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하키의 미래, 성우제
순수 유학생 출신 최초의 NHL 도전
2000년대 초반 평창의 동계 올림픽 도전이 시작되던 무렵, 아이스하키를 비롯한 일부 종목 지도자들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숏트랙 스케이팅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은 아직 세계무대와의 격차가 컸기 때문에, 개최국으로서 자동 출전권을 얻을 경우에는 오히려 망신만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 한국 동계 스포츠는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가며 착실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이스하키는 최근 청소년 대표팀이 세계적인 강호 오스트리아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
당시 경기에서 한국팀의 주장으로 활약하며 승리를 이끈 Calgary Mustangs 소속의 성우제 선수가, 올 여름에 순수 한국 유학생 출신 최초로 NHL 입성에 도전한다.
지난 2월말에 앨버타 청소년 리그 AJHL 11/12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6월 NHL 신인 드래프트를 앞둔 성우제 선수를, 이메일을 통한 서면 인터뷰로 만나보았다.
간단하게 본인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알버타 주니어 하키리그(AJHL) 캘거리 머스탱스 센터로 활동하고 있는 성우제 입니다. 올해 만 20세 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 하키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하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죠?
- 어렸을 때 아버지가 눈썰매장을 데리고 가셨는데요, 그때 썰매를 혼자 타다가 한번은 아버지랑 같이 탔는데 속도가 더 붙더라고요, 그때 무섭다고 내려가서 운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아버지가 저를 스피드에 강해지도록 하기 위해 링크장으로 데리고 가신 걸로 기억납니다.
취미나 놀이가 아닌, 전문 선수의 길을 선택하게 된 전환점이 있었나요?
- 초등학교 6학년까지 취미생활로 했습니다. 6학년 마지막 대회가 전국체전 결승전이었는데 너무 아쉽게 지고, 끝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때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원하고 계속하고 싶은 것이 아이스하키라고...
캐나다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저는 아이스하키팀이 있는 곳으로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절 말리셨죠. 학교 팀을 가면 학교 수업도 많이 빠지게 되고 선배들도 무서울 것이고 운동도 힘들게 할 것이라며.. 그래서 공부도 할 수 있고, 하키도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캐나다로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캐나다 팀에서 뛸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 중학교 2학년 때 캐나다에 와서 밴텀 AA에서 뛰었어요. 여기 시스템을 몰랐지요. 다음해에 AAA로 승격했고 에지스쿨을 졸업했습니다. 고3 때 주니어에 올라 왔는데 Storm팀과 싸인하기 전에 소문도 많이 듣긴 했지만 진짜로 게임하다 싸움을 하는 곳인 줄 몰랐습니다. AJHL은 싸움이 허용되는 리그입니다. 첫 연습 날, 연습 30분 남겨놓고 연습게임을 하는데. 팀메이트들 끼리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생각이 들었죠. 그 정도로 치열하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Storm 시절과 비교했을 때, 현재 Mustangs에서의 생활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 아마도 제일 큰 것은 관중이 아닐까 싶습니다. Strom 시절에는 매 경기 2000명 이상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했는데 Mustangs로 옮기고 난 후 많아야 200명 정도의 적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합니다. 캘거리는 NHL팀이 있는 곳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팀에서 주로 1,2번 라인으로 활약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시즌에 감독이나 코치가 본인에게 특별히 지시하거나 부여한 역할이 있었습니까?
- 네, 시즌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이 저에게 이번 시즌에는 20골 이상 넣어야 된다고 말씀하셨을 때가 기억나네요.
이번 시즌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아마도 Drayton Vally Thunder가 저희 홈구장으로 와서 경기했을 때입니다 그때 제가 동점골을 넣었고 연장전에서 골든골을 넣었거든요.
이번 시즌 49경기에 출전해서 16골, 18어시스트, 1SHG, 2GWG를 기록했습니다.시즌을 치르는 동안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이었으며, 얼마나 이루었다고 평가합니까?
- 시즌 전에 저의 목표는 60경기를 소화해서 60포인트를 하는 것이었는데, 제가 원하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것 같네요.
