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화창한 날씨에 이번 비박지는 무의도.
섬의 해안가를 따라 트래킹을 해본다는 설레임을 안고 찾아가 본다.
무의도는 영종도 옆에 붙어있는 작은 섬으로 교통 편리하고 가까운 곳이지만
여전히 처녀지로 남아있는 섬이라서 깨끗하고 아름다워 영화촬영의 무대로도 유명하단다.
대장님의 몇번의 답사를 통해 발견한 비밀 루트와 최적의 비박지로 선정한 아름다운 섬이다.
무희의 의상처럼 아름답다고 지어진 이름인가?
아니면 무녀의 옷처럼 너울거리며 춤추는 갈매기가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인가?
아무튼 거북이가 납작 업드린 형태 속에 숨어있는
은밀하고 내밀한 바닷풍경을 체험하는 것이
이번 비박의 특별함이다.
어서 오세요 승선을 축하합니다.
이번 예티호를 타고 항해하는 여러분을 안내할 월산과 명산입니다.
배가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배 꽁지를 돌리면 무의도에 도착한다는대도,
느긋하게 커피한잔을 마시는 여유로움...
나는 왠지 바닷바람만 쏘여도 기분이 상쾌해서 갈매기처럼 날아갈 것만 같애.
바닷물을 가르고 떠나가는 배.
갈매기도 따라서 뱃전을 날고 있네.
아니 근데 벌써 도착해 버렸네.
너무 싱거워.
선착장에서 버스를 타고 10여분 가니까 호룡곡산이라는 등산입구에 도착.
여기서 2시간 산행을 하면 비박지가 있는 해변에 도착한단다.
산은 높지 않으나 배낭이 무거워 고생 좀 할것같은데...
아니 그런데 왜 산 이름이 호룡곡산일까?
용호상박은 들어봤는데.
자,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 정산에 오르면 너무 기분이 상쾌해 진다.
맨처음에는 힘이들었지만 점차 산에 압도되어감에 따라 힘든 줄도 모르고 앞만보고 전진하게된다.
한발 한발 걸음걸이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걷노라면 정신은 쇄락해지고
어떤 고난도 두렵지 않으리라.
봉우리를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들이 나타나고
그 정상마다 섬 주변에 펼쳐진 풍광들이 멀리 눈을 찌를 듯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제서야 여기가 정말 아름다운 섬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데
멀리 인천 앞바다가 손에 잡힐듯 가깝게 느껴진다.
섬이 섬을 건너듯 징검다리를 만들고
우리 언제 만나 저 큰 땅에 발을 딛을 것인가.
그리움이 목말라
천년 세월이 지나면
나 그대에게 당도하리라.
쪽빛 바닷물을 가로질러.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매우 가파라서 위험하기도 하다.
산 봉우리 어느 부근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도록 폐쇄된 능선으로 접어들었는데
나는 이길을 '예티루트'라고 부르고 싶다.
인적이 그쳐 희미한 자취만이 남아있는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고라니의 똥만 가끔씩 발견되는 길.
관목과 가시 덤불이 울창하여 혼자서 헤매다간 길을 잃기 쉽상이다.
드디어 해변가에 도착.
여기가 우리가 하룻밤 야영을 할 비박지란다.
산기슭 주변에 옛 원주민들이 살았던 집터가 몇군데 눈이 띄고
최근까지 누군가가 살았던 흔적이 있는 집이 한군데 있는데
얼기설기 얽은 집터는 마치 선사시대의 풍경을 연상케하고
풍랑에 휩쓸려 싸인 고물과 나뭇토막은 조금 을씨년 스럽기도 한데
멀리 암벽으로 둘러싸인 해변가 풍경은 고즈녘하고 안락하다.
이 섬 해변가에서 유일하게 물이 흘러내려오는 개울을 끼고 있어
족히 사람들이 고기를 낚으며 평안하게 살만 한 곳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텐트를 치며 캠핑할 준비를 한다.
해가 바다 서쪽 저 멀리에 설핏 기울어지자 해안가 절벽은 금새 황금빛으로 물 들어간다.
