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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212 (화)
- 봄맞이꽃 - 봄을 여는 풀꽃들 ①
- 식물이야기 (89)
지난번에 계속하던 <보통명사가 고유명사화 된 것들>은 아직도 더 올릴 내용이
많이 있지만, 이제 새 봄이 오고 있기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고
당분간은 <봄을 여는 풀꽃들>을 주제로 하여 올립니다.
살아있음과 삶을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끈질김을 보여주는 식물들에서
무언가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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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은 즐겁게 보내시고 또 “떡국”도 많이 드셨는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 추위가 쳐들어와서는 아직도 춥고 오늘 저녁에는
또 눈이 오신다고는 하지만, 지난주에 “입춘(立春)”도 지났고 또 중국에서
“춘절(春節)”이라 부르는 “설날”도 지났으니 이제 드디어 봄입니다.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새로운 생명의 싹틈과 예쁜 봄꽃이
생각나게 마련입니다.
여름 꽃이나 가을꽃도 예쁘기는 하지만 아무려면 봄꽃에 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봄을 여는 풀꽃들>의 주제를 마련하였습니다.
“봄꽃”이라 하면 아직 눈이나 얼음이 녹기도 전에 노란 꽃을 피우는 “복수초”를
시작으로 “봄맞이”, “할미꽃”, “냉이”, “꽃다지”, “앵초”, “쇠뜨기”, “둥굴레”,
“은방울꽃”, “제비꽃”, ”애기똥풀“, ”피나물“,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초롱꽃“,
”금낭화“, “붓꽃”, “창포”, “돌나물”,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 “보리뱅이”,
“자운영”, “양지꽃”, “작약” 등등 무수히 많습니다.
그 중에서 “냉이”, “꽃다지”, “애기똥풀” 등은 이미 올렸고, 지난번에 빠뜨렸다고
서운해 하는 몇몇 중에서 꽃이 피는 순서로만 따지면, <원일초(元日草)>라고도
부르는 <복수초(福壽草)>를 가장 먼저 올려야 하지만, 이 꽃은 그리 흔히 보이는
꽃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에는 이름에서부터 봄 내음이 물씬
나면서도 예쁘고 또 재미있게 생긴 <봄맞이>를 먼저 올리려고 합니다.
이제 가까운 사람과 함께 들녘으로 나가서
다가오시는 봄을 두 팔 벌려 맞아보심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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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어원(語源) 알아보기 ]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문득 “<봄>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살펴보았습니다.
가. 우리말에서의 <봄>
- 옛 우리 조상들은 춥고 힘들고 지겨운 겨울날들이 참으로 죽음의 계절이었을
것입니다.
- 즉, 먹을거리나 즐길 것들도 없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눈과 얼음과
황량한 들판뿐이었을 것이니 말입니다.
- 그러다가 드디어 <봄>이 오시면 얼마나 반갑고 좋았을까요?
- 그런데 우리말에서의 <봄>의 어원은 다음의 세 가지 설이 있습니다.
(1) “보다 = 견(見)”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 겨울이 끝나고 어느 사이에 얼어붙었던 얼음이 녹고 나면, 정겨운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죽었던 풀들이 굳은 땅을 밀어뜨리고 새 싹을 틔우고,
죽은 나뭇가지에서 새 움이 돋아나며, 또 잠들었던 온갖 미물들이 꿈틀거리며
나오고, 이윽고 풀과 나무가 꽃을 피우면 범나비가 넘나들고, 그리고 또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온 세상이 다시 살아나는 자연의
아름다움 등의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되면서 이를 <새로 본다.> 라고 했고
즉, 여기서 <새봄>이라는 말이 나왔고, 이 말이 다시 줄어 <봄>이 되었다는
설입니다.
* 참고로 <새봄>이라는 말은 있어도 <새여름>, <새가을>, <새겨울>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2) “불 = 화(火)”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 우리 옛말에서는 “불 = 화(火)”를 “블”이라 했습니다.
이 “블“과 ”오다“의 명사형인 ”옴“이라는 말이 합해져서 <봄>이 되었다는
것으로, 즉 추운 날들이 지나가고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왔음을 가리킨다는
설입니다.
- “블” + “옴” = “봄”
(3) 햇볕을 뜻하는 옛말 “볻 = 양(陽)”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 우리 옛말에 “햇볕”을 뜻하는 말이 “볻 = 양(陽)”이었는데,
여기에 “오다”의 명사형인 “옴”이 붙어서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습니다.
즉 “따뜻한 날이 오다.”라는 뜻이겠습니다.
