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와 당 현종의 사랑을 노래한 대서사시..
당 현종(唐 玄宗, 712~756)이 죽은지 50년이 지난 어느 날, 35세의 백거이(白居易, )는 벗들과 산천을 유람하다 한 친구의 제안을 받고 양귀비와의 사랑이야기를 쓰게 됩니다. 이 감미롭고 애절한 시는 당시 장안은 물론 외국에서 조차 이 노래말을 구하려고 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특히, 上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하늘에선 날개를 짝지어야 날아가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선 두 뿌리 한 나무로 엉긴 연리지가 되자)는 언약은 명문으로 뒷사람들의 가슴을 저미게 만듭니다.
아래에 붙이는 장한가(長恨歌)는 대략 양귀비가 궁월에 들어와 임금의 총애를 독차지한다는 내용,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자 왕과 함께 피난을 가던 중 양귀비가 죽는 장면, 난이 끝나고 장안으로 돌아와 양귀비를 그리는 임금의 심정, 그리고 혼을 불러내는 方士를 시켜 죽은 양귀비와 재회하는 장면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시가 상당히 길어 필자가 임의대로 소단락으로 나누었으니 양해해 주시길..)
장한가(長恨歌) / 白居易
-양귀비 당 현종의 총애를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한나라 황제는 미색을 중히 여겨 경국지색을 그렸건만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 천하를 다스린지 여러해 되었어도 절색을 얻지 못했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양(楊)씨 집에 딸 있어 이제 비로서 장성했건만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규중 깊은 데서 키워져 아는 사람 없었다네
天成麗質難自棄(천성려질난자기) 하늘이 내린 타고난 미모는 그대로 묻힐 리 없어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하루 아침에 뽑혀서 군왕의 곁에 있게 되었네
回頭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 머리를 돌려 한번 웃으면 온갖 교태 피어나니
六宮粉黛無顔色(육궁분대무안색) 온 궁궐(六宮)의 미녀들은 낯빛을 잃었네
春寒賜浴華淸池(춘한사욕화청지) 쌀쌀한 봄날 화청지에서 목욕을 허락하니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활세응지) 온천 물은 부드러워 고은 살결은 씻는구나.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시녀의 부축으로 일어나는데 요염하고 가녀려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비로소 처음으로 임금의 은총을 입을 때이다
雲鬢花顔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 탐스러운 귀밑머리(雲鬢), 꽃다운 얼굴, 황금 비녀(步搖)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 연꽃 휘장이 쳐진 방에서 따뜻한 봄 밤을 보낸다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봄날의 밤은 너무 짧아 해가 금새 높이 떠오르니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불조조) 이 때 부터 임금님은 아침 조회에 나가지 않으신다
承歡侍宴無閒暇(승환시연무한가) 총애를 받아 연회에서 임금을 모시느라 한가할 틈이 없고
春從春遊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봄에는 봄놀이에 밤에는 온밤을 독차지 한다
後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아름답고 예쁜 후궁이 삼천이지만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삼천 궁녀가 받을 총애를 한몸에 받으며..