시즌을 돌아봤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 이번 시즌에 만족스러운 점은 감독의 신뢰를 받았고 또 1,2조 센터로 역할을 나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저의 개인 기록이 생각했던 것보다 안 나와서 아쉽네요.
원정 경기를 위한 이동거리가 상당히 먼 것으로 압니다. 덩치 큰 서양 선수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을 텐데, 평소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 잘먹고, 일직 자고... 운동할 때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면 체력관리는 충분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소년 시절부터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선수 생활을 따라다니며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외국 생활에 외롭거나 힘들 때 가장 힘이 되어주고 계신 분은 누구인가요?
- 아무래도 아버지/어머니가 아닐까 싶습니다. 항상 옆에 계셔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셔서 늘 힘이 됩니다.
혹시 부상이라든가 건강에 이상은 없습니까?
-시즌 중에는 상대편 슛을 얼굴에 맞아도 보고, 체킹을 심하게 당해서 쉰 적도 있기는 한데 지금은 아무 이상 없습니다.
현재는 어디에서 누구와 생활하고 있나요?
-지금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사촌동생과 함께 캘거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일하시고 계시긴 하지만 그래도 자주 다녀가시는 편입니다.
시즌을 마친 후, 최근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됩니까?
-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계속 졸리고 피곤하네요, 최대한 휴식을 취하며 최상의 컨디션으로 다음 일정에 임하려 준비 중에 있습니다.
하키 이외의 시간에 갖는 취미나 관심사는?
- NHL 경기 시청과 책 읽는 것 좋아하고... 가끔 인터넷을 통해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봅니다.
향후 한국 아이스하키를 이끌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하키의 세계무대와의 격차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 옛날에는 격차가 심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고 있어요. 지금도 물론 격차가 있지만 많이 줄였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한국 언론에도 종종 소개되는 등 많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자부심과 부담감 중에 어느 쪽이 더 클까요?
-물론 자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부담감이 정말 큽니다.
이제 곧 한국 대표로 국제 대회 참가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이번 대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부탁합니다.
-국가대표팀 선발 캠프에 갈 예정입니다. 제가 성인대표로 뽑힐지 안 뽑힐지는 모르겠지만 뽑힌다면 3월 말에 일본 도쿄에서 한일전이 있을 예정이고, 4월 15일~25일까지 폴란드에서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대회에 대한 각오나 목표는 무엇입니까?
- 이제 나이가 넘어서, 청소년 대회는 작년에 다녀온 이후 출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성인대표팀에 제가 뽑힌다면 목표는 무조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이고요,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대표팀에 뽑혀서 가게 되면 아마도 제가 제일 어릴텐데 가서 저의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골을 넣는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사상 최초의 순수 한국 유학생 출신 NHL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하거나 특별히 가능성이 높은 팀이 있습니까?
- 드래프트는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드래프트가 안 되더라도 앞으로 실력을 더 쌓으면 FA가 돼 NHL 선수가 될 수 있어요. 특별히 가능성 높은 팀은 없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언제 어떻게 됐든 진출이 목표입니다.
선수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은?
- 체격이 좋다는 것이지요. 팀 동료의 플레이를 잘 풀어 주는 능력이 저의 장점이라 생각하고요, 약점은 캐나다 선수들에 비해 경기 경험이 적다는 겁니다. 캐나다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정말 많이 해요.
실례인줄은 알지만, 이번 여름 NHL 진출이 불발될 경우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Plan B는?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내년 1년 AJHL 더 뛸 수 있는 자격이 아직 있고요,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 아시아리그를 뛰는 옵션, 또는 유럽 쪽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닮고 싶거나 목표로 하고 있는 선수, 또는 라이벌을 꼽는다면?
- 전 Anze Kopitar 같은 선수를 닮고 싶습니다.
Calgary 지역을 넘어, Edmonton에서도 인지도가 상승하는 중입니다. 직접 경기장을 찾지는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는 교민들께 한 말씀 부탁합니다.
- 지금까지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더 열심히 해서 꼭 문을 두드려 볼테니,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