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하느님은(최주봉, 요셉, 서울가톨릭연극협회장)
누군가 저더러 하느님은 어떤 분이시냐고 묻는다면, 저에게 하느님은 고마우신 분이라고 답하겠습니다. 8남매의 장남으로, 상과에 진학하길 바라시는 아버지 뜻을 거슬러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연극에 데뷔한 후 20년 무명생활을 거쳤습니다. 그래도 그 모든 시간을 하느님께서 돌봐주셨다는 것을 이제 깨닫습니다.
가끔 신앙의 신비를 느낍니다. 제가 그다지 독실하지도 않고 신앙심이 깊지 않은데도, 하느님께서 저를 도와주심을 느낍니다. 그런데 은총을 한꺼번에 다 주시지 않고, 조금씩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너는 여기서 일해야 한다’고 하시며 저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받는 은총에 그저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런 감사한 마음을 느끼기에 저는 ‘몇 배로 더 갚아 나가야겠다’, ‘주시는 일들을 해서 보답해야겠다’라고 결심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우리 공연이 도움되는 사람들을 위해서. 제가 돈으로 할 일이 아니라 몸으로 때워서 해야 할 일들입니다. 봉사로 함께해야 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제가 가수라면 혼자서 노래하면 될 텐데, 연극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단체로 앙상블을 이뤄야 합니다. 여럿이 함께해야 하나의 작품이 나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감동하고, 즐거워들 합니다.
또 고맙고 감사한 것은 칠순을 넘긴 이 나이까지 아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에는 매주 ‘테마기행, 길’이라는 전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만 보 이상씩 걸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어디가 아프거나 시원찮으면 촬영을 할 수 없을 텐데, 아직 제 몸이 버틸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합니다. 각 지방 MBC를 번갈아 가며 촬영하는데, 다음 차례인 충북 MBC가 가톨릭 성지를 중심으로 찍자고 제안해서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종교적으로 접근할 수는 없고, ‘테마기행, 길’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역사와 문화적인 접근을 하겠지만, 그래도 성지들을 찾아다니며 공중파 방송에서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쁩니다. 제가 밥 먹을 때마다 성호경을 바치거나, 무슨 일 있을 때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비신자인 PD나 작가들도 제가 가톨릭 신자인 것을 알게 되어 제안해주신 겁니다.
이제 저에게 남은 기도 지향은 오로지 연기 활동과 서울가톨릭연극협회 활동과 관련된 지향뿐입니다.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건강을 허락해주십사, ‘서가연’이 잘 되게 도와주십사, 모두가 함께 공연으로 주님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십사, 그런 기도를 많이 합니다. 하느님을 믿으면 확실히 더 행복해집니다. 똑같은 삶을 살아도 더 행복합니다. 하느님하고 같이 살기에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음도 편해지고요.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확신을 가지고 권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