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를 방문한날, 오전까지만 해도 날이 흐려서
흐린 기분으로 천천히 올레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아주 희망적이었던 부분은 우리가 바다를 따라 걷고 있는 사이에
날시가 조금씩 맑아지면서 이쁜 뭉게구름들이 오고 있었다.
가파도 올레길은 잠시 바다를 보다가
섬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너른 들판에 다시 보라색 꽃들과 가파도의 명물, 풍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풍차랑 꽃을 함께 찍으면 좀 이쁘게 나오지 않을까 냅다 찍어봤는데
꽃이 색이 사진에 생각보다 안 담겼다.
드디어 청보리밭을 만났다.
뻥뚫린 넓은 가파도에 아직 덜 여문 푸른 청보리가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춤추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해당 사진은 21년 4월초에 방문한 건데 살짝 덜 여물어서 너무 푸르렀고
4월말에서 5월이 가장 청보리시즌인 거같다.
청보리밭에 딱 풍차까지. 한 편의 그림처럼 보였다.
올레길 초반에서 바다길이 끝나고 다시 중앙쪽으로 가는 길이다.
가파도 섬 내에서도 아래쪽이라서 사람이 그리 많이 몰려있지 않아
사진찍기 아주 좋았다.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항상 사람들이 구경하다가
잘나오나 괜히 모여들어서 결국다시 대기해야했다.
가로, 세로로 이리저리 찍어보고
풍차를 여기저기 옮겨보기도 하면서 가장 멋진 구도를 잡아냈다.
어떻게 하면 청보리밭과 풍차와 사람을
가장 이쁘게 담을 수 있을 지 연구, 또 연구
마침내 여기다 싶은 최고의 장소와 구도를 찾아냈다.
확실히 사진은 가로보다 세로 사진이 잘 나왔다.
아래부터는 청보리밭에서 찍기 좋은 사진 포즈 참고
푸른 청보리밭이다보니 흰 옷을 드레스룩으로 맞추면 잘 어울린다.
얼굴을 보이기 부담스럽다면 모자로 얼굴을 살짝 가려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또 모자 자체가 좋은 소품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 풍차가 보이는 장소가
가파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였다.
딱 적당히 이 부분만 여물었던 청보리와 마침 지나가다
멈춘 한 조각의 뭉게구름이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주었다.
가파도의 청보리는 타 지역보다 2배 이상 자라는
제주의 향토 품종이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높고, 푸르게 자란다고 하고
가파도의 보리밭이 18만여평이나 된다고 하는데
과연 국내 최고의 청보리 명소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청보리들이 많이 다른 곳에서 재배한다고 해도
이렇게 섬 전체가 푸른 물결로 뒤덮여 있는 가파도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
10-2. 집담과 밭담
이제 한쪽을 다 둘러보고 가파도 중앙을 관통하는 길이었다.
집담은 집 울타리를 말하고, 밭담은 밭 경계에 돌을 모아 쌓은 돌담이다
그냥 길가의 돌들 같았는데 한때 집과 밭을 지키던 돌들이었던 것이다.
이 움막집이 가파도 하면 유명하다.
가파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멀리서 찍으면 이렇게 이국적인 느낌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향보다 반대쪽에서 찍은 게 더 느낌있으니 아래 사진을 참고하라.
대신 이렇게 보면 움막과 산방산을 같이 볼 수 있다.
청보리를 제외하고도 다른 꽃들이 보인다.
지난편에서 말했듯이 유채꽃이 가파도에 또다른 품종으로 떠오르고 있고,
또 하나. 양귀비 역시 가파도에서 크게 재배되는 꽃이라고 한다.
청보리, 유채꽃, 양귀비. 이 세개가 지배하고 있다 보면 된다.
섬답게 해녀들이 김, 굴 해삼, 전복, 소라 등을 채취한다.
1842년 이후부터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게 되었는데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된 계기가 된 곳으로
추측되는 곳이 바로 이 가파도 라고 한다. 1653년 가파도에 표류했던걸로 짐작되는
네덜란드 선박 스페르웨르호에 타고 있던 선원 헨드릭하멜이
'난선 제주도 난파기'와 '조선국기'를 저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비교적 정확한 소개된 것이다.
하멜표류기의 그 하멜이 맞다.
용머리해안쪽에서 하멜 배선상 전시관도 만날 수 있다.
하멜의 배가 표류한 것이 제주도인 건 알았는데 가파도와 연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날씨가 완전히 맑아져서 산방산과 오름이 넓게 잘 보였다.
가파도가 한자 이름 때문에 가파도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다를 헤엄쳐 가는 가오리(가파리)를 닮아 가파도가 되었다는 설이 있고,
덮개 모양을 닮아 '개도'로 부르던 것이 가파도라 굳어졌다고도 한다.
제주도 부속섬 중에서는 4번째로 큰 섬이라고 한다.
하나는 우도일 것 같은데 나머지 2개 섬은 어디일까.
나름 축제라 청보리밭 걷기, 문어 통발 체험, 소라잡기, 가파도 청보리 그림,
가파도 사진관전시 및 체험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걷거나 자전거만 타고 걸어도 가파도를 즐기기엔 충분하긴 하다.
우리는 두번째 포토스팟을 찾으면서 이동했다.
두번째 포토스팟은 바로 가파도를 배경으로 한 청보리 밭이었다.
보통 가파도 영상으로 떠돌아다니는 영상이 가파도가 뒤에 보이면
자전거를 타고 청보리밭을 따라 주욱 달리는 영상이었는데
그러려면 일단 산방산이 잘보이는 쪽으로 가야할 것 같아서 발걸음을 서둘렀다.
메인 길로 나오니 사람들 수가 훨신 많았다.
이렇게 청보리밭 뒤로 움막집을 보면 분위기있다.
뭔가 여기서도 잘하면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포토스팟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시간이 부족한 우리는 이보다 산방산 포토스팟을 건지러 떠났다.
사람들이 올라가서 내려다보고 있는 곳은 소망 전망대이다.
엄청 높은 전망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돌이켜보니까 그냥 여기서 찍은 게 더 잘나올 것 같다.
두번째 포토스팟 여기로 저장하도록 하겠다.
딱 청보리가 가장 풍성한 구간이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