적막한 암적색의 바위 절벽은 오랜 침묵을 깨고 환호하는듯 발광하기 시작한다.
물빛은 수만가지 색채로 분화하고 암벽은 찬란한 금빛 색깔로 치장한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눈에 담기위해 우리는 여기 해변가에 와 있는것이다.
이 멋진 장면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씩 찍어보기로 한다.
얼쑤~ 무의도에 정박한 무녀의 모습인가?
서둘러 저녁 준비해서 고기를 굽고 찌게를 끓이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하고...
이렇게 하룻밤을 지새웠는데.
종산님이 뒤늦게 합류하기로 되어있어 동산님이 마중을 갔는데 밤이 이슥했건만
두 분 다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두절되어 모두 애간장이 타기 시작한다.
그래서 대장님이 다시 찾으러 가고 하는 소동 끝에 결국 무사히 비박지에 합류하게 되었다.
밤길에 길을 잘못들어 산속을 한참이나 헤매었단다.
한낮에도 울창한 가시 덤불이 길을 막는 산길이라 다니기 어려운데
한밤에 숲 속을 뚫고 나왔으니 그 고생은 안봐도 훤하다.
어쨋든 모두들 무사히 도착했으니 안도의 숨이 절로 나온다.
다음날 종산님이 맛있는 고기를 구우면서 하는 말.
"내가 이 고기만 안 사 놨어도 밤 늦게 오지 않는 건데..."
그래서 그런지 정말 고기가 맛있더라.
수고했어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치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무인도에 와 있는 풍경이라네.
파도에 떠밀려온 고물 냉장고를 식탁으로 만든 건 어느 분의 아이디어였나.
어제 저녁 만조 땐 식탁이 물에 잠겨서 모두 다 윗쪽으로 이사하느라고 진땀을 뺏지.
물은 순식간에 뱀처럼 소리없이 다가와 우리의 발꿈치를 적시려했다네.
다음날 해가 뜨는 일출 풍경이 장관이다.
게으른 사람은 결코 보지 못한다.
여명. 그 찬란한 황금 물결. 떠나가는 배. 완벽한 순간이다.
아침에 일어났으니 옹기 종기 모여서 아침 식탁을 차려야지요.
아직도 늦잠자는 사람 있나요?
아침 메뉴는 카레라이스. 잘 하고 있나?
뭐가 그리 우스운지. 월산은 늘 함박웃음.
뒤 늦게 일어나서 열심히 잡수시고 있는 명산.
왜 이리 밥맛이 좋아?
많이 먹고 힘내서 걸어야지.
자, 식사를 하셨으면 커피도 한잔씩 드시지요.
밥도 먹었으니 사진도 한장.
우리는 영원한 대장님의 펜이야요.
텐트도 걷고 침낭도 꾸리고 신발끈도 여미며 해안가를 트레킹할 차비를 한다.
두 주먹 불끈. 자 출발합시다요.
선두는 내가 먼저....
비박지에서 해안가를 따라 걷는 코스.
약 두시간 정도 걸으면 하나개해수욕장에 도착한다.
하나개해수욕장은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촬영무대이기도 하다.
해안가 길을 따라 펼쳐지는 천혜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마음 두근거리게 한다.
적벽 밑으로 흘러내리는 돌들이 장관이다.
한 때 채석장이 있던 곳이라 한다.
쾌청한 날씨.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은 순조롭다. 해풍의 싱그러움을 그대들은 아는가?
이 곳이 우리가 첫번째 만난 비경이다.
붉은 절벽. 흘러내린 암석, 광활한 해변 모두가 잘 어울려 아름답다.
고즈녘하고 황폐한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다.
해안가에 앉아 낚시질하면 인생 참 좋을 것 같다.
바위 투성이의 길. 조심조심. 요런데서 좋은 등산화의 진가가 나타나는 법이지.
누구 나 좀 봐주세요.
기암괴석 바위 위에 우뚝선 동산님의 위풍당당.
자, 이쯤에서 기념사진 한장 박아봅시다. 일미터 간격으로 빙둘러 서보세요.
