 단 옛날 썰매를 빌려준다. 외날썰매에 앉아 시범을 보이다 엉덩방아를 찧는 아버지, 카메라를 들고 아이들을 쫓아다니는 어머니,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강을 건너는 연인들의 모습 등이 정겹다. 얼음판 한쪽 구석에서는 얼음을 깨고 빙어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도 많다. 은칠을 해놓은 것처럼 반짝거리는 빙어는 그 자리에서 초장에 찍어 먹을 수 있다. 1월부터 4월까지 낚이는 빙어는 이름 그대로 찬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추울수록 더 잘 낚인다. 날이 풀리면 깊은 강바닥으로 숨어버린다. 어민들은 전기톱으로 얼음을 뚫고 덤장(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정치망)을 설치해 빙어를 잡는다. 훈제빙어, 찐빙어, 구운빙어 등 상품도 가지각색인 빙어는 일본으로도 수출된다고 한다.
▲길잡이 팔당대교를 지나 양평을 거쳐 홍천∼인제간 국도 44호선을 탄다. 신남을 지나면 서서히 얼음이 언 호수가 보이기 시작하고 인제 못미쳐 부평리 선착장이 얼음축제 행사장이다. 부평리를 지나 5분 정도 가면 군축교가 나타난다. 군축교 아래에도 차를 댈 만한 공간이 있다. 인제군청은 해마다 빙어축제를 열어왔다. 풍어제와 빙어가요제, 댄싱경연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얼음축구대회, 빙상볼링,빙어낚시대회, 썰매타기, 빙어게임, 스노모빌, 얼음조각전시회, 눈조각전시회, 이글루전시회, 모터패러 시연회, 얼음분수 등이 해마다 열리는 행사다.인제군청 (033)460-2366
#한라산
한라산은 겨울에 가장 신비스럽다. 아마도 가장 많은 눈이 내리는 산 중 하나. 겨울이면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과 북쪽에서 내려오는 시베리아 푹풍이 만나 한라산에 함박눈을 퍼붇는다. 영실코스가 가장 보편적이다. 영실은 구상나무들이 많은 곳으로 눈이 많이 내리면 허리까지도 파묻힐 정도다. 눈꽃터널을 따라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영실의 기암은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하나. 계곡 우측에 흩어져있는 기암괴석의 모습이 기기묘묘하다. 영실기암에는 설문대 할망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설문대 할망은 제주도를 만든 여신. 설문대 하르방과 혼인을 했는데 아들 500명을 낳았는데 이 아들들이 기암으로 변했다고 한다.
윗세오름 일대가 설경은 가장 아름답다. 나무들이 눈속에 파묻혀 마치 군병처럼 서있는 모습이 신비스럽다. 어리목 코스도 좋다. 어리목은 겨울이면 노루를 볼 수 있는 곳. 눈 속에 잠긴 노루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내려오는데 관광객들이 옆에서 봐도 도망가지 않는다.
겨울 오름트레킹도 해볼만하다. 제주도 전역에 오름이 368개나 된다. 오름이란 일종의 기생 화산. 제주 들판을 달리다보면 젖무덤처럼 봉곳하게 솟은 구릉이 대부분 오름이다. 제주의 오름중 가장 아름다운 오름은 용눈이 오름. 용눈이 오름은 높지 않다. 겉에서 보면 밋밋한 봉우리지만 오름에 올라서면 곡선미에 놀라게 된다. 나선형으로 굽은 오름의 선이 마치 완만한 파도 같다. 성읍민속마을의 초가를 닮기도 했다.
오름 위를 걷다보면 동서남북의 풍광이 모두 다르다. 북쪽으로는 오름선 너머로 다랑쉬와 아끈다랑쉬 오름이 고개를 불쑥 내밀고 있다. 다랑쉬는 달이 뜨는 오름이라는 뜻. 아끈다랑쉬는 작은 다랑쉬란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서쪽으로는 둔자봉 능선 너머로 한라산 정상이 뚜렷하게 보인다. 남쪽으로는 검은 화산토로 이뤄진 들판이 광활하다. 동쪽으로는 성산 일출봉과 함께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용눈이 오름은 기껏 200m 조금 넘는 언덕이지만 전망대처럼 풍광이 좋다.
