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시내에 들어서니 몇일 전 끝난 진해 군항제의 뒷처리를 하는 인부들의 손길이
분주하고, 혼잡함을 피해 일부러 뒤늦게 진해 벚꽃축제를 보기위해 도착한 관광버스 몇대 만이
벚꽃놀이 기간 중 인파에 시달렸을 도심에 뒷풀이 짐을 지워준다,,,
벌써 이십년이 헐씬 지난 어느날 친구의 해병대 훈련소 입소를 배웅하려고 찾았 던 그 진해,,,
그 진해가 이랬던거 할 만큼 장족의 발전을 이른 관광도시로 탈바꿈 되어있다!


지나는 사람도 차량도 뜸한 그야말로 한적한 진해 도심을 집사람과 여유롭게 거릴면서
고맙게도 아직까지 만발한 벚꽂의 향기에 취해본다,,,도심의 가로수 전부가 벚꽃나무인 까닭에
이리를 보아도 저리를 보아도 연분홍의 물결이요, 언뜻언뜻 불어오는 4월의 바닷바람을 못이겨
날리우는 꽃잎의 아련함은 중년 사내의 식어가는 가슴속에 잔잔한 추억으로 채곡히 쌓여간다,,,


모노레일에 몸을 싨고 오른 제황산 공원엔 몇몇 젊은 연인들이 연신 카메라에 추억을 담고
집사람은 떨어진 벚꽃 송이를 머리에 꼽고 내 귓등에도 벚꽃 한송이를 얹어준다,,,정신줄 놓은
중년의 부부를 이상한듯 혹은 부러운듯 힐끔 거리거나 말거나 우리도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온통 분홍으로 물든 진해를 뒤로하고 77번 국도를 따라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우는 항구도시
통영으로 길을 잡는다, 통영으로 접어드는 언덕길 까지 거북이 아니 궁뱅이 걸음으로 겨우 도착하니
이상하리 만큼 갑자기 차가 잘 빠진다,,,거참 희안하네,,,내리막 길에서 바라다 보이는 통영의 야경은
흥분감 마져 자아내고, 예쁘고 아담한 통영항에 도착하니 늦은 시간에도 항구 주변 식당은 불야성을
이룬다, 실물 크기의 거북선과 통영항을 배경으로 사진 몇장을 찍고 허기진 배를 충전하러 그중 유명
하다는 식당 2층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쭉~ 편 다리 만큼 밤 운전에 지친 마음도 쭉~ 펴지니 좋다!
정말 좋다! 봄 도다리를 못 먹으면 한해를 후회 한다는 말에 도다리 세꼬시를 주문하니 産地라 그런지
싱싱한 도다리와 밑반찬이 푸짐히도 한 상 가득 채워진다,,,덤으로 나오는 멸치회 무침도 예술이여라,,,

매운탕으로 마무리하고 내일을 위해 숙소에 들어오니 창 밖으로 보이는 넘실 거리는 통영항의 칠흙
같은 바다엔 작은 魚船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고 건너편 네온싸인 불빛들은 아롱대며 빛의 자장가를 불려준다,,,
잠을 설친 실눈을 비집고 들어 온 통영의 아침 햇살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통영항의 아침 바다를 우리
에게 선물하고, 길게 기지개를 껴고서야 창가로 닥아 선 우리들의 시선을 오래도록 사로 잡는다!

늦은 아침식사를 원조 충무 김밥집에서 따듯한 된장국과 함께 먹고 바로앞 거북선 船內로 들어간다
선내에 비치 된 朝鮮 水軍의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다보니 우리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이 천만 다행이다 ㅋ ㅋ ㅋ
水軍 쇼(?)를 끝내고 漁市場에서 쌩뚱맞게 즉석 밥풀과자와 요란한 문양의 트렁크 팬티를 사들고
통영의 용화산 용화사로 길잡이를 몰아간다,,,용화산 입구에 이르는 완만한 언덕 길가엔 진해의 벚꽃이
울고 갈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벚꽃 터널을 이루고, 용화사로 오르는 산길엔 초록의 영롱함이 눈을 통해
들어와서 삶에 찌든 온 몸으로 퍼진다,,,마치 청량한 감로수 마냥,,,


초록으로 정화 된 집사람과 나는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미륵산 정상으로 연결 된 국내 最長의
케이블카에서 마치 하늘을 나는 한쌍의 파랑새가 되어 본다,,,근데 살찐 파랑새는 날개짓이 힘에 부친가?ㅋㅋㅋ
날씨는 화창하여도 연무 현상 때문에 한려수도의 수려함은 반쪽만 보는것으로 만족하고 미륵산 정상에서
산속 저~만치 보였던 미래사(彌來寺)로 가는 꼬부랑 비탈길을 여행 때면 언제나 함께하는 집사람의 애마
'키티'의 헐떡이는 엔진소리를 안쓰러워 하며 오르고 또 오른다,,, 절 입구 까지 빼곡히 들어 찬 편백나무
숲 사이 오솔길엔 4월의 태양이 높이 자란 편백나무 사이로 마치 라임 라이트의 조명 처럼 숲 속으로 내리
꼿이고 그 길 끝자락엔 낮 익은 돌 미륵님이 통영의 푸른 앞 바다를 하염 없이 내려다 보신다,,,미륵의 세상이
와도 그만! 오지 않아도 그만! 인것 처럼 無心히 바다들,, 세상을,, 내려다 보신다,,,


하얀 등대를 찾아가서 바다 이야기도 들어보고, 해안으로 조성 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바닷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집사람과 나를 태운 2인용 빨간 자전거는 행복이란 귀한 분을 모시고 쉼 없이 달려간다,,,


자전거 도로 입구의 노천 식당에서 맛 본 '멍게 비빔국수'의 바닷 내음을 되새김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