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석 일지(2023년 1월 4일, 수요일, 흐림 / 24510일째)
우보만리牛步萬里
소의 걸음으로 뚜벅뚜벅 나의 마음 속의 소를 찾아나선지가 참 오래전이다. 심우도尋牛圖는 열개의 그림으로 되어 있어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한다. 다석 유영모는 교회가 마음을 찾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하여 예배당을 심우소尋牛所라고 하였다.
집을 나간 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겨우 찾았더라도 도망가고 뛰기에 붙들어 매기 어렵다. 달래고 어리어 고삐를 붙잡았다고 하더라도 순순히 집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말을 듣게 하는데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소와 교감하고 마음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소의 벗이 되어 소의 등 위에 올라탈 수 있다. 나의 거친 마음, 화나고 소리지르는 마음, 분노가 조절되지 않는 미친 마음, 탐욕으로 날뛰는 마음, 놀고 마시고 쾌락을 즐기는 마음을 잡기란 집나간 소를 잡는 것보다도 어렵다.
십우도를 이해하고 내 마음 다 잡아야 해야할 일을 할 수가 있다. 천천히 뚜벅뚜벅 소의 걸음으로 살다보니 무엇인가 인생의 경험과 지혜가 하나씩 쌓이고 축적되는 것 같다. 도덕경을 다석 유영모 선생이 1959년에 순우리말로 <늙은이>로 번역하였다. 올 봄에는 <늘그런이 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석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아니 중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도록 써달라는 요청을 8년 전에 받고 그동안 나의 일상 삶의 이야기 소다석 일지를 7년 동안 써왔는데 이것도 출판해보자고 한다. 68세가 넘어서 들소를 붙들어 매고 내 마음도 잡아 고요에 매어두는 것을 참 늦은 나이에 하게 된다. 이러한 것을 대기만성이라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