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지구(再生地球)-2
Renaturation Earth
“어머! 제임스. 정신이 드셨어요?”
그녀가아주놀라서급히달려와제임스를안고얼굴과팔과다리를만졌다. 새로운애완개체를
보듯이 검사하듯이. 그런 행동은 이미 오래 전에 봤던 것이다. 기억이 가물 하지만…
“쎄지로! 당신 쎄지로 맞아?”
그는그렇게물으며쎄지로의가슴을보았다. 그것을눈치챈쎄지로는수줍은듯가슴을가리며
주저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당신, 쎄지로가 맞아?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얼마나 이곳에 누워 있었어?”
쎄지로는 반가움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제임스의 두 손을 잡고 침대에 같이 앉았다.
“제임스. 놀라지말고제이야기를끝까지들어주세요. 당신이정신을잃고혼수상태로있는사이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제임스는 쎄지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쎄지로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천천히 닦아주었다.
“나는정말무슨일이그사이에일어났는지전혀생각을할수가없어. 아까저벽화면으로본
당신의모습에너무나놀라아마도꿈속에있는가보다고생각했었어. 지금도그것이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이곳이 어디인지 우리가 왜 이곳에 이러고 있는지 전혀 짐작을 할
수가 없어.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된다면, 어서 말해봐.”
“우선, 무어라도 잡수셔야 해요. 뭘 마시고 싶어 세요?”
그는주변을둘러보았다. 침대외에는아무것도없었다. 뭘어디에서가져와어떻게마시자는
말인가? 도대체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는 말없이 쎄지로를 바라보았다.
“걱정 말고 말씀해 보세요. 무엇이든 다 준비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말씀드릴께요.”
“정말 뭐든지 먹고 마실 수 있다고? 이곳에서? 이 빈 공간에서? 쎄지로 당신이 어떻게?”
쎄지로는그말을듣고웃었다. 제임스도웃었다. 예전같았다. 쎄지로의웃음은제임스를편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예전같이.
“당신이 좋아하시는 헤즐럿 커피와 잘익은 신선한 무화과를 준비할께요”
그녀는 좀 전에 제임스가 조물락거렸던 작은 푸른색 리모컨을 들어 잡고 한쪽 벽을 향하여 쐈다.
그러자 벽이 화면으로 변하였다.
그 화면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대 과일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무마다 과일이 가득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무화가 나무를 손가락으로 찍었다. 화면에는 무화가 나무만 남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 나무를 좌측으로 밀어냈다.
다음화면에는무화가열매가담긴바구니가있었다. 그녀는또밀어냈다. 축구공반만한맑고
투명한크리스털보울에잘읽은무화가가가득담겨있었다. 그녀는손을뻗어그보울을잡고
끄집어 냈다.
거짓말같이그녀의손에무화가가담긴크리스털보울이들려있었다. 우측작은화면에탁구공만
한 바이올렛 색의 원이 뜨고 그 원은 일정부분이 브이자로 파여 비어 있었다.
아마도 스펜딩 카운터(spending countor=소비량 체크) 일 것이라 생각 들었다.
그녀는다시화면에서크리스털탁자를끄집어내었다. 그리고무화가가담긴보울을그위에
올려놓고다시화면을불렀다. 두잔의헤즐럿커피가역시크리스털컵에담겨서그녀의손에잡혀
나왔고 그녀는 그것들을 탁자위에 놓았다. 무화가 냄새나 커피향은 나지 않거나 아주 미미하였다.
그 미미함도 착각일 것이었다.
“자. 어서 드세요. 아마도 먹을 만 할 거예요. 당신 입맛에 맛 도록 한 것 이어요.”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아야!”
제임스는 손가락으로 뺨을 꼬집어 보았다. 아팠다.
“ㅎㅎㅎ. 여보! 제임스. 꿈이 아니 예요. 먹고 마시면서 제 이야기를 들으세요.”
“응. 아직 나는 얼얼해. 해도 너무하잖아. 나만 이렇게 멍청이가 되다니.”
“아니예요. 당신이 이제부터 하여야 할 일이 있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네?”
“응. 들어야지. 하나도 남김없이 말해줘. 다 새겨 들을 테니까.”
“이곳은 지구가 맞아요. 우리는 다시 지구로 돌아 온 거예요. 그러나 우리는 시간을 넘어서 왔어요.
120년이나 넘어서 왔단말이에요. 지구는 그 사이 우리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어요.
변종들이 사는 지구가 되었어요.”
나는그말을듣고우울해졌다. 쎄지로는거짓말을할줄도몰랐고, 상황을유머스러하게만들어
넘어 갈 줄도 몰랐다.
그 나이에 아직도 때묻지 않은 청순함과 순수하고 맑은 지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러면, 원래 지구인들은 어디로 갔다는 거야?”
“제가말했었지요? 이제부터우리가할일이너무많을것이라고. 그들은지구이곳에살고
있어요.”
“뭐? 그러면 그들이 지구인이라는 말이야?”
제임스는 화들짝 놀랐다.
