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월말이기도 해서,
어제 25일은 '국민연금'도 나오는 날이어서 오전엔 서울여대 화방에 들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로 들어갔다.
대학은 방학이라선지 학생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각종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보이는 사회인들도 한가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다.
일단 은행 현금 인출기에 들러 돈을 뺀 다음,
다시 자전거를 타고 미대 건물로 갔는데, 건물 경비마저 보이지 않다 보니,
혹시 문을 닫은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화방마저 문을 닫았을 리는 없었고, 내가 들어가자,
아이고, 선생님 어서 오십시요! 하고 주인이 반겨주었다.
방학인가 보네요?
아, 예! 지난 주부터. 하며, 늘 가면 준비해주는 (중국) 차 한 잔을 내오면서,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하고 묻기에,
뭐, 그저 그렇지요! 하면서, 지난번 가져갔던 캔버스 대금, 미지급금의 짜투리를 가져왔는데요...... 하자,
아유! 그거 안 받아도 되는데요? 하는 것 아닌가.
예? 그게 무슨 말씀... 하다가, 내가 무슨 빈댑니까? 하자, 자기도 우스운지 웃으며 장부를 들춰보다가, 또 거스름돈을 챙겨주려고 해서,
유화 흰색이 필요한데요...... 하자,
아, 그러세요? 하더니, 이거 두 개면 되겠네요! 하며 물감 큰 걸 챙겨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 아들내미가 이번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답니다. 하는 것이었다.
아, 그래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하자,
아이, 감사합니다! 근데, 그 시험 발표하는 전날 밤엔 저도 잠을 못 잤다니까요. 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 밝았다.
뭐, 아버지가 열심히 사니, 그 복이 아들로 이어졌나 보네요. 하자,
아유, 이거.. 너무 감사합니다! 하면서, 이번에는 또, 뭔가를 챙겨 오던데, 양파즙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다할 수도 없어서 받아 마시긴 했는데,
정말 모처럼 그런 반가운 소식을 접하니(그동안엔, 장사가 안 되네, 문을 닫아야겠네... 해서 내 마음도 어두웠었는데,) 뭔가 내 가슴도 한 쪽이 훤하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다음 주중에 10, 15호 캔버스 2-30개를 준비해 놓겠다기에(사실은 지난번에 내가 주문을 해 놓았었는데,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 때 다시 오기로 하고 화방을 나와,
이번에는 '원자력 병원' 쪽으로 해서 거기 한 은행에 들렀다.
대출금 이자 독촉이 문자로 오곤 하는데, 나에겐 그 은행의 통장이 없다 보니(그런데 전화 상으론 그 계좌번호마저 안 가르쳐준다기에) 그 문제해결을 위한 발걸음이기도 했다.
그런데 번호표를 뽑으니 내 앞으로 12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대기자들이 쉬 줄어들지가 않았다.
이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담? 하는 불만이 앞섰지만, 그렇다고 불평할 수도 없어서 속을 푹푹 썩여가며 얼마를 기다린 끝에 일을 하긴 했는데,
통장을 새로 만드시려면 2 천원이 필요한데요. 하기에,
사실 난, 이 은행에 현금 거래할 일이 없으니, 그냥 계좌번호만 알려주세요. 다른 은행에서 자동이체를 하게끔 하면 될 테니까요... 하자, 직원도 내 뜻에 동의하는 듯 더이상은 그 얘길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 여 은행에서 시간을 보낸 뒤 나와,
이제는 장을 보러 가는데 이발소가 보이면서는,
머리도 깎아?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은 급한 게 아니니...... 하며 페달을 계속 밟아,
신내동의 대형 마트에 닿았다.
우유 등을 사야 했는데, 우선은 아파트 현관에 칠 '방충망'을 사기 위해 지하매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몇 종류가 있던데, 뭘로 사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들춰보다가,
그 중 제일 비싼(? 12,000원) 걸로 골랐다.
사실 이 생각도 진즉에 했던 건데,
여름을 한국에서 나려면 더위에 대비를 해야만 해서(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놓고 지내려다 보니), 조금 안전한 시설을 하려면 2-30만원의 설치비용이 든다기에(그보다 더 비쌀 수도 있고),
야학 하는 친구의 조언으로도, 부담없게 그저 만 원선의 모기장을 사다 달아 1 년만 쓰라. 기에,
그러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그렇게 마트에서 나와 또 신나게 자전거로 달려 돌아오는데,
지난번 '가평'의 산골에 갔다온 이래 사나흘 만에 의식적으로 나온 외출인(허다 못해 자전거 산책이라도 해야만 하는데, 한 번 틀어박히면 나오려고 하지 않는 내 특성 상) 동네 한 바퀴 돌고 아파트에 도착해,
우편함을 열어보니 또 한 움큼의 공과금 고지서들도 있던데,
그 중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만 해도 20여 만원이었다. (연체료 포함)
그러니까 아파트 관리비 낼 것을 화방의 빚 갚는 걸로 대처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몇 푼 안 되는 국민연금 받아서 빚을 갚으면, 또 빚만 남는 생활인데......
은행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해서겠지만,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돌아오자마자 어제 했던 찬밥으로 점심을 챙겨 먹고는,
바로 안내서를 읽어가며 방충망을 치기 시작했다.
여기 '내 자리'는 맨 끝집이라 굳이 지나다니는 주민들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가 별로 나다니지를 않다 보니, 더구나 식구가 있는 것도 아닌 혼자 사는 사람이라 이렇게 방충망을 쳐놓으면 하루에 한두 번(문을 열고 닫을 때 등) 정도 열(손을 댈) 뿐, 방충망 자체를 건들 일마저도 거의 없을 터라,
현관문을 열어놓고 지내더라도 이젠 여름 벌레(파리, 모기)들로부터도 거의 차단된 상태라 한결 안정된 느낌이었다.
가운데 '이음새'가 자석으로 돼 있어서, 일단 열기만 하면 닫히는 건 거의 자동적으로 닫히기 때문에 간편하고도 손쉬워서 좋았다.
그렇게 며칠 만에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으로 여름 날 준비까지는 해놓았는데......
첫댓글 모 방송 프로그램 제목입니다.ㅋ ㅋ
이 제목은 너무 흔하지요.
아이들 노래에도 이런 제목이 있을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