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부사와 동래성

[석현수]

호국보훈의 달에 생각해보는 선열

1592년 왜군은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

전략적 요충지 부산 동래성을 반드시 지나가야 했다.

당시 정발 장군이 지키던 부산진성이 함락되자

경상좌병사 이각은 송상현 부사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도망갔다.

왜군은 ‘전즉전이 부전즉가도(戰則戰矣 不戰則假道)

:싸우려면 싸우고 싸우지 않으려면 길을 빌려달라)’라는

나무 팻말을 세우고 동래읍성 남문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송상현 부사는 ‘전사이가도난(戰死易假道難)

:싸워서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는 글을

나무판에 적어 적진에 던지고 결사항전으로 맞섰다.

전세가 기운 것을 알아차린 송상현 부사는 갑옷 위에 관복을 입고

임금이 있는 북쪽으로 네 번 절한 뒤 성문 누각에 단정히 앉아 죽음을 맞이했다.

동래읍성 남쪽 충렬사 내 전시된 ‘동래보국충정도’에는

수많은 왜군에 둘러싸여 죽음 직전이지만,

관복을 입고 의연하게 전사를 기다리는 송상현 부사가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