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사회 생활에 관한 규례를 다루고 있는 문맥에 있어서 본장은 전쟁에 관한 윤리와 규례가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제 요단 강을 건넌 후에 곧 시작되게 될 가나안 족속과의 전쟁에 있어서 지켜야 할 사항을 언급하며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전쟁에 있어서 기본적인 방침이 될 원칙들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1. 전쟁에 관한 규례
1) 가나안 족속과의 전쟁을 독려함
가나안과의 일대 접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권면하는 모세는, 특히 이스라엘의 제사장들이 전쟁에 임하는 용사들에게 담대한 용기를 불어넣어 주라고 명하고 있습니다. 그 전쟁은 우회할 수 있는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지나야 할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나안 족속들은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진노를 사서 그들의 극악한 범죄에 대한 형벌을 받는 것이었으므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심판을 행하는 도구의 역할을 감당해야 했던 것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기성 세대는 광야 세대로서 본격적인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훈련이나 무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전쟁을 위한 전투 식량의 비축도 없었던 상태였습니다. 그러한 열악한 여건이었지만 이스라엘은 가나안과의 전쟁을 반드시 치러야 했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제사장들이 나서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담대한 용기를 불어넣어 주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a.전쟁의 원인이 죄인 경우(약4:1)
b.여호와의 심판으로 행해지는 전쟁(삼하12:10)
c.여호와의 섭리도 행해지는 전쟁(출17:16)
2) 하나님만을 의지하라
이스라엘의 제사장들이 전투 경험이 거의 없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권면하여 용기를 불어넣는 것은 그들이 하나님만을 의지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4절). 하나님께서는 막강한 나라인 애굽의 압제로부터 이스라엘을 출애굽시킨 후 지금까지 광야 생활 내내 그들을 인도하셨습니다. 또한 모세의 인도 아래 아말렉 족속 등과의 전쟁에서도 늘 함께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모든 대적들을 친히 치시고 이스라엘을 구원해 오신 분입니다. 모세는 바로 그러한 하나님을 이스라엘이 신뢰하도록 하라고 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 이외에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닥친 어려움을 타개할 방법은 전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태도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입니다. 여호수아가 지난 역사를 회고하며 임종 시에 말하고 있는 대로,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의 대적을 친히 쫓으시며 이스라엘과 함께하시는 분인 것입니다(참조, 수23:10).
군사들을 신앙으로 지도함(대하20:21-22)
3) 병역 면제자들
하나님께서 친히 전쟁을 주관하시고 이스라엘과 함께하시지만, 그 전쟁에는 이스라엘의 장정이면 누구나 참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병역 의무에도 예외 규정이 있어서 병역 면제자들이 있었습니다. 모세가 명하고 있는 병역 면제의 사유는 새집을 건축하고 낙성식을 하지 못한 자, 포도원을 만들고 그 소출을 아직 먹지 못한 자, 여인과 약혼한 사람 등이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과정 중에 있고, 그들이 만약 전쟁에 나가 전사하면 곤란했기에 병역 면제의 혜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두려워서 마음에 떠는 자들도 전쟁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전쟁에 참여할 수 없거나 면제된 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그들이 전념하여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그들과 함께하고는 전쟁에 승리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오늘날 사탄과의 영적 전투에 있어서도 이러한 원칙은 적용됩니다. 전심을 다해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탄과의 전투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a.전쟁 때 에봇을 통해 여호와께 물음(삼상30:7-8)
b.전쟁 때 우림을 통해 여호와께 물음(삼상28:6)
2. 전쟁 시의 윤리 규정
1) 먼저 화평을 제의하고 불가피할 때 전쟁을 해야 함
이 원칙은 이스라엘이 요단 강을 건넌 후에 곧 치러야 할 가나안과의 전쟁에서 시행된 헤렘 전쟁의 원칙과는 차이가 있는 일반적인 전쟁의 원칙을 천명하는 것입니다. 가나안과의 전쟁은 특별한 경우로서 하나님께서는 별도의 명령을 하시고 계십니다. 여기서 모세는 이스라엘이 가나안과의 전쟁 이후에라도 다른 민족과 전쟁을 하게 될 때의 일반적인 원칙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쟁을 최대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습니다. 먼저 전쟁을 하기 전에 화친을 제의하고 그 화친 제의가 받아들여지면 전쟁 대신 조공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화평을 제의해도 응하지 않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전쟁을 한다는 것입니다. 전쟁을 할 때에도 그 성읍의 남자는 다 죽이지만 여자들과 유아들, 재물들은 취해서 노예나 전리품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가장 기본적인 전쟁 윤리로 삼고 있는 원칙입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전쟁에 있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a.그리스도인은 화평하게 하는 자(마5:9) b.화평하게 하는 방법(벧전3:8-11)
2) 가나안 족속은 진멸해야 함
위에서 언급한 일반적인 전쟁의 원칙과는 달리 이스라엘이 요단 강을 건넌 후 곧 행하게 될 가나안 족속과의 전쟁은 헤렘 전쟁이었습니다. 헤렘 전쟁이란 여리고 성 전투와 같이 군인들 외에도 남녀 노유를 포함한 모든 사람과 가축 등을 죽이고 모든 재산을 불살라 버리는, 말 그대로 진멸시키는 전쟁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전쟁의 윤리와 부합되지 않는 이 전쟁은 여호와 하나님의 잔인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죄에 대하여 진노하시는 하나님의 공의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당시 가나안 땅에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죄악이 만연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가나안 땅에 대하여 그러한 전쟁을 선포하셨던 것입니다.
a.가나안족은 함의 자손(창9:18)
b.가나안족을 아모리 족속으로 표기함(창15:16)
c.가나안족은 극도의 우상 숭배를 함(신29:17)
3) 무모하고 고의적인 파괴를 금함
위에서 언급하는 두 가지의 전쟁 형태에 있어서 공히 이스라엘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모하고 고의적인 파괴 행위를 삼가는 것입니다. 산이나 들의 수목을 베어 쓰되 전투를 위한 기구를 만들어 쓰는 것만으로 한정하고, 또한 과목은 베지 않도록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중에 그 성을 정복한 후에라도 먹을 것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뜻은 전쟁 때에 지나친 파괴를 자행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전쟁은 하나님 신앙의 수호와 죄악 된 성읍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띠는 의미 있는 전쟁이었기 때문입니다.
a.가나안족과 동맹이 금지됨(신7:2)
b.가나안족과 결혼이 금지됨(신7:3)
c.가나안족의 우상 숭배가 금지됨(출23:23-24)
결론
전쟁에 관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는 교훈이 오늘날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거의 사라졌더라도 끊이지 않는 민족 분쟁과 지역 분쟁에서 전쟁 윤리가 지켜지도록 교회들이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성도들 자신은 사탄과의 영적인 전투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전심 전력으로 영적 전투에 임하되 하나님만을 신뢰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