金屋粧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 金屋에서 화장하고 애교로 모시는 밤
玉樓宴罷醉和春(옥루연파취화춘) 玉樓에선 잔치 파하고 봄과 더블어 취하는구나
姉妹弟兄皆列土(자매형제개열토) 자매 형제는 모두 벼슬에 봉토를 받으니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부럽구나! 양귀비 가문에는 빛을 발하고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마침내 온 나라 부모들의 마음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 아들 낳기 보다 딸 낳기를 바라는구나
驪宮高處入靑雲(여궁고처입청운) 여산 궁궐 높은 곳에 푸른 구름이 들고
仙樂風飄處處聞(선락풍표처처문) 신선의 음악은 바람 따라 이곳 저곳에 들린다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비파 피리 소리는 부드러운 노래 질펀한 춤과 아우르고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 임금은 진종일 양귀비를 보고도 부족했다네
-안록산의 난으로 양귀비는 죽음을
漁陽鼙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래) 어양의 북소리 대지를 울리며 다가오니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크게 놀라 노래 가락(霓裳羽衣曲) 멎고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와 먼지가 피어오르니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행) 임금님의 수례와 수많은 기병 서남쪽으로 피난가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행부지) 비취 빛 깃발 휘날리며 가다가는 멈추면서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도정문을 나서 장안 서쪽으로 백여리를 간다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불발무내하) (양귀비를 처단하라고) 군대(六軍)가 멈추니 어쩔 수 없이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미인(蛾眉)은 말 아래에 떨어져 죽는구나
*난의 책임이 양귀비에 있으니 그녀를 죽이지 않으면 몽진을 계속할 수 없다고 벼티니 현종도 어쩔 수 없었다 함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꽃비녀 땅에 떨어졌으나 줍는 사람 없고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비취 깃털 금색 공작 옥비녀도 마찬가지라
君王俺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임금도 구해 주지 못함에 얼굴 가리고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루상화류) 돌아보는 그 얼굴에는 피 눈물이 흐른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누런 먼지 자욱하고 바람은 스산하게 부는데
雲棧縈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구름 사이 잔도 구불구불한 길로 검문관에 오른다
峨眉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행) 아미산 아래에는 지나는 사람 드물고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빛 잃은 깃발에 햇빛도 흐릿하구나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촉(蜀) 지방 강물은 푸르고 산도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현종은 아침 저녁 내내 그리운 정이..
行宮見月傷心色(행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이는 달은 상심에 젖은 빛깔이고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 비오는 밤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끊는 소리라
-환궁했으나 양귀비 없는 쓸쓸함에
天旋地轉廻龍馭(천선지전회용어) 천하의 판세가 바뀌어 임금의 어가가 환궁하는데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불능거) 그곳에 이르자 머뭇거리며 나아가지 못하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이토중) 마외파 고개 아래 진흙 속에
不見玉顔空死處(불견옥안공사처) 옥같은 얼굴은 볼 수 없고 죽은 곳 공허하구나
君臣相顧眞霑衣(군신상고진점의) 왕과 신하는 서로 보며 진실로 옷깃을 적시며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동쪽 도성의 문을 향해 말이 가는 대로 따라간다
歸來池苑皆依舊(귀래지원개의구) 궁으로 돌아와 보니 연못도 동산도 옛날 그대로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太液池)의 연꽃 미앙궁(未央宮)의 버들잎..
芙茸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연꽃은 그녀 얼굴 같고 버들은 그녀 눈썹을 닮아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불루수) 이를 보고 어이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요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봄 바람에 복사꽃 살구꽃 피는 날이나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엽락시) 가을 비에 오동잎 떨어질 때에는 더욱..
西宮南苑多秋草(서궁남원다추초) 서궁과 남쪽 정원에는 가을 풀이 무성하고
落葉滿階紅不掃(낙엽만계홍불소) 낙엽이 섬돌에 붉게 쌓여도 쓸지 않는구나
梨園弟子白髮新(이원제자백발신) 이원(梨園)에서 기예를 하던 이들도 흰머리가 나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로) 황후전(椒房)의 환관과 궁녀(靑娥)들도 늙었구나
夕殿螢飛思憔然(석전형비사초연) 저녁 궁전에 반딧불 날아드니 그녀 생각에 처연하고
孤燈挑盡未成眠(고등조진미성면) 외로운 등잔 돋운 심지 다 타버려도 잠 못이룬다
遲遲鐘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느리고 느린 종소리에 처음 밤이 긴 것을 알았고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가물거리는 은하수 날이 새려는가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랭상화중) 원앙 새긴 기와는 싸늘하고 서리꽃은 겹겹인데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차가운 비취 이불에 누구와 함께 잘꼬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아득하구나 생사 이별이 해를 넘기는데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 혼백은 아직 꿈에서 조차 찾아오지 않네
-方士를 통해 양귀비의 혼을
臨邛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임공에 사는 도사(양통유)가 홍도문에 머물었는데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정성을 다하면 혼을 불러 낼 수 있다고 하네
爲感君王輾轉思(위감군왕전전사) 그리움으로 전전긍긍 하는 임금님에게 감동됨에
遂敎方士殷勤覓(수교방사전근멱) 드디어 이 방사(方士)로 하여금 은밀하게 찾도록 한다
排雲馭氣奔如電(배운어기분여전) 방사는 구름을 밀치고 대기을 타고 번개처럼 달려가
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하늘에 오르고 땅속으로 들어가 샅샅이 찾는다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락하황천) 위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찾았으나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불견) 두 군데 모두 망망하여 찾을 수가 없다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홀연히 들리기로 바다 위에 신선의 산이 있다는데
山在虛無縹渺間(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텅 비고 아스라히 먼곳에 있다고..
