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m Equipment 패들링 웨어의 보온 내의류 모델 이름에 'Tsangpo'라는 생뚱맞고 읽기도 어려운, 우리말로 '창포' 중국어 발음은 '짱뽀'로 읽는 단어가 있는데, 티벳 히말라야 고원에서 발원해서 벵골만으로 흘러가는 중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긴 강, '얄룽 창포(Yarlung Tsangpo)江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왜 Palm이 이 단어를 모델명으로 가져다 썼을까 지금부터 천천히 그리고 가볍게 읽어보시면서 추론해보시기 바랍니다.
얄룽 창포江을 지도에서 보면, 히말라야 산맥의 티벳지역에서 시작해서 동쪽으로 길게 흐르다가 갑자기 급격히 굽이치며 남쪽으로 흘러 인도 땅으로 들어가 브라마푸트라(Brahmaputra)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방글라데시 땅으로 들어가서는 '파드마(Padma)'江과 '메그나(Meghna)'江에 차례로 합쳐지며 벵골만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갠지스(Ganges)江'이 파드마江으로 들어가 브라마푸트라江과 합쳐진 후, 마지막으로 메그나江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1998년 미국에서 방영된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서 티벳 히말라야 고원을 따라 흐르는 강을 용감한 패들러들이 래프트와 카약으로 탐험했는데 수위가 너무 높아지는 바람에 카약커 한 명이 목숨을 잃는 바람에 탐험을 중도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스토리의 영상을 보았을 때 "저런 상황인데도 탐험을 강행해야만 했나"고 그들의 판단을 부정적으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강이 바로 '창포'였고 그들은 그곳에서도 가장 외지고 험준한 곳으로 알려진 'Tsangpo Gorge(Tsangpo Big Bend)'에 도전한 것이었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많은 사진과 영상들을 볼 수 있는데, 중국 CCTV 2부작 다큐멘터리 '천하(天河)'도 이 강을 주제로 다룬 겁니다. (내용은 다큐멘터리物들이 다 그렇듯 카약커들 입장에서는 별로 볼만한 건 없습니다.)
여튼 얄룽 창포江이 지구 상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에서 흐르는 강인 것은 맞고, 발원지가 해발 5,500m 이상인 곳이다 보니 가히 '하늘의 강'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게까지 과장된 건 아니며, 게다가 이 강의 길이가 2,840km니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낙동강·한강(약 510km)보다 5.5배나 길고, 하류로 내려가면서 여러 지류들이 합쳐지면서 유량도 초당 2,900톤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강입니다.(내린천 수위 5m 정도일 때 대략 1,000~1,300톤 남짓한 정도이니까, 아마 내린천 수위 10m를 넘었을 때 정도?)
발원지인 Ansi 빙하로부터 나온 물은 대부분 평평하고 드넓은 고원지대의 목초지와 황무지를 따라 흐르기 때문에 강 전체가 엄청난 급류가 흐는 것은 아니라 물살은 빨라도 대체로 밋밋합니다.
하지만 히말라야 고원지대의 무수한 산들 높이가 워낙 높다보니 그 사이를 흐르는 강의 깊이가 자연스럽게 수 천m가 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을 두고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협곡을 흐른다고 표현하는데, 그 점은 좀 지나치다고 느껴집니다.
The River Runner
하지만 길이가 504.6km나 되는 Tsangpo Big Bend 구간에 이르러서는 표고차가 거의 2,000m에 이를 정도로 급격한 경사를 보이는데, 바로 이 구간이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할거라고 봅니다.
당연히 카약커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동강(東江)처럼 굽이치며 흐르는 곳에 진부계곡을 연상케하는 급류가 있겠다고 상상하겠지만 이미 여러 차례 일본(1993), 미국(1998) 등 여러 나라의 탐험가들과 카약커들이 이곳에 도전했지만 전 구간을 내려가지도 못했고 카약커가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모두 중도 포기했습니다.
당시에는 일단 출발하면 나올 때까지 중간에 보급을 받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구난하기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인데, 2002년에 도전한 다국적 탐험대도 상류구간(upper)만 간신히 탔을 정도라고 합니다.
