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한 동네에 사시는 친한 시댁 조카님이 주무시다가 갑자기 뇌출혈로 돌아가셨습니다. 남편과는 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지내오던 조카님이라 유품 정리를 도와주러 갔는데, 거기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새 옷과 신발들이 있기에 불태우기도 아깝고 버리기도 아까워서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께서 망자의 물건을 가져왔다며 엄청 화를 내시면서 당장 버리라고 하십니다. 이 망자의 물건을 어떻게 정리하는 게 옳은지요? 버려야 하는 건지, 써도 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해서 질문드립니다.”
“망자의 물건을 사용해도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문화에서는 망자의 물건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망자가 사용했던 물건을 다 불에 태웁니다. 거기에 망자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손때가 묻어 있는 물건에 망자의 혼이 남아 있다. 그런 물건을 집에 가져오면 귀신이 따라온다.’
옛날에는 이렇게 믿었기 때문에 망자의 물건 대부분을 불에 태웠어요. 그래서 장례를 치르게 되면 망자가 입었던 옷가지를 모두 산소까지 가지고 가서 그 앞에서 다 태웠습니다.
아마 시어머니는 그런 문화에 익숙하신 분이니까 망자의 물건을 가져왔다고 화를 내신 것 같아요. 사실 물건은 그냥 물건일 뿐이죠.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시어머니하고 같이 안 살면 사용해도 괜찮은데, 같이 살다 보니 시어머니 말씀을 안 따르면 곤란해질 수 있어요. 앞으로 집에서 조그마한 사고나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네가 망자의 물건을 가져와서 집에 우환이 생겼다’ 이렇게 시어머니가 불평을 할 겁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이번 행동이 갈등의 요인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요.
물건이 조금 아깝고 쓸 만하다고 해서 집안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는 아닙니다. 그러니 그 물건은 굳이 ‘망자의 물건’이라고 말할 필요 없이 주위에 그 물건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기부를 하는 게 좋습니다. 물건이 깨끗하다면 자선단체나 다른 곳에 기부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어머니가 안 계신다면 본인이 필요할 경우 얼마든지 써도 되지만, 지금 질문자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잖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집안에 이런저런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넘어지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요. 시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네가 망자의 물건을 가져왔기 때문에 귀신이 따라와서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망자의 물건을 써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물건은 물건일 뿐이에요. 경전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법(諸法)은 공(空)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아직 전통문화 속에 있는 분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해요. 전통문화에서는 망자의 물건을 망자와 함께 태우지, 그것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질문자는 그런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에,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기증하는 것이 오히려 질문자가 그 물건을 직접 활용하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이 될 겁니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거나 갈등하지 마시고 그 물건이 필요한 곳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요.”
“감사합니다.”
출처
https://m.jungto.org/pomnyun/view/83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