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스잔나
최용현(수필가)
어린 시절, 언니 추하가 치고 있던 장난감 피아노를 동생 추운이 뺏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치자, 놀란 추하가 그 자리에 쓰러진다. 방 원장에게 검진한 결과 추하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며칠 뒤, 방 원장을 따라온 그의 아들 자량이 추하에게 인형을 선물하자, 샘이 많은 추운이 뺏어가 버린다. 아버지는 음악을 좋아하는 추하에게 피아노를 사 준다.
세월이 흐르고, 추하(진추하 扮)는 졸업공연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Graduation Tears(졸업의 눈물)’를 부른다. 부모님은 오셨는데, 추운(서희 扮)은 좋아하는 자량(종진도 扮)과 그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느라 공연이 끝난 후에야 나타난다. 다음날 유람선 파티에서 추하는 친구의 사촌오빠인 국휘(이승룡 扮)를 소개받는다.
국휘는 자신이 일하는 농아학교로 추하를 초대한다. 국휘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농아학교를 운영하다가 돌아가셨는데, 국휘도 이를 이어받아 홍콩에서 농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국휘가 추하에게 비어있는 음악교사를 맡아달라고 하자, 추하는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일주일에 두 번 농아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기로 한다.
한편, 자량은 추하에게 곧 있을 음악제에 함께 출전하자고 하는데, 추하는 농아학교 핑계를 대며 확답을 하지 않는다. 방 원장으로부터 추하가 앞으로 몇 달밖에 살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은 아버지는 추하에게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어본다. 추하는 조용한 방에서 작곡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아버지는 추하에게 별장을 구해주고 피아노도 놔준다.
어느 날, 국휘는 농아학교에서 쓰러졌다가 깨어난 추하를 집에까지 바래다주는데, 추하는 최근에 만든 곡을 피아노 연주로 들려주며 가사를 부탁한다. 국휘가 ‘One summer night~’로 시작되는 가사를 써주자, 추하는 때마침 집에 온 방 원장에게 자량이 음악제에 나갈 때 쓰도록 전해달라며 악보를 건네준다. 가사 1절을 보자.
One summer night the stars were shining bright
One summer dream made with fancy whims
That summer night my whole world tumbled down
I could have died. if not for you.
Each night I pray for you my heart would cry for you
The sun won't shine again since you have gone
Each time I think of you my heart would beat for you
You are the one for me
어느 여름날 밤에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어요.
어느 여름날의 꿈은 내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죠.
그 여름 밤 내 모든 세계가 무너져버렸어요.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죽을 수도 있었어요.
매일 밤 당신 때문에 울면서 당신을 위해 기도했어요.
당신이 떠난 이후로 태양은 다시 빛나지 않았어요.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내 마음은 고동쳤어요.
당신은 나의 유일한 사람이에요.
방 원장이 다녀간 어느 날, 추하는 자신이 올해를 넘기기 어렵다는 부모님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마음을 다잡은 추하는 추운을 별장으로 불러 자신은 자량이 아닌 국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언니에 대한 적대감(?)을 내려놓은 추운은 음악제에 언니가 나가지 않으면 자량도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언니가 꼭 출전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농아학교에 사표를 낸 추하는 별장으로 찾아온 국휘를 차갑게 돌려보내고 혼자 눈물을 흘린다. 음악제 전날 ‘가족들이 있는 한국으로 떠난다.’는 국휘의 편지를 받은 추하는 충격을 받아 쓰러지지만 다시 일어선다. 음악제에서 자량과 듀엣으로 ‘One Summer Night’를 불러 우승한 추하는 자량에게 추운을 사랑해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추하의 일기장을 보고 그간의 내막을 알게 된 추운은 눈을 좋아하는 언니를 위해 성탄기념 가족여행으로 한국행을 추진한다. 가족들은 추운의 편지를 받고 공항에 마중 나온 국휘의 안내로 경복궁과 민속촌을 관광한다. 추하와 국휘는 강원도의 스키장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다가 스키를 타고 내려오던 중 추하가 쓰러져 죽으면서 영화가 끝난다.
‘사랑의 스잔나’는 1976년에 제작된 한국홍콩합작영화로, 동남아에서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우리나라에서도 학생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17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9년 전에 아시아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리칭 주연의 ‘스잔나’(1967년)의 아류작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평범한 영화인데 영화에 삽입된 진추하의 자작곡들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Graduation Tears’와 ‘One Summer Night’가 큰 사랑을 받았고 OST 음반도 많이 팔렸다. 후자(後者)는 ‘말죽거리 잔혹사’(2004년)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진추하는 이 영화로 대만 금마장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77년, 속편 ‘추하 내 사랑’이 나왔다. CF감독인 종진도가 광고모델 진추하를 우연히 만나 우여곡절을 겪다가 맺어지는 이야기인데,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진추하는 1981년 말레이시아의 사업가와 결혼하면서 연예계를 은퇴했다가, 2006년 새 앨범을 발표하고 우리나라에서 발표회를 가지기도 했다.
첫댓글 원 썸머 나잇....
이 노래 참 좋아해서
젊은 시절.. 많이 흥얼 흥얼 따라 불렀는데..
추억이 새롭네요~
그랬겠네요. 저는 이때 군복무하느라 볼 수가 없었구요.
영화는 한참 후에 봤는데,
리칭이 나오는 '스잔나'의 짝퉁 느낌이 물씬 풍겼어요.
진추하와 알란탐의 옛무대가 그립습니다^^*
동감입니다.^^
영화도 보고 노래도 많이 불렀네요~
좋은 추억 소환입니다~
영화보다 노래가 더 유명한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