- “볻” + “옴” =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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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자에서의 “봄 = 춘(春)”
- 여기에도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1) “풀 = 초(艸)”와 “해 = 일(日)”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뜻글자”라는 설
- “춘(春)”이라는 글자는 “풀 = 초(艸)”와 “해 = 일(日)”로 이루어졌는데,
즉 “초목(草木)이 햇볕을 받아서 자라난다.”의 뜻인데,
여기에 발음요소로 “둔(屯)”을 붙여서 만들어졌다는 설
* 둔(屯) : 왼손 좌(左)
(2) “뽕나무 잎”과 “해 = 일(日)”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뜻글자”라는 설
- 옛날 중국에서는 "비단(緋緞)“이 주요한 거래수단이었고 또 부(富)의
상징이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비단교역(緋緞交易)을 하는 길”을
“비단길 = Silk Road"라고 했으니까요.
- 그런데 “비단”은 뽕나무 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로부터 얻는 것이어서
중국에서는 집집마다 뽕나무를 심어 가꾸었다고 합니다.
- 여기서 “뽕나무 = 상(桑)”에서 밑에 있는 “나무 목(木)” 부분을 떼어낸 윗부분을
“뽕나무 잎 = 약(해당 글자가 나오지 않습니다.)”이라고 하는데, 즉 봄이 오면
따뜻한 햇볕을 받아서 뽕나무 잎이 싹트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다시 말하면
“뽕나무 잎(약)”과 “해 = 일(日)”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뜻글자라는 설입니다.
* "비단(緋緞)“이라는 말자체가 한자이기는 합니다만, 중국에서는 이를
”주단(綢緞) = 초우뚜앤“ 또는 “단자(緞子) = 뚜앤쯔”라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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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영어에서의 "봄 = Spring"
- 영어에서의 “Spring”은 원래 돌 틈 사이에서 맑은 물이 콸콸 솟아 나오는
옹달샘을 뜻하는 말이었다는데, 여기에서 “솟아나온다”는 뜻을 담아 땅을 뚫고
새 움이 돋아나오고, 죽은 듯이 앙상하게 메말라 보이던 나뭇가지에 파란 잎이
돋아나오고 꽃이 피고, 또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도 깨어서 뛰어나오는 계절인
봄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 그래서 튀어 오르는 “용수철”의 영어단어도 “Spring"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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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맞이 ]
1. 학명 :
- Androsace umbellata (LOUR) MERR
2. 분류 :
- 앵초과(櫻草科)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풀
3. 꽃말 :
- 봄맞이, 희망
4. 이름 :
- 봄맞이, 봄마지, 봄맞이꽃, 애기손톱풀, 흰괭이밥, 동전초(銅錢草),
보춘화(報春花), 점지매(點地梅), 후선초(喉鮮草), 후롱초(喉嚨草) 등등
* 동전초(銅錢草) : 일찍 싹을 틔운 잎사귀들이 10원짜리 동전 같은 구리 빛을
띠는 데서 붙은 이름
* 보춘화(報春花) : 이른 봄에 꽃을 피운다고 하여 붙은 이름으로,
실제로는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난초과의 “춘란(春蘭)”,
또는 “명자나무”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가장 일반적으로는 “춘란”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 점지매(點地梅) : 흰색의 작은 꽃잎이 마치 땅에 떨어진 매화(梅花)꽃 같이
점점이 뿌려져 있는 듯 보인다 하여 붙은 이름
5. 영어이름 :
- Rock Jasmine
** 중국 사람들은 우리의 <봄맞이>에 해당하는 이른 봄에 피는 꽃으로
나무 꽃인 <영춘화(迎春花 = Winter Jasmine)>를 많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영춘화>는 우리의 <개나리>와 분류도 같은 “물푸레나무과”에 속하고,
생김새와 꽃의 색깔도 노란색으로 <개나리>와 많이 비슷한데,
단지 <개나리>는 꽃잎이 4장인데 비하여 <영춘화>는 꽃잎이 6장입니다.
6. 사는 모습 :
- 우리나라 남부지방, 중부지방, 북부지방의 들녘이나 낮은 지대의 논, 밭둑 및
길가 언덕 등의 양지바른 따뜻한 들이나 풀밭에 흔히 자랍니다.
- 키는 보통 10㎝ 정도, 큰 것은 20cm 정도가 되기는 하지만,
아주 작은 식물로 몸 전체에 털이 나는데,
키 뿐 아니라 잎과 꽃도 작아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봄맞이 속”의 식물에는,
<금강봄맞이>, <애기봄맞이>, <백두산봄맞이>, <명천봄맞이>, <갯봄맞이>,
<뚜껑별꽃(별봄맞이꽃)>, <고산봄맞이> 등등이 있다고 합니다.
