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난로와 함께 하는 전원일기
어느 날 수원교구 정자동본당 신부님이 산북성당에 오셔서 둘러보신 다음, 성당이 너무 춥겠다며 좋은 화목난로를 [성탄선물]로 주셨습니다. 주일헌금이 50~60만원 나오는 산북성당으로서는 한달 전기료 123만원을 내면서도 춥게 살던 터라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교우들의 의견을 들으니, 화목난로는 아무래도 연기가 나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새성당인 산북성당이 연탄공장처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난로를 밖에다 놓고 시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나무를 넣고 신문지로 불쏘시개를 하여 때보니 과연 연기가 난로 입구로 많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난로를 선물하신 신부님에게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실내에서도 연기가 안 나게 되어있다’며, [연통]을 뽑아내고 [역풍방지기]를 달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연통을 달고 역풍방지를 달고는 이번에는 난로를 교육관에 들여놓고 시험을 해보았습니다. 이때 정자동본당신부님께서도 함께 하셨습니다. 그런데 장작을 넣고 신문지를 불쏘시개로 하여 불을 붙여보았더니 역시 난로 입구로 연기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이유를 분석한 결과 연통이 직선으로 올라가지를 못하고 난로에서 수평으로 꺾였고 연통의 길이가 길지 않아서.....
이렇게 실패를 한 후, 실제로 집 안에서 화목난로를 사용하시는 바오로 선교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선교사님께서는 당신네는 집에서 화목난로를 쓰는데, 연기가 입구로 나오지 않는다 하시며, 난로 설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설치할 것을 권장하셨습니다. 그래서 양평에 있는 난로 전문가의 말을 듣기로 하였습니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지금 연통으로 쓰고 있는 직경 14Cm 연통을 20Cm로 넓혀야 하고, 점화할 때 부탄까스를 이용하여야 하며, 연기가 안 나는 고체 연료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선교사님께서는 설치비용 전액을 부담하시기로 하고, 난로 전문가에게 ‘책임지고 설치하라’고 명하셨습니다.
난로 전문가에 의해 설치가 끝난 다음, 첫 번째 시험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성당에 연기가 가득 차 창문들을 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번에는 난로 템포를 [열림]으로 놓고 불을 피워야 하는 것을 [닫힘]으로 놓고 불을 땠으니.....
교우들에게 선 보일 겸 주일미사 때 난로를 때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불을 피웠는데 이번에도 성당에 연기가 끼었습니다. 이번에는 무엇이 또 잘못 되었는가 했더니, 연기가 나온 것이 아니라, 새 난로 표면에 있던 칠이 타서 나는 연기라 하였습니다.
우리 공소의 본당인 퇴촌본당 김종남 신부님이 인사이동이 되시어 산북신자들과 송별미사를 드리는 수요일 저녁미사 때였습니다. 신부님께 인사드리려 많은 신자들이 저녁미사에 나오시리라 생각하여 난로를 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니 연통이 벌겋게 닳아오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소회장님께 이 사실을 알리려 갔는데, 그동안에 난로 연통 몇 군데 이음새에 쏜 실리콘에 불이 붙어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회장님도 저도 너무 놀라서 달려가 템포로 불길이 연통으로 가는 양을 줄여서 진정을 시켰습니다. 이번에 화근은 성당을 따뜻하게 한다고 너무 많은 나무를 넣은 것이 그만.......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느라 정자동본당신부님과 선교사님이 궁금해 하실 것을 알면서도 연락을 드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딸을 시집보내고 안절부절 못 하는 부모처럼, 두 분들은 애태우며 이때나 저때나 산북성당 난로 이야기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셨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에게 분명해진 것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난로 입구에서 연기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과 선교사님께 연락하여 그동안에 있었던 우여곡절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산북식구보다도 더 기뻐하셨습니다.
사목활동을 하면서 거듭 거듭 경험해왔고 텃밭 채소를 가꾸면서도 경험하는 것처럼, 무슨 일이든 우리 인간이 땀을 흘리고 정성을 다한 다음에야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번 화목난로를 성당에 설치하면서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至誠이면 感天이라는 격언이 떠오릅니다.
이런 과정들을 겪었기에 정자동본당 신부님과 선교사 부부에게 더욱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겨울에도 잘 쓰겠지만, 여름에 기름칠 잘 하고, 나무로 케이스 만들어 씌워 잘 보관하여 두고 두고 잘 쓰겠습니다.
신부님과 선교사부부에게 감사하고,
좋으신 분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산북성당의 까탈스런 새 입주자
성당 밖 연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