얼마 전 유명한 급류 카약커 Rush Sturges가 제작한 'The River Runner'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 다국적 탐험대의 대장 Scott Lindgren의 회상 이야기가 Amazon OTT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저는 이미 봤는데 카약커 여러분이 기대하는 그런 건 별로 없어서 적극 추천하긴 좀 그렇습니다. (여기저기 TV에 출연해서 인터뷰한 장면들과 짧은 영상들을 끌어모아 짜집기한)
다만 얄룽 창포江 대협곡 북쪽에서 팔룽 창포(Parlung Tsangpo)라는 江도 합류하는데, 길이 266km에 표고차가 무려 3,360m인 팔룽 창포 협곡(Parlung Tsangpo Gorge)도 있고 강을 따라 이미 도로도 나 있다고 하니 여러분도 한번 관심을 갖고 자료를 찾아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위 개념도 우측 상단에 붉은색으로 표시한 네모칸 지역은 히말라야 산맥의 맨 동쪽 끝자락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세계 최고봉 순위에서 27위에 해당하는 남차바르와山(7,782m)이 솟아있는데, 얄룽 창포江은 바로 이 산을 에워싸듯 돌아흐릅니다.
이곳에 살던 누군가 옛날에 예언하기를 "훗날 남차바르와山이 무너져 얄룽 창포江을 막아서 물길이 고개 넘어 다른 쪽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는데, 현재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그 예언이 맞는 것도 같고, 어쩌면 그 예언을 빙자해서 얄룽 창포江 물길을 돌릴 발상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 지역은 현재 중국과 인도가 서로 자기 땅이라고 우기며 다투는 분쟁 지역 중 하나로, 사실 이 지역을 구글 지도로 봐도 어디가 중국이고어디가 인도 땅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험준한 산악으로 된 오지 중에 오지이며, 애초에 그 땅 주인은 중국도 인도도 아닌 티베트人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얄룽 창포江 흐름이 극적으로 바뀌는 지형을 이용한 새로운 자원(수력자원) 창출을 꾀하는 바람에 양국 사이에는 새로운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데,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남의 땅, 남의 물을 갖고 X랄들 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죠.
Medog(Motuo) Hydropower Station
마침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생산이 절실한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이곳에 여러 개의 수력 발전댐(Dam)을 짓기 딱 좋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은데, 저같아도 충분히 그런 발상을 했을겁니다.
이미 그런 Dam Project는 시작되어 중국 정부는 Tsangpo Big Bend 일대 Medog county에 5개의 거대 콘크리트 댐을 짓고, 4개의 길이 20km짜리 거대 터널을 뚫어 유역변경식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는데, 그 내용을 보면 정말 엄청납니다.
전기 생산량은 지구 최대 댐인 샨샤댐의 3배, 건설비는 샨샤댐의 4배나 된다고 합니다.
이 구간이 원래가 험준한 지형에다 워낙 외진 곳이다보니 변변한 도로가 없어 댐 공사에 필요한 시멘트와 자재들 운반을 위해 협곡에 도로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레미콘 트럭과 중장비들을 헬리곱터로 들어 날라야 하다보니 공사비가 엄청나게 들어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야무진 프로젝트는 당연히 Big Bend 바로 밑에 있는 나라인 인도(India)는 물론 맨 하류쪽 방글라데시 정부의 반발을 사고 있고, 이 지대가 지진활동이 잦은 조산대에 있고 다양한 식생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12~14만명에 이르는 티벳 거주민들이 강제 이주 당하는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세계 각국의 지질학자와 환경론자들의 강한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댐인 소양댐을 지을 때 강제 이주한 춘천·양구·인제주민이 대략 1.8~2만명 정도였으니 그것의 6~7배나 되니 역시 중국입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정부의 반발은 곧 물, 수자원의 차단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물의 무기화(weponization)와 자원의 유출, 즉 여기서 생산된 전기가 중국 동부로 간다는 것에 대한 반발인데,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내 땅에 댐을 지어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것이고, 전기 생산을 하면 당연히 그 물은 하류로 자연스럽게 내려가는데 대체 뭐가 문제냐는 것이니 사실 딱히 막을 방법도 없어 보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끝이 이상하죠? ㅎ
이 글을 올린 지 불과 2주 후에 네팔 중부지역의 중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지룽현에서 대규모 빙하와 산 사태가 일어나 그 토사가 트리슐리江으로 쏟아져내려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비록 Tsangpo Big Bend 구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고는 하나, 같은 히말라야 산맥 내에서 벌어진 사태이니만큼, 이 사태는 인류에게 자연을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는 새로운 차원의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지에서 수력발전댐을 건설하던 우리 국민 9명도 아직 실종 상태라고 하는데, 아무쪼록 무사 생환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