樓閣玲瓏五雲起(누각영롱오운기) 그곳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이는데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그 가운데는 아리따운(綽約) 선녀들이 많다고 한다
中有一人字太眞(중유일인자태진) 그 중 한 사람의 이름이 태진(太眞)이라는데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참치시) 백설 같은 살결과 꽃다운 용모가 어름어름 하다
金闕西廂叩玉扃(금궐서상고옥경) 황금 궁전 서쪽 행랑 옥문을 두드려
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소옥으로 하여금 쌍성이란 시녀에게 전달하게 하네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한나라 천자의 사자가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九華帳裏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양귀비는 꽃무늬 장식 방장 속에서 꿈결에 놀라 깨어
攬衣推枕起徘徊(남의추침기배회) 옷을 집어 들고 베개를 밀치며 일어나 서성거리다
珠箔銀屏迤邐開(주박은병이리개) 구불구불 이어진(迤邐) 진주 발과 은 병풍을 열고 나오는데
雲鬢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각) 막 잠에서 깨어 아름다운 귀밑머리 반쯤 흩어졌고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부정하당래) 칠보 화관을 바로 쓰지 못한 채 당 아래로 내려오네
風吹仙袂飄颻擧(풍취선몌표요거) 바람에 선녀의 소매자락 팔랑팔랑 나부끼니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마치 옛 노래(霓裳羽衣)에 맞추어 춤 추는 듯
玉容寂寞淚闌干(옥용적막누난간) 옥 같은 얼굴 쓸쓸하고 눈물이 하염없이(闌干) 흐르며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배꽃 한 가지가 봄 비를 머금은 듯 하여라
含情凝睇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정을 담은 시선으로 사자를 보며 왕께 감사하며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양묘망) 이별후 왕의 목소리와 용안이 모두 아득하다고 하네
昭陽殿裏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사랑을 받았으나 그것도 끊어졌고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보낸 세월도 오래전 이야기라
廻頭下望人寰處(회두하망인환처) 머리를 돌려 아래로 사람이 사는 곳 내려다 보니
不見長安見塵霧(불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먼지와 안개 뿐이라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오직 왕이 주신 옛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시하려고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차기장거) 나전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져가라 하며
釵留一股合一扇(차류일고합일선) 금비녀 한 가락 나전 상자 하나
釵擘黃金合分鈿(차벽황금합분전) 금비녀는 황금을 쪼개고 나전 상자는 자개를 떼어 내네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 우리 마음 본래 하나였던 이 비녀와 나전처럼 굳다면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천상이든 인간 세상이든 만날 날이 있으리오
臨別殷勤重寄詞(임별은근중기사) 헤어질 무렵 간곡히 거듭 전할 말 부탁했는데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양심지) 그 중에는 두 사람만 아는 맹세의 말이 있었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석에 궁궐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밤 깊어 사람 없자 은밀히 속삭였던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 있다면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 있다면 연리지가 되기를 바라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은 장구해도 다함이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우리의 이 정한은 면면히 끊기지 않고 이어지리
*중국영화 제목 '천장지구(天長地久)' 가 여기에서도 나오네요~~
첫댓글 읽다가 숨차서 일단 쉬었다가 다음에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