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단산에서는 사계리 바다. 그리고 형제섬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제주에 산 지 이제 벌써 1년 하고도 6개월이 흐르는 지금, 나는 제주의 황홀한 모습에 지금도 콩깍지가 씌어있다. 이 콩깍지가 언제 벗겨질지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이 모습이 사랑스러워 매일 하는 여행에 기분 좋은 설렘을 느낀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서귀포로 떠나는 드라이브부터 생경한 감동을 선사한 단산 바굼지오름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사랑스러웠던 이번 여행. 그 이야기를 두피디아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다른 방향에서는 우뚝 서있는 모슬봉이 보인다.
단산, 그리고 바굼지오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단산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 측화산으로 응회구의 퇴적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 지금의 단산은 침식에 의해 분화구의 일부만 남아 있다. 오름의 형상은 독특한데 북사면은 깎아지는 절벽으로 되어 있고, 남사면은 비교적 완만하다.
표고 158m의 바굼지오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바구니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오래전 이 일대가 바닷물에 잠겼을 때 바구니만큼만 보였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그런 연유로 바굼지오름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하지만, 또 반대로 다르게 박쥐의 제주도 방언인 바구미로 인해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름의 형상이 마치 박쥐를 닮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곳은 제주의 일반적인 오름과는 달리 바위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3개의 암반 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있는 전형적인 바위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은 오랜 세월 지나면서 풍식작용에 의해 이러우진 형상으로 추정된다. 오름의 주변은 넓은 평지이며 대부분은 채소를 재배하는 경작지다. 남쪽 기슭에는 대정향교가 있고, 서쪽엔 단산사라는 작은 암자가 있는 오름이다.
소개 글을 읽으며 이상한 점을 느꼈다면, 정답이다. 단산, 바굼지오름이 따로인지 혹은 하나인지 헷갈리게 적었으니까. 사실상 단산과 바굼지오름은 같은 산이자 오름이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이 입에서 입으로 부르게 된 바굼지오름이 사실상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이고, 정확한 지명으론 단산이라 말한다. 어쩌면 제주의 독특한 문화인 이런 제주 방언. 방언이 있기에 제주가 더 재밌는 게 아닐까. 단산, 그리고 바굼지오름. 나는 이 글 밑으론 바굼지오름이라 부를 생각이다. 단산이든 바굼지오름이든 무엇으로 불러도 상관없으니까. 또, 나는 제주 방언을 좋아하니까.
단산은 소중한 오름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언제 제대로 된 휴식을 한 적이 있냐고. 내가 말하는 휴식은 온전한 휴식이다. 정신은 쉬지만, 몸은 일하고 있거나, 몸은 쉬지만, 정신은 온전한 쉼이 없다면 그 휴식은 온전한 휴식이라는 말에서 빼도록 하겠다. 나는 사실이 온전한 휴식을 제대로 취한 적이 몇 없다. 늘 몇 가지의 일을 잡고 살고, 몸이 멈춘다면 머리가 계속 돌아간다. 그렇게 제대로 온전히 쉰 적 없는 내게 이곳 바굼지오름은 온전한 쉼을, 휴식을 선사했다.
'
누구는 말한다. 온전한 쉼이 대체 뭐냐고. 그럼 나는 말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눈앞에 놓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것.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행복한 것. 그것이 온전한 쉼이라고. 바굼지오름은 그런 쉼을 선물했다. 정상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 그 정상에 서면 퍼즐처럼 정리된 밭들과 멀리 사계리 해변이 함께 보이며, 그 너머엔 형제섬이 우뚝 서있다. 또 반대편 바다를 바라보면 여름이면 황화 코스모스가 만개하는 가파도와 짜장면으로 유명한 마라도가 보인다. 또 고개를 살짝 돌리면 모슬포항 직전에 올레 11코스에서 빛나는 모슬봉이 우두커니 서있다. 이 모든 황홀한 모습을 눈으로 담으며, 아무 생각 없이 아름다움에 취할 때 나는 비로소 온전한 쉼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당신에게 온전한 쉼이 필요하다면 이곳 바굼지오름을 추천하겠다. 멋진 뷰를 가진 정상 바위에 걸 터 앉아 잠시 누워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풍경에 집중하면 머릿속 잡념이 하나 둘 날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오라디오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로114번길 54-102
오라디오라는 내가 최애하는 카페 중 하나로, 앞서 소개한 적이 있을 수도 있다. 사계리, 산방산 바로 아래 자리 잡은 이 카페는 어쩌면 앤티크한 감성을 추구하기도, 또 어떤 면으로는 모던한 감성을 추구하기도 하다. 어느 한곳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로 가는 오라디오라. 나는 유채꽃 필 무렵, 이 카페에 반하고 말았다. 시계탑이 있는 갈색 건물에 자리 잡은 카페는 마치 요정이 사는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이곳에서 만드는 베이커리는 그 요정들이 만든 것처럼 맛있고, 소중했다.
또, 그 카페 옥상 정원에 오르면, SNS 감성이 물씬 넘치는 예쁜 뷰와 건물의 멋을 느낄 수 있다. 맛있는 베이커리, 음료, 그리고 카페의 분위기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아름다웠던 오라디오라. 어찌 이 카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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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엔 이런 숨겨진 여행지들이 많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굼지오름과 오라디오라를 알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인이 소개하는 로컬 여행지. 만약 당신의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오라디오라, 그리고 바굼지오름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결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