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바닥인지 알았는데 지하실이 기다리는 게 아닌가 하며 주저하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좀 더 참으면 볕 들 날 있는 게 아닌가 하며 망설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놓고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수도권 10월 거래량 반짝 증가인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발표로는 지난 10월 신고된 아파트 거래건수는 3,928건으로 각각 2,100여 건 신고된 지난 8월과 9월에 비해 80% 늘었다. 지난 9월 28일 취득세 감면조치가 발효된 뒤 매수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거래신고 기한이 계약 후 60일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8, 9월에도 적잖이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달 거래량 3,928건은 각각 4,118건과 4,020건이 거래된 지난 3월과 4월의 한 달 거래량과 맞먹는 수치이며 지난 5월 유럽발 금융위기가 다시 불거지며 거래가 급감한 이후 최대치이다.
-수도권 주택 거래량 바닥 기미-
올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만 962건으로 월평균 2,580건 거래됐다. 이는 월평균 4,919건 거래된 2011년 거래량 5만 9,029건의 52% 수준이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반짝 거래된 뒤 침체기를 맞았던 2010년 거래량 4만 5457건에 견줘 봐도 70%에 못 미치는 수치이다. 거래량과 가격 고점인 2006년의 11만 6,270건에 비해서는 27%에 불과한 수치이다.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 붐에 힘입어 거래가 폭증했던 단독 및 다가구 주택 거래량도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올 10월까지 이 부문 거래량은 6,734건으로 2011년 1만 2,173건의 55% 수준이다. 거래량이 폭증했던 2006년 2만 9,232건의 23% 수준이다. 아파트와 다른 점은 단독 및 다가구 주택 가격은 2006년 평당 500만~1천만 원에서 지금은 두 배 넘게 올랐다는 것이다.
-가격도 바닥인가-
수도권 아파트는 최근 거래량이 늘었을 뿐 아니라 가격도 많이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서 금융사나 부동산 정보업체를 인용 보도하는 월간 변동률 수치는 0.XX%로 나온다. 이는 거래된 아파트를 전체 가구 수로 나눈 수치로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것이다. 네이버에 오른 매물을 살펴보면 30평대 기준으로 1억 원 가까이 떨어진 곳도 많다.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현재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06년 1·4분기 가격 기준으로 10~15% 정도 올랐거나 그대로이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는 오히려 20% 가까이 떨어져 있다. 뒤늦게 오른 서울 동북부 지역이나 산본 등 다른 1기 신도시도 고점 대비 30~40% 하락, 저점 대비 10% 정도 올라 있다.
2006년을 비교 대상으로 하는 것은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발표가 이 해부터 시작됐고 이른바 학군 효과, 재건축을 앞세운 강남 목동 과천과 수도권 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2002년부터 2005년 말까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3년간 올랐다 해도 물가상승률 정도다. 결국,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2006년 1·4분기부터 본격 상승해서 2006~2007년 고점을 기록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현재 체감 가격은 2006~2007년 고점 대비 보통 20~60%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소형 평형은 적게 떨어지거나 다소 올랐고 중대형은 절반 가격이거나 그 이하인 것도 수두룩하다.
-지방 아파트의 키 맞추기 상승-
많은 이들이 거품이 없다고 여기는 지방 아파트 사정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부산 해운대 우동 30평대 아파트의 2006년 가격은 대략 1억 4천만~2억 1천만 원 사이였으나 2012년에는 2억 4천만~4억 1천만 원까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광역시 쌍촌동 기존 아파트 가격은 30평형 기준으로 7천만~1억 2천만 원에서 현재 1억 2천만~1억 8천만 원을 형성하고 있다. 대전 둔산동 30평대도 1억 7천만~2억 4천만 원에서 현재 2억 2천만~3억 1천만 원까지 올랐다. 집값 오르지 않기로 유명한 대구조차 2006년 가격보다 20% 내외 올랐다. 이 가운데 부산 해운대를 제외하고는 신규 물량 대부분이 새로운 인기지역으로 옮겨 공급되고 있고 신규 분양가는 기존 아파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에 대해 거품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2012년을 기준으로 10년을 되짚어 보면 서울이나 지방이나 상승률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주택 수요와 관계 깊은 임금수준과 인구구조 살펴보기-
주택구입 내지 수요와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소득 및 임금 수준을 보기로 한다.
