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영화를 은근 기대하고 본다.
예전에는 그냥 그의 영화니까, 대중적이지 않는 다른 문법의 영화.
리얼리즘의 극치. 이정도의 이유였다.
지금의 기대는 아마도,
사사로운 일상을, 홍상수식의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내는 그의 입담에 대한 기대일 터다.
거기에, 이번에는 또 어떤 장소일까에 대한 궁금증.
옥희의 영화에서는 아차산이다.
4편의 에피소드 중 마지막 영화.
영화 3편은 모두 대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그가 근무하는 학교라고하니 건국대인 모양이다.
영화를 2번봤다.
앉은 자리에서 영화를 2번 보는 경우는,
마지막에 여운감이 강할 때이다. 이 영화는 다른 그 무엇 때문에 돌려 보게 되었다.
여운감 보다는 4편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이어진 건지에 대한 궁금증.
영화를 보면서 그냥 당연히 스토리가 이어진 4편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3편부터 뭔가 매끄럽지가 않았고, 4편을 보고 나서는 다시 돌려보게 되었다.
감독 인터뷰자료를 봤다.
그냥 궁금하게 찍었단다.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처리했다고 한다.
젠장..낚였다.
홍상수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사이에 그의 세계관에 빠져 있는 나를 보게 된다.
홍상수는 영화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영화철학을 이야기한다.
쉽게 말하면 '필 가는데로 찍는다.'인 영화 철학을 줄기차게 이야기하는데,
기승전결의 서사나, 인과적 스토리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난 그렇게 본다. 감독이 그렇게 찍겠다는데, 어쩌랴.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거고.(영화속에서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 좀 독특하다.
일단, 제작과정부터 좀 웃긴다.
촬영기간 5일. 스텝 4명. 배경은 건국대와 아차산이 전부.
1편은 알 수 없는 어느 하루. 2편은 크리스마스 이브.
3편 역시 알 수 없는 어느 하루. 4편은 12월 31일과 1년을 건너 뛴 1월 1일.
그리고 24일과 31일, 1일은 실제 그 날짜에 맞췄다고 한다.
재밌다. 독특하다...
홍상수 영화에서 등장하는 찌질한 남자 주인공.
여전히 등장한다. 이번에는 이선균이다.
여자 주인공역인 정유미는 묘하게 문소리와 겹친다.
다른 인물이지만 홍상수식의 대사 처리가 비슷한 분위기로 느껴지게 한 것 같다.
여전히 유쾌하다. 보면서 키득거리게 된다.
지식인이라는 허영과 남성들의 수컷 본능,
그리고 여전히 잘 모르겠는 여자 사람에 대한 심리 묘사.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이번에 좀 다른게 느껴진다.
제목 '옥희의 영화'는 마지막 4번째 영화의 제목이다.
이 4번째 영화도 홍상수의 전작들과 다르지 않은데, 마지막 장면이 약간 처연하다.
영화의 끝이 여운감이 깊다.
약간 슬프다는 인상도 준다.
홍상수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마, 다음 영화는 뭔가 변해 있을 거 같다.
첫댓글 산이가 미쳤나 보다. 한 시간동안 내리 리뷰를 2개나 썼다. 아~함.., 졸립다...ㅋ
술발이군...낮술발....
진짜루..미쳤지...맥주가 10병이 넘었으니..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