여기서 부터는 몽긍몽글한 바위와 자갈들이 갯벌에 이어져 깔려 있다.
수많은 갯바위에는 천연 굴들이 다닥 다닥 붙어있다.
바위에 붙은 굴껍질을 밟으면 굴껍질 부서지는 경쾌한 소리가 난다.
잠시 휴식을 틈타 종산님이 열심히 굴을 따고 있다.
탱글탱글 싱그러운 맛과 짭조름한 갯내음이 어울린 굴이 사방에 지천이다.
싱그러운 굴 좀 들어보실라요.
여기서 부터 제 2의 비경.
굴껍질이 다닥 다닥 붙은 몽돌들이 해안가를 따라 길게 수놓고 있다.
몽돌은 하나의 작은 섬이다.
외로워 외로워 하나가 되려하나
갯벌이 가로 막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섬이다.
갯벌에 빠지면 큰일. 조심조심...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갯벌 길을 지나면 우리의 여정도 그리 멀지 않았다.
여기가 제 3의 비경.
절벽의 기암괴석들이 장관이다.
갖가지 형상을 빚어 놓았다.
마치 고뇌하는 군상들의 모습이라고 할까.
아니면 아직도 형태를 갖지못해 꿈틀거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피조물들의 뭉개진 모습이라고나 할까.
내적으로 응집된 바위의 힘은 균열과 집산의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전해준다.
'나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주오.'
이렇게 절규하는 모습같기도 하다.
자연이 새겨놓은 부조의 형상들.
이 또한 인간들의 조상들처럼 기묘한 모습으로 우리들을 바라다 보고 있다.
단단한 암석 속에 숨어있는 응축된 힘을 어떻게 이런 형태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자연은 기묘한 조각가다.
드디어 목적지인 하나개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갯바위에 둘러 앉아 고기를 구워먹었다.
해수욕장서부터는 버스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
다시 배를 타고 뭍으로 돌아옴으로써 여정이 끝났다.
해변가를 걷던 목습들이 마치 꿈길을 거닐던 모습처럼 아련하게 떠오른다.
다시 언젠가 또 밟아보기를 기대한다.
환상적인 해변길. 기리 마음에 간직하고 싶다.
첫댓글 지담님의 섬세한 관찰력은
무의도 여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사진과 글로 표현....
바둑 고수가 복기를 하는 것 같이
무의도 추억을 고스라니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경써주시는 동산님이 없더라면
비박은 재미없을겁니다. 무의도의 추억 같이 간직해서 좋습니다.
앞으로 산행기는 지담님 몫입니다.
영상과 감성적인 문장 잘 보고 읽었읍니다.
같이 동참하느라고 고생 많이하신 종산님.
덕분에 맛있는 스테이크 먹고 힘이 납니다.
비박에 자주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참석시에는 열심히 사진찍어 산행기 올리지요.
지담님은 사진작가!? 다큐작가!?
불철주야, 동분서주 하시더니...결국 멋진 작품을 올려놓으셨네요...
그 열정 가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존경합니다.
제사진은 뽀샵 좀 해주시지.. 제가 사진빨이 별루라서요 ㅎㅎㅎ
칭찬 감사합니다.
사실 무거운 배낭메고 따라다니며 사진 찍기가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이렇게 여러분이 즐거워하신다면 그게 보람이지요.
같이해서 즐거웠고, 한산님 뽀삽 안해도 멋집니다.
산행후기가 아니라 현장 생중계하는 듯한 생생함이 가득합니다.
건강한 예티인들, 어여쁜 예티인들, 멋진 예티인들
지담님 만의 앵글을 통해 살아났습니다.
푹 빠졌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흙새님 반가워요.
흙새님도 같이 오시기를 바랬는데 다음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사진들 잘 보아주셔셔 감사합니다.
섬세하고 재미있는 영상기록...
함께 다녀 온듯한 느낌입니다.
명산님, 월전님 화면으로나마 반갑습니다.
지산님도 함께하면 더욱 좋았을 해변길입니다.
다음에 다시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