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망덕(背恩亡德)의 인과(因果)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것이 배은망덕한 행위이다. 은혜와 혜택을 받았으면 보답은 못할망정,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배신과 의리 따위는 안중(眼中)에도 없다는 얼굴 두꺼운 인간들이 많다.
공자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눴다.
첫째, 모든 것을 자기가 다 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며,
둘째, 앞에서는 달콤한 말로 상대를 칭찬하면서도 뒤에서는 상대방을 험담하는 사람,
셋째,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 마지막으로는 배은망덕한(背恩亡德) 사람이다.
【1】
배신의 역사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길고 깊다. 조선시대 정치사를 돌아봐도 고비마다 배신으로 점철된 권력 암투로 물들어 있다. 큰 뜻을 품고 행동을 같이 하기로 했던 무리가 한두 명 배신자 때문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경우도 허다하다. 조선 초 세조의 왕위 찬탈에 맞섰던 사육신 사건도 그 중의 하나다.
세종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내쫓고 새 왕이 되자 집현전 선비들이 일어섰다. 세조를 제거하고 단종을 복위시키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훗날 사육신으로 불리게 된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 등이 그들이다. 이들 외에도 김질 등 많은 문무 관리들도 거사에 동참키로 했다.
거사일은 명나라 사신의 환영연으로 잡았다. 지근거리에서 임금의 신변을 지키는 호위무사 별운검(別雲劍)을 통해 세조와 그 아들들을 척살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회 당일 별운검을 따로 세우지 않는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계획은 미뤄졌다. 이에 불안을 느낀 김질이 장인 정창손을 통해 모든 계획을 밀고해 버렸다. 당연히 피바람이 몰아쳤고 가담자는 물론 그 가족들까지 수백 명이 처형되거나 노비가 되었다.
김질은 출세 길을 달렸고 정승반열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세상인심은 달랐다. 꿋꿋이 지조를 지킨 사육신은 훗날 복권이 되었고 지금까지 추앙받고 있다. 그렇지만 밀고자 김질은 물론, 같은 편이었다가 세조 편으로 돌아선 신숙주 등도 배신자의 대명사가 되어 두고두고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2】
중국의 당나라가 망국의 증상을 나타내고 질서가 형편없이 무너지자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 중 가장 큰 규모의 황소(黃巢)의 난이 있었는데 황소에게 신임하는 가까운 부장으로 주온(朱溫)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주온(朱溫)은 자기를 키워준 황소를 배신(背信)하고 당나라에 투항하여 절도사라는 벼슬을 얻어 오히려 황소를 파멸 시키고 말았다. 당나라의 충신으로 변신한 주온은 주전충 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당나라에 충성해 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주온은 당나라의 병권을 쥐고 국정을 농단하다 급기야 당나라를 배신(背信)하고 당나라의 황제를 죽이고 후량국 이라는 나라를 세운다.
후량(後梁)국의 황제가 된 주온은 온갖 호사와 포악을 자행하다 5년이 지나지 않아 자기 아들 주우규의 칼을 맞고 죽고 만다. 아들 또한 아버지를 배신(背信)한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를 죽이고 황제가 된 아들은 1년이 지나지 않아 동생에게 피살되고 만다.
형을 죽이고 천하를 차지한 주우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후당(後唐) 이라는 나라를 세운 이존욱(李存勗)에게 죽임을 당한다. 결국 후량국은 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