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넷째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숨을 거두셨다. (마르 15.1-39)
사제의 명함에는
가경웅 신부. 미리내 천주성삼성작수도회 강화분원장
사제로 살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느 날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수많은 명함이 들어 있었다.
이름과 전화번호. 직장. 직책이 적혀 있는 명함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명함을 만들어 신자들에게 나누어주면 도움을 드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나도 명함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명함에 나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명함은 나를 알리는 도구이자.
나를 소개하는 소개장과 같은 것이 아닌가.
세상의 명함과는 조금 다른 명함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내 삶의 모토motto를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한 명함을 제작했다.
그 모토는 `숨` `바람``소리`였다.
숨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믿고 생명을 주신 그분께 감사드리는 삶의 살겠다는 내 마음이다.
`바람`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바람처럼.
세상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느님과 함께하고 싶다는 표현이다.
마지막을 `소리`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내 삶의 목표다.
이렇게 세 가지 단어를 명함에 넣어 신자들에게 나누어 드렸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생명을 뜻하는 `숨`이었다.
살아있기에 사랑도 감사도 봉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예수께서는 가장 소중한 바로 그 `숨`을 거두신다.
우리 모두를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으신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말씀을 몸소 실천하신 것이다.
가장 큰 사랑을 우리에게 전해주기 위해...
결국 주님의 수난은 사랑이었다.
그 사랑을 통해 우리 모두는 부활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길고 길었던 사순시기를 마무리하며.
이제 곧 부활하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다.
복음에서는 부활하시기 전 죽임을 당하는 예수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숨을 거두셨다. 마르15.37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더욱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하느님은 곧 사랑!
우리 모두 사랑이신 하느님을 전할 때 더욱 기쁜 부활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사랑이 있어야 수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