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삼천포 초등학교 늑도분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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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조향미</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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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오른쪽 지면이 많이 비어있는</P>
<P>작고 간결한 시 한편</P>
<P>여백은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다.</P>
<P>시늉만 해 놓은 낮은 담벼락으로</P>
<P>물살이 밀려와서 찰박찰박 손장난을 쳤다</P>
<P>반짝이는 조가비도 건네주었다</P>
<P>연잎만한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면</P>
<P>바다까지 둥실 달아나곤 할 것이다</P>
<P>공을 건져내지 못한 날은 닿을 듯 닿을 듯</P>
<P>찰랑이는 물소리가 꿈결까지 따라오겠지</P>
<P>대여섯칸 교실 뒤편으론 작은 대숲 언덕에 청청한 소나무 몇그루</P>
<P>서너 채 집과 함께 마을을 지키고 있다</P>
<P>하늘은 밝고 바다는 쪽빛이다</P>
<P>섬을 갈라놓은 넓은 도로 차들은 휙휙 달려가고</P>
<P>건너편 육지에는 발전소도 우뚝우뚝 솟았지만</P>
<P>아직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은 유물처럼</P>
<P>펜으로 단아하게 쓴 시편처럼</P>
<P>석양녘 삼천포 초등학교 늑도분교</P>
<P>깨끗이 빛나며 그래서 조금은 외롭게</P>
<P>그 선명한 화폭에선 늘 찰랑찰랑 물소리 들린다</P>
<P>햇살은 파아랗게 소년기처럼 빛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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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조향미 시집 <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 (실천문학 112) 중에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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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연천도서관에서 2008.1.16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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