“오 마이갓! 그들이 지구인! 어떻게 그들이 그렇게 변종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오. 신이시여. 쎄지로. 당신 말을 더 듣기가 겁나.”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변종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예. 그래요. 우리가 지구를 떠난 후 지구는 핵전쟁 놀이를 하였어요. 너가 쏠 것 같으니 내가 먼저
쏘고. 그쪽이쏘았으니또쏘고. 마침내그들은이성을잃고미래를잃고미쳐갔어요. 그바탕에는
종교간의충돌과의료기술의발달로노년층이늘어나세대간의심각하고도이기적인갈등이
팽배했고, 지구기후의특이변화로인하여땅이뒤집히고태고적얼음이녹아내리며수만년
전의바이러스와박테리아들이창궐하였고또한인구의폭풍증가한개체수로감당키어려운땅
따먹기와빈부의극심한차이에서온이질감과교통의발달로정리되지않은채한솥에들어가
버린문명과습속의혼란과충돌들을원인으로하여인간정신의황폐가확산되었고그트라우마의
반발로그러한전쟁놀이를무책임하게시작했던거예요. 지금이들은살아남아생존하고있는
변종들이되었어요. 살아남아존재하고있는그들은사랑을몰라요. 배우지않았고, 원초적인
자연의 맛도 느낌도 몰라요. 변종들은 폭력도 희망도 미래에 대한 의욕도 잃어버렸어요.
지금까지는…”
“당신은 어떻게 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 전혀 달라 보이잖아.”
“세상이무너져도솟아날구멍은있다고어려울때마다당신이말씀하셨죠? 다리세개에꼬리가
달린 어개체가 현자였어요. 다리 네 개를 가진 개체는 아개체이예요.”
“잠깐. 어개체는 뭐고 아개체는 또 뭐야?”
제임스는 이제 막 세상을 배우는 학생이 되어 고개를 처 들고 쎄지로에게 매 달렸다.
“ㅎㅎㅎ. 아직눈치채지못하였어요? 어개체는여성아개체는남성이라고굳이여기서는그렇게
구별하여야 해요.”
“우와~. 좋아. 계속 갑시다.”
“그녀가많은과거에대한자료들을가지고있어요. 필요없는것들이라고쓰레기하치장한켠에
모아 두었어요.”
“그럼. 내가 얼마나 그 방 그 침대에 누워 있었던 거야?”
그는 한순간도 움직이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쎄지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과나의시간으로는일주일. 그리고이곳에는시간개념이없어요. 시간이없어요. 백년을
넘게 산 개체도 있어요.”
제임스는초점없는눈으로한곳을바라보고있었다. 그러나그의머리속에는수억개의기억들과
추리들과조각퍼즐을맞추려는생각의편린들로범벅이되어있었다. 그의영혼이빠져나간듯한
정신을한소리가깨웠다. 쎄지로의흐느낌소리였다. 그는놀라서쎄지로의양어깨를잡고
흔들었다.
“쎄지로야~ 왜 그래. 왜? 무슨 일이야?”
눈물이 거렁 거렁한 검고 커다란 쎄지로의 두 눈이 크게 떠지며 흐느끼듯 말하였다.
“지금까지는 좋은 상황만 말 했어요. 이제는 당신이 듣고 울 차례여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개체. 그의이름은선애여요. 그는 85년을살고있다고했어요. 이제당신이현명하고명석한
내공으로샅샅이뒤져조사하며알게되겠지만, 이곳과학은우리가예상할수없을정도로
발전하였어요. 그러나그모두가작의적으로만든것이고자연에서얻을수있는먹거리는아직
없어요. 그들은 느낌으로 살고 있어요.”
“초과학적인 느낌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야.”
그가 내뱉듯 말하였다.
“맞아요. 그들에게자연식품이필요했어요. 그러나어디서? 어떻게? 무엇을구할수있는가? 하는
의문에 도달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죠.”
“아! 쎄지로. 당신이… 당신이…”
그가 머리를 감싸며 절규하듯 부르짖었다.
“예. 이곳에서 당신을 살리고 그리고 우리가 살려면 그들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 있어야 했어요.
저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엇도 줄 수 있고 할 수 있음을 알고 있어요.”
그는 머리를 숙인 채 말했다.
“그래서? 어서 말해봐!”
제임스의톤이굵어졌다. 고개를들고불타는눈으로쎄지로의눈을바라보고있었다. 그까만호수
같은 눈망울에 빠져 들 것같이.
“그들은처음에나를믿지않았어요. 그러나트랜스벌버를부착하고부터는동질감을느끼게
된거예요.”
쎄지로는 티셔츠를 가슴 아래로 내리고 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젖가슴을 고정되게 묶었던 끈을 풀었다. 그기에는 도끼자국같은 홈
이 세로로 파여져 있었고 주변은 엷은 검정색이었다.
“자. 손이리 주세요. 그리고 만져 보세요.”
쎄지로는 제임스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으로 그곳을 만지게 하였다.
“뭐야! 이건 페이커잖아.”
쎄지로가 제임스를 보며 서글프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