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39 (동행)
누군가 내 옆에 머무르고 있다
내 아내와 내 아이들과 그 밖의 사람들이 내 곁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눈에 보이는 그들이 아닌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누가 나와 함께 하며 나를 쓰러지지 않게 붙잡아 주고 있을까...
내 의지와 투지와 열정으로 못 이룰 것이 없을 것 같았던 오만함의 시간들이
어느 날엔가 내 몸에서 스르르 빠져 나가버렸다
조금씩 야금야금 내 몸에 들어와 앉기 시작한 따뜻한 혼령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나를 그 오만의 극치에서 벗어나 순리에 따르고 이치에 순응하는 마음으로 바뀌어
삶의 개념을 깨끗이 정제시켜 놓았을까
누군가가 내 얼을 빼내어서는 세탁기에 집어넣고는 한 바퀴 휘돌려 놓았나 보다.
그 도도하던 건방짐과 시시 비비 옳고 그름만으로 세상의 잣대를 그어대던 일상은 젊은 시절의 초상화가 아닌
삶의 투쟁적 전투였으리라
나와 동행해야할 가장 큰 버팀돌인 엄니를 사춘기에 잃고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거센 세파를 헤쳐 나가야 하는 길목에 서선 무엇부터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를 몰라
이리 부딪히고 저리 쓸리면서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는 저을 줄 모르는 노를 저으며
좌충우돌해야 했던 모진 삶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내 곁에서 어미 없는 외톨이에게 손을 잡아줘야 할 아버지는 나머지 식솔의 그늘에 가려서
동행의 의미를 잃어버린 버팀돌이 되었던 그 때...
“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벅벅 긁어서 훈장님은 소반에 나는 쟁반에...”
천자문을 읽으며 훈장님을 빗대서 장난질을 치던 8개월의 한학공부가 그나마 일평생의 천성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명심보감明心寶鑑의 주옥같은 글귀들이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 세우며 검은 유혹을 떨쳐 내는데 큰 역할을 했기에
반듯한 삶을 이을 수 있었다 생각한다.
문화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하늘아래 첫 동네에서 자라면서 부모의 영향이 컸던 내게도
자칫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위기를 그래도 난 해야 해! 하는 마음이 나를 살렸기에
나머지의 내 앞에 놓여 진 수많은 산들을 넘고 돌아야 하는 험한 길들의 끝을 볼 수 없음이 그리고 살기위한 행위들을
홀로 판단을 해야 함이 자신의 가치관을 고딕적으로 형성했는가 보다
나와 동행을 해야 할 상대는 바로 내 마음과의 동행이었기에 삶의 전투에서 승리를 하기
위하여선 남들보다 앞서야 하는 것 밖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고학苦學을 해본 사람이나 겪어본 사람은 이해를 할 것이다.
몇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며 잠잘 틈이 없이 움직여야 학점을 유지하고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을...
동행이 그립다 못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가슴 저면에 자리하면 홀로서기는 더욱 마음속 깊이
튼실한 말뚝을 박아가게 된다.
자신의 판단을 법보다 중요시 하고 자신 이외의 신뢰와 믿음을 인정치 않아야 도태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믿으며 이어지는 삶...
만약 나와 함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나 그 외의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도 흑백의 가치관은 형성이 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체가 바로 사람이다
그것을 천지인天地人 또는 천인지天人地 라고 한다.
음과 양을 이어주는 매체 그 것이 중용이기에 흰색과 검정색의 중간색인 회색이기도 하다.
회색이 바로 포용이고 이해이고 사랑이다.
흑과 백으로는 어떤 에너지도 성립이 되지를 않는다.
양중 음이 그것이고 음중양이 그것이다.
그 속에서 끝없는 기氣의 회전이 이뤄지며 전자학적 에너지가 천체의 삶을 이루는 핵이다.
함께해야 하는 작은 것들을 잃어버린 삶이 불행이라는 심오한 이치를 모르는 인격체가
어느 날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아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한 채 삶의 체념과 삶의 정리를
통해서 그 이치를 깨닫고선 사랑도 알았고 순리도 알았다.
비록 생을 함께 하지 못한 저 높은 곳의 어머니가 나와 동행을 했을까
서른아홉의 생떼 같은 나이에 자신이 머무는 곳으로 데리고 오기엔 안타까웠을까
외로움에 떨어야 했던 그 시간들을 함께 채우지 못한 아픔이었을까
내게 마음의 변형을 주었던 죽음의 시련을 통하여 사랑이라는 마음을 심어 주는 보이지 않는 동행을 했던 것은 아닐까...
모든 삶이 조금씩 변해가는 시간 시간들이 매서운 눈초리는 부드러움으로, 강직한 몸가짐도
버드나무와 같이, 한 번 생각할 것을 두 번 생각하며 하나 둘 주변에 함께 미소를 머금으며 다가오는 동행자들이 늘어가는
즐거움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마음은 몸을 다스리는 스승임에 틀림이 없다
사랑이라는 소중한 보약이 육신의 황폐함을 푸른 숲으로 바꿔놓은 밑거름 중의 거름이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살지를 못한다는 말을 인용해도 될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깨끗하면 결벽이 되고 지나치게 강직하면 부러지는 이치가 바로 오행의 상생구조를 벗어나는 것이고
상생과 상극의 아우름이 오행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선은 악으로 인하여 빛이 나고 때로는 음의 서늘함도 우리에겐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낮과 밤이 있어야 만물이 살아갈 수 있음을 우리는 알지 않는가.
그래서 포용하고 융화하며 살아야 사랑이 싹튼다는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귓전으로 흘리며
사는 것 같다.
나는 무엇과 동행을 해야 할까
나는 누구와 동행을 해야 할까
나는 한 사람과 동행을 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우리와 함께 동행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 동행은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할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진정한 동행자 일까
혹여 가식으로 가려진 동행을 아닐까
자신의 마음에 순간순간 버려지는 진실은 없는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가식은 없는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속이는 것은 아닌지
육체적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함께할 내 곁의 모든 사람들이 나 자신의 삶의 향기에 행여 코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딱딱한 이야기를 통해 나(자신)라는 개체를 내세워 나열 하지만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음은 사랑이라는 포괄적 사고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랑...
그것은 살아야 할 의미가 담겨져 있고
그것은 누려야 할 행복이 담겨져 있고
그것은 가장 순수한 영혼을 키워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영혼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갈 소금이기도 하고 키워갈 물이기도 하다.
사랑...
그것을 위하여 우리는 동행을 해야 하고
그것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그려야 하고
그것 때문에 우리는 사는 것이다
사랑...그것 때문에...
사진/묵향
첫댓글 동행에 대한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글 진지하게 잘읽고
갑니다 ...언제나 값진글을 읽게해주시는 묵향님께 감사드리며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에 또 뵙지요
사랑길 님^^
오늘 하루도 행복한 동행을 하셨는지요?
우리모두 함께할 동행이 조금은 불편해도
포용하고 이해하며 살아야 겠지요?
그러나 자신으로 인해 동행하는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일을 늘 생각해야 겠구요^^
사랑길님 ^^
이제 많이 시원해 졌어요 그쵸?
가을을 들어섰습니다
고운추억을 만드시고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간직하세요^^
고맙습니다^^
편한밤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