▲길잡이 한라산은 겨울에는 낮 12시 이후에는 올라갈 수 없다. 등반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또 산장에서 묵을수도 없다. 한라산국립공원(064-713-9950~3) 용눈이 오름은 송당 사거리에서 16번 도로로 15분을 달리면 삼거리가 나오고 좌측으로 ‘화도’라는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된다. 10분 정도 달리면 산담으로 둘러싸인 무덤이 보이는 곳이 용눈이 오름이다. 중문에서 가까운 재즈마을은 최근 새로 지은 펜션중 하나. 푸른 지붕, 더 왈츠, 노래하는 산호, 시네마천국 등 모두 4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객실만 25실이다. 펜트하우스형, 복층형 등 펜션 종류도 다양하다. (064)738-9300. 대장정 여행사(02-3481-4242)는 제주도내 펜션을 알선해주는 전문 업체다. 숙소닷컴(www.sukso.com)에는 제주 펜션이 잘 나와 있다.
#영월 섶다리
영월은 섶다리의 고장이다. 섶다리는 강원도 강촌에서 겨울철에 놓는 임시 다리. 추수가 끝난 늦가을에 만들었다가 이듬해 장마가 지면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나무다리다. 10여년 전까지는 강원도의 영월과 정선지방에서 쉽게 섶다리를 볼 수 있었다. 이 지역에 강이 많기 때문. 오대산에서 발원해 봉평을 지나온 평창강, 횡성에서 흘러내려온 서만이강, 서만이강에 법흥사 계곡수를 보탠 주천강, 조양강 물길을 이어받은 동강,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쳐진 서강, 동강과 서강이 합쳐진 남한강…. 영월지역에만 무려 5개의 강이 흐르다보니 궁벽한 강촌에는 섶다리가 필수였다. 하지만 골골마다 도로가 뚫리고 다리가 세워지면서 하나둘 사라지고 현재는 영월에서 섶다리를 만드는 곳은 판운리와 주천면 쌍섶다리 등 모두 두 곳이다.
판운리 섶다리를 놓는 날은 옛날부터 돼지를 잡아 국밥을 끓이고 돼지 육수에 국수를 말아 먹으며 ‘정’을 나누는 떠들썩한 동네 잔칫날이었다고 한다. 해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다리를 모두 해체해 나무를 거둬들인다. 다리를 만드는 데 트럭 2대 분량의 나무가 들어갔다. 섶다리의 길이는 약 80m정도로 제법 길다. 물푸레나무 기둥 11개를 박은 뒤 그 위에 솔가지를 얹고, 다시 황토흙을 깔았다. 섶다리는 건널 때마다 약간씩 흔들거린다. 하지만 황소를 끌고 가도 주저앉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단다. 장날 탁배기에 취해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은 있어도 무너지는 일은 없다. 쌍섶다리는 역사가 300년이나 됐다고 한다. 강원관찰사가 장릉을 참배하러 가는 길에 섶다리를 놓은 것이 시초였다. 관찰사 일행이 행차하기 위해서는 외섶다리로는 역부족이어서, 이웃마을 사람들이 서로 한개씩의 섶다리를 놓아 쌍섶다리가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져 내려온다.
▲길잡이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를 탄다.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3거리에서 우회전 하면 주천 방면. 88번 지방도를 타고 계속 달리다 보면 주천읍 4거리와 마주친다. 왼쪽은 읍내가는 길. 영월 방면으로 직진하다 평창 방면 82번 지방도를 타면 판운마을이 나온다. 섶다리는 주천읍내에서 재를 넘어 11㎞ 정도 떨어져 있다. 주천읍내의 제천식당(033-372-7147)에서 꼴두국수를 맛보자. 메밀에 김치, 두부를 넣고 더운 육수에 말아먹는 꼴두국수는 이 지방 토박이들이 많이 먹었던 향토식. 화전민들 사이에 ’꼴도 보기 싫다’고 해서 꼴두국수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구수한 메밀 면발도 좋고, 국물도 좋다. 3,500원. 섶다리마을 (033)37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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