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 하나 보이지 않는 산길을 걷는다 세상의 고요가 여기에 다 모였을까 정적으로 꽉 찬 숲, 잡목들의 숨소리마저 새어나온다 길은 산꼭대기까지 걸려 있고 어린 나무들 은 누군가 풀어놓은 햇살을 덮고 쿨쿨 늦잠을 자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불은 저 햇살이다
산의 가슴팍에 열매처럼 매달려 사람들은 말이 없다 추위에 옷섶을 여미다가 담배를 꺼낸다 입산금지라는 붉은 팻말이 섬뜩하다 이미 모든 것을 금지 당한, 산도 사람을 원 하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은 희망도 휴식이 필요한 때
먼저 걸어간 나무들이 만세를 부른다 곳곳에 잠복해 있던 산의 소리가 한꺼번에 올라 온다 환한 소리의 천지 이런 거대한 소리의 숲을 본 적이 없다 그 소리 능선을 타고 달 린다 내 몸으로 다시 도져오는 삶의 핏줄
[감상]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입니다. 이런 날은 나뭇가지가 넌지시 가리키는 산행이라도 떠나고 싶습니다. 이 시가 겨울 산의 풍경을 한 눈에 선하게 비춰주는군요. 시의 곳곳에 새로운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참신함이 있습니다. '산도 사람을 원하지 않을 때가 있다'니요, 이런 상상력이 우리를 詩에 매혹되게 하는가 봅니다.
첫댓글 산도 사람을 원 하지 않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