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사고가 난 이후로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은 아내.
그래도 이 날만큼은 밖으로 나가기를 원했던 아내,
바로 생일이다.
아내는 한 달 전부터 생일타령이다.
화장품이 떨어졌다며 생일선물을 미리하란다.
생일선물이라니 원하는 화장품을 사 줄 수 밖에,
그런데 며칠 전에는 신발을 은근하게(?) 말한다.
그렇게 생일선물은 추가되었다.
그리고 막상 생일 날.
주일에 모든 성도와 먹고 남아 있던 미역국,
더 놔두면 큰 일난다며 부랴부랴 끓이기 시작하는 아내,
미역국은 그렇게 남은 것으로 대체를 하고
아내와 서둘러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라고 해 보았자 먼 거리는 다녀 올 수 없을 터!
우리의 사랑에 만리장성을 쌓자며
만리장성이란 음식점으로 향한다.
언젠가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봐 두었던
사릉 역 근처의 중국집, 만리장성!
그곳까지의 교통편도 만만하지는 않다.
다행히 상봉역에서 전철을 이용하면 편리한 곳.
그렇게 아내와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춘천행 전철이라 그런지 여행객들로 붐빈다.
춘천행 전철은 노인철이라더니 둘러보니 노인들이 절반이 넘는다.
공짜 표를 가지고 춘천까지 나들이하고,
그 유명한 춘천 닭갈비를 드신다더니 사실인가 보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눈에 우리도 춘천가는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몇 정거장 지나자 사릉역.
먼저 길을 건너가서 아내의 걸음을 지켜보며 아차 싶었다.
언덕 길 오르내리기가 가장 힘든 아내인데
손 잡아주는 일을 놓친 것이다.
그래서 일까?
조심스레 한 걸음을 내딛는
아내의 걸음이 더디기만 하다.
길 건너에서 물끄러미 그 아내의 걸음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짧은 순간 스치고 지나간다.
아내는 짜장면,
나는 짬뽕.
언제나 시키는 메뉴는 일반화되었다.
수타 현장을 지켜보며 아내와 도란도란 점심을 삼킨다.
우리 동네보다 비싼 중화요리를 먹는다.
아내는 식사만으로는 여행이 아쉬운 모양이다.
분위기 있는 커피 숍으로 가자며 나를 재촉한다.
"소리소"라는 꽤나 알려진 곳,
그곳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내와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점심만큼이나 비싼 커피를 마신다.
그래도 이런 기분이 얼마만인가?
아내의 옆에 앉아
꼬옥 손을 잡아본다.
커피의 진한 내음이 몸으로 스멀스멀 들어온다.
나른해지는 찰나,
한 통의 전화가, 그 통화음이 정신을 차리게 한다.
"꽃 배달 왔습니다. 생일축하 꽃인데요."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기특한 사위가 장모님께 보낸 꽃 한 바구니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