7. 잎 :
- 모든 잎이 뿌리에서만 동그랗게 로제트(rosette) 모양,
즉 방석모양으로 촘촘히 뭉쳐서 나와서 땅위로 퍼지며 잎자루가 있습니다.
- 잎의 길이와 너비는 5~15㎜ 정도의 약간 둥근 모양입니다.
- 잎에는 잔털들이 있고 잎 가장자리에 조그마한 삼각형 모양의 톱니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8. 꽃 :
-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잎 사이에서 뿌리로부터 여러 개의 꽃줄기가
나와서 끝에 산형꽃차례를 이루어 핍니다.
- 꽃은 지름 4~5㎜의 아주 작은 통꽃인데, 꽃부리가 5갈래로 깊게 갈라져 있어서
마치 꽃잎이 5개인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 꽃은 흰색이지만 꽃의 안쪽은 곤충을 불러 모으기 위하여 노란색을 띠어서
무척 깔끔하고 예쁩니다.
9. 열매 :
- 열매는 삭과(蒴果)로서, 6월경에 꽃받침에 싸인 채로 익으며,
끝이 다섯 쪽으로 갈라지면서 씨앗이 흩어집니다.
10. 쓰임새
- 키도 작고 꽃도 조그맣지만 관상용(觀賞用)으로 심기도 하고,
- 어린잎을 살짝 데쳐 양념에 무쳐 먹거나, 된장국 끓일 때 넣어 먹고,
- 꽃을 그늘에 말려 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 한방에서는 열매를 포함한 식물체 전체를 약재로 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즉, 거풍(祛風), 청열(淸熱), 소종(消腫), 해독(解毒) 등에 효능이 있어
여러 증상에 사용했다고 하는데, 다려 마시거나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술에 담가 마시기도 하고, 독을 풀고 싶을 때에는 찧어서 상처에 붙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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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맞이 ]
- 여기에 올리는 사진들은 다른 분의 것을 빌려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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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봄맞이> 이야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학장님. 설 잘 쇠셨는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시골에 있을 때 길가의 봄맞이꽃을 보긴 했는데 그 땐 그저 이름모를 야생화 정도로 알았는데 클로즈 업 해 놓고 보니 예쁜데요. 모든 게 관심 주는 만큼 보이는 군요. 세상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이에게 열려진다는 것을 나이 들면서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풀꽃들 특히 봄에 피는 풀꽃들은 대부분 조그마해서 지나치기 쉽습니다. 풍성하게 피는 나무꽃들이 각광을 받으니까 더욱 그렇기도 하고요. 알아주든 말든 매년 봄마다 꽃을 피우는 풀꽃들의 생명력과 강인함에 새삼 놀라면서 들여다 봅니다.
이쁘네요. 봄이 오니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많은 재밌난 얘기 기대합니다. 건강 하세요. 샘!!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항상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식물이야기를 꽤나 했는데도 아직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것들 중의 몇 퍼센트도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그 자리를 지키면서 매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들이 더욱 더 신비롭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무박으로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절을 다녀왔는데요. 어찌나 추운지 오돌오돌 떨었는데요. 학장님은 봄이 오는 소리를 전해 주시니 괜시리 눈동자가 봄꽃으로 충만하니...간밤에 추웠던 마음이 봄으로 가득 채워졌네요...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하늘님,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무박으로 남쪽 유명한 절들을 한번에 돌 수 있으셨는지, 굉장하십니다. 따뜻한 고장으로만 돌아오셨습니다. 저도 꽤나 오랫동안 전통사찰 찾아다니다가 최근 여러 사정상 장거리 운전을 하기가 불편하여 쉬고는 있습니다만, 올 봄부터는 다시 나서 볼까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사찰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재들까지.... 고마운 소식이었습니다.
학장님..성지순례 쉽게 가는 방법이 많아요..삼보종찰(통도사,해인사,송광사)와 삼대보궁(상원사,정암사,법흥사) 무박으로 코스도 있습니다. 다음카페 봉찬회에 가면 볼수 있습니다. 삼대보궁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하늘님, 좋은 모임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봉찬회 들어가보니 무척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말씀하신 삼보종찰이나 삼대보궁은 전에 다녀왔었는데, 앞으로 틈이 나면 가보고 싶은 곳을 골라서 한번 참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