2002년 최저임금은 처음으로 2,000원을 돌파해 시간당 2,100원이었으며 그로부터 10년 지난 2012년 최저임금은 4,580원이다. 잡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2012년 500대 기업 초봉은 3,481만 원이다. 2002년 대기업 초봉은 2,100여만 원이었다. 사회보호 내지 취약계층의 임금은 대략 100% 넘게 상승했으며 중산층 임금도 60%의 상승을 했다.
서울에서 10년 전에는 원룸이나 방 한 칸 월세 20~30만 원짜리가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없는 것이나 고액 전세를 감내하는 계층이 날로 늘어나는 것 모두 이 같은 임금변화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아파트 구입이 늘지 않는 것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부동산 중에서도 다른 상품으로 투자대상을 옮겼기 때문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숱하게 살펴본 인구구조를 다시 보기로 한다.
2010년 인구조사결과 가장 많은 인구가 포진한 연령대는 40대로 820만 명이었으며 그다음이 30대로 779만 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시 조사에서 30~35세 인구의 절반이 미혼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 조사해도 서울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는 경기가 어려운 탓도 있으며 최근 만혼 풍조도 한 몫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는 항상 나쁜 것도 아니며 사회 풍조는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
이들의 상당수가 자발적 독신자가 아니라면 언젠가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릴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아직도 주택 구입 희망연령대는 적잖이 포진해 있고 주택시장의 연착륙과 단기 반등도 가능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생산인구가 2010년대 중반부터 줄어들고 전체 인구도 2020년대 중후반부터 하락한다고 해도 그 기간 누군가는 주택을 사고팔아야 한다.
-집값 거품론과 적정 PIR-
집값 거품론은 금융위기 이후 끊이지 않는 논란거리다.
집값 강세론자로 알려진 모 대학 교수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한국이 4.4 미국은 3.5 캐나다는 3.4 영국은 5.2 호주는 6.1로 나타났다.
도시별로 보면 서울은 7.7 로스앤젤레스는 5.9 시드니는 9.6 밴쿠버 9.5로 조사됐다.
국민은행이 최근 제시한 2012년 2·4분기 우리나라 중간소득 가구 연소득은 4,313만 원이다. 대략 연봉 4천300여만 원인 중간소득 가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4.4년 모으면 2억 3천만 원짜리 전국 평균 주택을 마련할 수 있으며, 서울에서는 8년 가까이 모아야 3억 3천만 원 내외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서울이 거품이고 지방은 거품이 아니라고 단언하기도 하나 반드시 맞는다고 할 수 없다. 캐나다 서부 연안 밴쿠버에서 단독주택이 100만 달러 한다면 비슷한 크기의 집이 동부 연안 핼리팩스에서는 20만 달러에 못 미치기도 한다. 2000년대 미국 주택폭등 시기에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집값이 200% 가까이 폭등했지만 중부의 시카고는 거의 오르지 않았고 디트로이트는 오히려 내렸다. 또한, 같은 도시에서도 직장 교통 치안 인종 교육 등의 이유로 집값의 차이가 상당히 벌어지기도 한다. 집값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많이 오른 지역은 지금 크게 조정을 받고 있고 거의 오르지 않았던 지역은 조정을 조금 받거나 오히려 소폭이나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세대갈등과 사회정의-
우려스러운 것은 주택시장에 불고 있는 세대갈등 조짐이다.
