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이 재미있네요. 역사적으로 음식이 소재가 된 작품은 많습니다만 과제로는 아마 역사적으로 처음일 것 같군요.
음식이라면 어떤 음식인지가 먼저 결정되어야 하겠지요. 며칠간이라도 썩어서 냄새가 나거나 벌레가 꼬이면 글쎄, 오히려 평가에서 점수가 깎일 수도 있겠지요. 실제 썩어가는 생선을 전시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국의 이불이라는 작가도 있긴 합니다마는...
일단 물기가 많은 음식은 붙이기가 쉽지 않겠지만 수성 접착제나 혹은 거품접착제 등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구요. 물기가 적은 음식은 미이라처럼 탈수를 하거나 탈산화제, 습기제거제 등을 넣은 케이스 안에 넣으면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수지를 이용하여 보존이 가능한 방법이 있습니다. 에포마이카, 불포화수지도료, 혹은 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 FRP(Fiberglass Reinforced Plastic)이라 부르는 수지가 있습니다.
을지로 페인트 점에서 살 수 있구요. 1리터 정도짜리와 경화제를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경화제를 섞은 수지에 오브제를 넣었다가 건져 경화시킵니다. 접착력이 강해 뭐든 함께 붙이니까 나중에 제거하기 좋거나 붙어있어도 좋은 오브제로 고정시킵니다.
이 경우, 아무래도 처음 오브제와는 다르겠지만 보존성은 확실할 것입니다. 만약 번들거리는 광택이 싫으면 아세톤, 신나, 도루엔 등으로 씻어내면 광택이 없어집니다.
명심하실 일은, 이 모든 재료들이 매우 자극적이라는 점입니다. 반드시 장갑, 안경, 마스크-미제 방독면 등으로 무장하시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작업하세요. 미국에서는 이러한 소재로 작업하는 것 자체가 예술 공해(Art Harzard)로 규정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평가를 위한 작품 제작 정도라면 큰 무리는 없겠지요.
예술 공해로 지탄받아 미술작품으로 사용 자체가 법적으로 제한되는 이면에는 하이퍼 리얼리즘의 듀안 핸슨, 드 안드레아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조사早死-질러 갔습니다.
그 후유증이겠지만 하이퍼 리얼리즘은 오늘날은 이름이나 도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잊혀진, 또는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탈색된 사조요, 이름이긴 합니다. 이들의 작업이 바로 FRP였습니다. 경화제와 희석제 등으로 쓰이는 신나, 아세톤, 도루엔 등에 십년 노출된 노동자들의 정자와 백혈구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오브제 작업은 그냥 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미학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왜 이런 오브제가 필요했는지, 어떤 의도인지, 이러한 작업의 결과로 어떠한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그리고 왜 나에게서 이러한 작업이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지를 말이 아닌 작품- 오브제 혹은 오브제의 배열에 의한 시각적인 설명이 필요하겠지요?
FRP 작품들이죠? 완전 건조 후에는 공해라 할만큼 썩지 않는 보존성을 자랑합니다 마는 혹시 중국 북경 따엔즈 798 예술구의 에포마이카 사용 작가들에 대한 국가적 배려는 있을까... 걱정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