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던 날이다. 기획 단계부터 마음이 설렜던 것은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초등 친구들과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간식을 챙기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동안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2) 오랜만에 만나는 백발의 친구들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 부산 울산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이기에 보고 싶은 마음이 봄버들처럼 설렘으로 일렁였다. 끼리끼리 서로 얼싸안고 나누는 30년 만의 회포에 누적된 정이 따스한 햇살이 되어 모두의 가슴으로 번져나갔다.
3) 처음에 1박 2일을 기획했을 때, 반대하는 친구들이 많아 끝까지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 싶어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여자 친구들은 모두 찬성인데 외람되게도 남자친구들이 꺼린다고 했다. 1박이 싫은 사람은 저녁에 돌아가도 좋다는 전제하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며 일단은 밀어붙인 만남이었다.
4) 점심 식사가 끝나기 바쁘게 하나의 추억이라도 더 쌓으려고 초등학교 수학여행인 양 감은사지로 향했다. 감은사는 신라의 호국 사찰이다. 몽골의 침입으로 소실되고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어 감은사지라 한다. 국보로 지정된 감은사지 삼층 석탑이 절터를 지키고 있는데 소곤소곤 봄빛 속에 숨은 생명의 씨가 깊이 잠든 천년 바위를 두드리고 있었다.
5) 내친김에 함월산 기림사에도 다녀왔다. 기림사는 인도의 정토 신앙이 성행하던 시절 옛 신라인의 이상향인 이 땅에 안락국의 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염원이 깃든 도량이다. 흘러넘치는 맑은 샘 화정수를 떠먹고 원효가 다녀간 구도의 길을 더올려 보았다. 그 길에 핀 진달래꽃이 향수를 더해 주었다.
6) 서울친구는 맨발 걷기 전도사이다. 고향 친구들의 건강을 위해 좋은 것을 알려주려고 먼 곳을 한걸음에 달려왔다. 저녁 시간에 푹푹 빠지는 문무 대왕암 해수욕장 모래밭에서 맨발 걷기를 했다. 하하 호호 웃으며 동심으로 돌아간 신나는 맨발걷기였다. 촉촉이 젖은 모래 위를 걸으며 접지 효과를 최대한 누렸다. 물기가 있으면 음이온이 발생하는 더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손에 손을 맞잡고 부르는 만남 노랫소리가 동해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7) 횟집은 방 2개에 다락방 두개가 딸려 있어 남 여 방으로 나누었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친구들을 위한 묵념을 했다. 밤이 늦도록 부모님, 형제, 선생님, 마을 사람이야기, 등 저녁 시간 내내 도란도란 옛이야기로 마음을 활짝 열었다. 학교가 파하면 개구장이 남자친구가 신작로에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서서 자기 다리사이로 기어서 지나가야 집으로 갈 수 있다고 어깃장을 놓아 학교 오기가 부담스러웠다는 말에 박장대소했다.
8) 내 친구들은 유복자가 많다. 역사의 희생자가 되어 6,25 때, 전사한 아버지로 인해 고생하고 자란 친구들이 많은데 그 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왠지 미안하고 가슴이 짠해 왔다. 70대 중반에서 돌아본 우리의 지난 날은 미련도 많고 한으로 점철된 날들이었다. 밤새는 줄 모르고 무르익은 이야기로 많이 피곤할 터인데도 한사람도 빠짐없이 너무 좋은 시간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9) 다음날,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늦게 찾은 우리의 여유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주상절리를 구경하려고 읍천 항으로 갔다. 해안에 조성된 파도 소리 데크 길이 아주 잘 정돈되어 동해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국가 지질 공원 부채꼴 주상절리 대는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형태라고 한다. 위로 솟은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 등 다양한 주상절리를 볼 수 있었다.
10) 차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읍천항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들은 무리하게 일을 해서 그런지 건강에 문제가 생긴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걷는 걸음걸이가 원활하지 못한 친구도 있었다. 친구는 몸이 아팠고 나는 마음이 아팠다. 모임에 참석해준 친구들에게 답례로 맛있는 칼국수 대접을 했다.
11) 우리가 어느새 건강을 걱정할 나이가 되어 아쉬운 작별에 잡은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시들지 않을 봄꽃을 서로의 가슴에 피워 올려 우리가 봄이 되고 봄이 우리가 되는 아름다운 1박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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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만에 만난 죽마고우들과 재미나게 지난 1박2일 잘 써셨습니다.
친구들과의 여행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수필에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삶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입니다.
이 여행을 통해서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에 함몰된 사람들에게 정서적 충격을 주게 되죠. 그런 여행의 의미도 좀 넣어주시고요. TV에 나오는 1박2일도 한 단락 넣어주십시오.
제가 tv를 잘 보지 않아서 1박 2일을 모릅니다.
잘 챙겨 보고 다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