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집합을 뜻하는 기호를 그리스 문자 Φ를 써서 나타내고 "phi"라고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옳지 않다. 오늘 수업 시간에 교재에 공집합이 나온 김에 물어보니, 잘못 알고 있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공집합을 뜻하는 올바른 기호는
이다. 어떤 책에서는 숫자 0에 빗금을 그어 나타내기도 했는데, 요즘은 동그라미를 빵빵하게 그린 위의 기호가 거의 표준이 되었다.
이것은 프랑스 수학자 앙드레 베이유(André Weil)가 만든 것으로, 원래는 노르웨이 알파벳 Øø를 본딴 것이라고 한다. 베이유의 딸이 학교에서 처음 집합론을 배울 때, 공집합 기호를 만든 게 자신이라는 얘기를 해 주어서 딸의 존경을 흠뻑 받았다고 하는데, 아마 수학자가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 아닐까 싶다.
어쩌다 저게 Φ로 잘못 알려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저 기호를 처음 본 식자공들이, 노르웨이 알파벳은 본 적 없어도 그리스 문자는 수학에서 많이 쓰이니까 착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글을 보는 수학 선생님들, 앞으로는 아무 근거도 없는 "phi"라는 이름 대신 그냥 "공집합"이라고 읽어 주시길. 이게 훨씬 알아듣기도 쉬우니까.
출처 ; http://pomp.egloos.com/i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