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賢人)
사람이 일생을 지혜롭게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똑똑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 관찰하고 예지하면서 조용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 세상엔 대부분이 보통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여러 계층의 사람들로 어우러져 살아간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어리석음이 있고 자칭, 타칭으로 똑똑한 사람이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대체로 지혜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노인중에서도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최고의 가치는 지혜이니 모든 것을 팔아서라도 지혜와 총명을 사라는 말씀도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겉으로 들어나지 않고 세상의 번거로움을 뒤에 두고 조용하게 살아간다. 문제가 생길 듯하면 예견을 하고 방비를 하고, 실제로 닥치면 전체를 파악한 다음에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미리 양보를 하고 일을 조기에 처리한다. 살다보면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지만, 대체로 욕심과 감정으로 대처하기 보담 사물의 핵심을 파악하고 통찰하는 능력으로 효과적인 비용으로 일을 마무리 한다. 여러 인생사(人生事)에서 일어나는 결과의 미숙은 생각을 소홀히 하고 신중하지 못하는 데서 주로 일어난다. 현명은 지식과 비례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학식(學識)을 가져도 일을 미숙하게 처리하는 사람은 있다.
똑똑한 사람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온갖 고생 끝에 해결 한다. 아는 것도 많아서 이론정연하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지만 문제가 일어난 후에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다 보니 주위 사람들의 환시 속에 똑똑한 짓은 혼자서 다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확률이 높지만 그 대신에 많은 비용과 희생을 치른다. 패기(覇氣)도 왕성해서 누가 조금만 자존심을 건드리면 철저하게 따지고 추궁을 한다. 그러고 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똑똑한 사람으로 인식을 하게 되고 후유증도 만만찮게 생긴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문제를 빨리 파악하고 원만하고 조용히 해결한다. 간단하게 예방하고 은밀하게 혼자서 즐거움을 누리니 주위 사람들은 지혜로운지, 바본지, 아니면 똑똑한 사람인지 구별분간을 못하고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만 생각할 뿐이다.
사람들은 지혜로운 사람을 쉽게 구별 못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 그 사람의 능력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구태여 남에게 지혜롭다고 자랑할 일도 없다. 언제나 평범하고 조용하다. 똑똑한 사람은 사람들에게 쉽게 알려지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평범하게 보여서 알아채지를 못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가끔 엉뚱한 얼굴로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고, 평범해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약간 치졸하고 모자라는 어리바리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말하자면 천진함이 깃든 지혜의 허술함이다.
인생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리고 소박하고 평범하게 사는 도(道)를 지녔으나 사람들은 겉으로 나타난 각자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평가를 내린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번거롭지 않아서 편하고, 주위 사람은 그걸 몰라서 태평이다.
현명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개인적인 슬기다. 조용히 자기 삶을 즐기면서 적은 비용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알찬 일생을 산다. 삶의 본질을 통찰하는 혜안으로 인간적인 품성을 잃지 않으면 그런대로 흐뭇한 인생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다.
석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