20~30대는 기성세대가 집값 올려놓았다고 사지 않겠다고 한다. 까닭 없이 윗세대를 손가락질하고 조금만 집값에 우호적 발언을 해도 매도한다.
재테크 수단이 변변치 않던 시절 부동산에 투자했고 집 하나 마련이 전부였던 대다수 기성세대에게 그 같은 손가락질은 정당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2000년 이후 쏟아진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한두 채, 두세 채씩 사들인 30~40대들은 정당한 투자를 했고 집을 산 50~60대들은 투기를 한 것인가 한번 되새길 필요도 있다.
거품이 있다면 거품이 어떻게 생성됐고 이를 방조하는 세력과 뒷받침하는 제도가 무엇인지 연구하고 제거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지금 같은 집값 형성구조에서 집값이 내린다고 건설사나 정부, 지자체, 시행사가 크게 손해 보지 않는다. 그들은 싸면 싼 대로 이익보고 비싸면 비싼 대로 호시절을 맛보는 것이다.
지금 같은 거래 두절은 이삿짐센터, 인테리어 등 부동산 연관산업이 멍들게 되고 그 때문에 경기가 시들게 된다. 아파트에는 거울 유리 못 찬장 등 1만여 개의 품목이 들어간다. 불경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 유혹에 빠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건설시장을 시각을 넓혀 국내만 아니라 국외로도 살펴봐야 할 것이며 굳이 아파트가 아니라 다른 품목을 개발할 생각을 해야 한다. 이미 실질 주택 보급률은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100%를 넘긴 상태이다.
대대적인 대북교류가 없는 한 건설업은 앞으로 1970~80년대 같은 영광의 날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 건설 현장의 절반 이상은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수입인력이 차지하고 있으며 아파트에 들어가는 품목 국산화율도 날로 떨어진다.
많은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베이비부머들이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줄 잘 못 알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인구 폭발의 시발점일 뿐이다. 앞에서 지적했듯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연령대는 1963~1982년까지 20년 동안 출생자들이다. 이들은 한 해 평균 90만 명 가까이 태어났다. 한 해 평균 80여만 명 출생한 베이비부머들보다 많다.
선진국에서 거품을 없애는 한편, 집값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인구구조에도 있다고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1946~1964년 출생한 주요 선진국 베이비부머는 은퇴했거나 은퇴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들이 상당수 부를 움켜쥐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역시 집이다. 정부가 이들에 대한 부를 빼앗을 수는 없을 것이다.
보건수준이 떨어져 노인인구가 많지 않고 각종 전란으로 기성세대가 대폭 줄었던 1930년대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 직후까지 집값이 내려간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반문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형편이 닿지 않으면 무리해서 살 필요는 없다.
자신이 서민이라면 질 좋고 싼 국민임대 주택을 정부에 건설해 달라고 요구해야 하며 취약계층이라면 질 좋은 공공임대 주택을 건설해달라고 촉구해야 한다. 하지만 중산층이면서 집값 비싸다며 기성세대를 탓하고 정부에 떼를 쓰는 것은 지나친 억지일 수도 있다.
5~6억 원 하는 강남 아파트에 전세 살며 외제 차 굴리면서도 각종 세금을 회피하는 30대와 평생 직장생활 하며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한 50대 은퇴자가 집 한 칸 있다는 이유로 각종 세금을 과다하게 내야 하는 것, 과연 어느 것이 정의로운 사회인지 자문할 때가 온 것이다.
부동산에는 아파트 토지 상가 오피스텔 수많은 종목이 있다. 세월에 따라 어떤 것이 싸기도 하고 비싸기도 한 것이다. 먼 훗날 집값이 어찌 될지 누구도 모른다. 현재의 아파트 가격은 거래량이나 가격을 볼 때 바닥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살아나고 좋아지면 반등할 여지가 많다. 하지만 2년 내 큰 폭의 반등은 어렵고 반등한다 해도 과거 같은 일률적인 상승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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