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19>
"소화불량에서 만성위장병까지" - 삽주(白朮)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소화기계는 음식물을 분쇄하여 타액과 혼합하는 구강과, 연하를 담당하는 식도, 음식을 받아 분해하고 소화액과 혼합하여 십이지장으로 배출하는 위, 십이지장·공장·회장으로 이루어진 소장 그리고 맹장·결장·직장을 포함하는 대장 및 항문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 소화액을 분비하는 타액선, 췌장, 담낭도 소화기계로 분류된다. 그러나 해부학에서 바라보는 비장(脾, 지라)은 음식물의 소화·흡수 기능보다 다분히 조혈기계 및 면역계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는데, 비장을 위장과 함께 소화기계 전반의 중심 장기로 보는 한방적 관점과 큰 차이가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비(脾)는 주로 위(胃)를 도와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유효성분을 전신에 운반하는 ‘운화(運化)기능’을 수행한다. 만일 비장의 운화기능이 소실되면 영양물질인 체액이 특정한 곳으로 내몰리어 그곳에 담음(痰飮, 가래)·수종(水腫, 부종)이 발생한다. 또한 비장의 ‘혈액통섭기능’이 약해지면 변혈·뇨혈·월경과다 등 하초의 출혈이 잦아지며, 영양물질을 심폐로 끌어올리는 비장의 ‘승청(升淸)기능’이 부실하면 각 장부조직과 기관을 자양할 수 없어 전신이 무력하고 헛배가 부르며 설사하기도 한다. 비장은 인체 내장의 위치를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승제(升提)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중기(中氣)가 하함(下陷)하여 위하수, 신하수, 자궁하수, 탈항 등이 발생한다. 비장은 또 위와 표리관계를 유지한다. 위는 생리적으로 습을 좋아하며 비는 건조한 것이 좋다. 의당 습한 위기(胃氣)는 하강해야 순조롭고 건조한 비기(脾氣)는 상승해야 정상인바 양자는 각각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오장육부가 편안해진다. 장기의 표리관계는 어느 한 쪽에 병변이 발생하면 다른 한 쪽 장기도 따라 병들게 된다. 비가 허하여 습이 많아지면 위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위가 건조하여 열이 발생하면 비장이 상해 소화장애가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소장에 대해 심장이, 대장에 대해 폐가 표리관계이다. 가령 심화(心火)가 크면 소장의 활동에 지장을 주어 소변 량이 적어지면서 소변 색이 붉거나 혈뇨를 보기도 한다. 이런 때는 청심(淸心)약재로 이뇨약과 겸하여 다스릴 수 있다. 또 폐는 대장과 배합되므로 폐열이 내리지 않으면 대변이 굳을 수 있고 배변이 되면 폐열도 따라 내리게 된다. 이때도 통변약과 청폐열약을 병행함으로써 겸치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보기(補氣)약으로도 분류되고 면역계 약으로도 분류하는 『백출(白朮, 삽주의 생약명)』은 뿌리의 색이 희고 탁하다는 뜻이 들어 있다. 성미는 쓰고 달며 따뜻하고, 비와 위경으로 들어가 비의 운화작용과 희조오습(喜燥惡濕, 건조한 것을 좋아하고 습을 싫어함)하는 성질과 부합하여 비장을 보해주는 대표 약초이다. 즉 몸에 과한 습을 제거하여 담음을 치료하며 그득하고 더부룩한 증상을 없앤다. 땀이 새어나가는 자한(自汗)이나 도한(盜汗)에도 상용하며, 비장이 차고 허하며 습해서 오는 태동불안도 안정시킨다. 백출의 추출물은 뚜렷한 이뇨작용이 있으며, 자극성 위궤양에 대해서도 뚜렷한 억제효과가 있다. 장관활동이 과흥분할 때는 억제하고 억제되어 있을 경우에는 장관의 자발적 수축활동과 긴장성을 높인다. 백출의 정유성분은 생쥐의 임파육종과 복수암에 억제작용을 나타낸다. 백출에서 추출된 atractylon은 인간 백혈병세포주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연구 되었다. 그밖에 혈압강하작용, 담즙분비촉진작용, 강장작용, 항균작용, 혈당강하작용, 항혈액응고작용, 간손상보호작용 등의 효능이 확인되었다.
평소 위가 허약하여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되며 자주 가슴이 더부룩하고 답답한 사람은 《綱目》에 나와 있는 ‘전씨이공산(錢氏異功散, 백출·백복령·인삼·귤피·목향·감초 각 4, 생강 3편, 대추 2개)’을 쓰면 ‘기이한 공효’가 있다. 백출과 함께 가정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대추, 생강, 진피, 산약(마), 곽향(방앗잎) 등을 넣어 달여도 효과가 크다, 전씨이공산의 기본 방에 산사·향부자·후박· 맥아·사인·지실 등을 더하여 급체를 다스리고, 설사에 가자·육두구를, 변비에는 라복자(무씨)·대황을 추가한다. 구역에 반하·복령을, 주상(酒傷)에 갈근을, 황달엔 인진을 가한다.
비장은 오행에서 토(土)에 해당한다. 토는 만물이 생장·분산하는 목화(木火)와 이를 다시 통일·수장하는 금수(金水)의 중재자로서 어느 편도 아닌 절대중화지기이다. 동(動)적인 양작용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靜)적인 음작용을 하는 것도 이닌 ‘中’작용을 한다. 사계에 배속하면 춘하와 추동의 중간인 장하(長夏)가 되며 방위는 사방의 주체가 되는 ‘十’의 중심교차점인 것. 여름(火)의 기운이 크고 오래가는 것은 중재자로서의 토가 어떠한 이유로 자신의 소임을 다 할 수 없어 여름(火)에서 가을(金)로의 이행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음을 시사한다. 이런 때 사람의 몸도 태과(太過)한 화기를 억누르지 못하여 비위가 열을 많이 받게 된다. 열은 승부(昇浮)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정체되었던 위장의 습기가 비장을 따라 위로 올라가게 되므로 머리가 어찔어찔하고 속이 매스꺼우며 하초가 싸늘하게 식는 ‘현훈(眩暈)’증상이 발생하거나 피부에 열꽃이 자주 피는 병변으로 나타나기 쉽다. 같은 이치로 심장의 열은 소장의 소화흡수능력을 방해하고 폐열은 대장을 무력하게 하여 설사하게 한다. 열은 또 신의 수를 마르게 하고 간의 혈을 모손시키므로 오장육부의 음양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이로써 역류성식도염, 근육통, 건해, 건선, 구강염, 비염, 부종, 변비 따위의 다양한 열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 병증이 여럿이라 해도 그 원인은 역시 비토(脾土)가 가진 중재자로서의 기능상실에 가름한다. 백출을 상용하여 비장의 기능을 회복하면 육부의 조화와 오장의 순행이 평화로워질 것이므로 소우주인 인간의 사계 또한 늘 강건함을 잃지 않을 것이다.[終]
첫댓글 나에게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추석무렵 고생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린... 뭔가 다소 장기간 불편을 주는 증상이 있으면 전화해 주세요. 그린께선 건강하시지만 관리는 또 다른 예방이니 우리 나이에 간간이 상비약도 필요하지요. 절 종종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