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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대책에도 소외… 성인 장애인 학생도 동등한 방역 지원 필요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촉구하며 교육부 장관 면담 요구 |
이혜미 노들야학 학생(왼쪽부터)과 박임당 노들야학 교사가 함께 진행 중인 결의대회를 보고 있다. 고깔모자에는 ‘장애인도 교육받고 싶다. 장애인평생교육권 제정하라!’라고 적혀있다. 사진 박승원
9일 오후 2시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아래 전장야협) 등 5개 장애인단체가 모여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장애인평생교육법을 제정해 장애인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라”며 교육부 장관 면담을 촉구했다.
- 유·초·중·고 학교에만 치중된 코로나19 방역대책... “동등한 지원 필요”
지난달 4일 교육부는 ‘코로나19 생활방역체제’로 전환하기에 앞서 유·초·중·고·특수학교 및 각종학교에 단계적·순차적 등교수업 방안과 학교 방역 조치사항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일시적 관찰실 설치 △전문업체 특별소독 △등교 1주 전 가정 내 건강상태 확인 등 학부모 안내 △교실 책상 일정거리 유지 △체온계(학급당 1개) 등이 99%가량 완료됐음을 알렸다. 또한 6,964개교에 열화상카메라 7,362대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사용할 보건용마스크 1,486만 장(1인당 2매씩), 면 마스크 1,829만 장도 준비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장애인평생교육 기관의 방역대책은 이와 비교해 매우 미흡했다. 지난 4월 교육부가 발표한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방역물품 등 비치 △하루 2회 일상소독 진행 및 주 1회 이상 전문 방역 소독 실시 △학습 시간 조정 △격리공간 확보 등이다. 전부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서 자발적으로 해야 할 지침뿐이다.
전장야협은 “구체적 지원 대책도 예산도 매우 부족하다”며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도 유·초·중·고 학교와 동등하게 방역 지원으로 성인 장애인 학생의 학습권과 자립생활을 보장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봉규 노들야학 학생이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손으로 눈을 쓸어내리고 있다. 그는 야학에 다닌 지 3년째다. 사진 박승원
학령기 교육 놓치는 장애인들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해 교육 공백 해소해야
기자회견에서는 학령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과 국가 차원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예산 책정을 요구했다.
장애인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학령기 의무교육조차 제때 지원받지 못해 중학교 졸업 이하인 장애인은 54.4%에 달한다. 장애인 평생교육 중장기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2019)에 따르면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0.2%에 불과하다. 2018년 특수교육대상 학생 1인당 평균 특수교육비는 연간 3,039만 8,000원이지만, 장애인 1인당 평생교육비는 연간 2,287원에 그치고 있다. 전장야협은 학령기 교육을 놓친 장애인은 성인이 되어도 평생교육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장애인평생교육 예산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6월 ‘평생교육법’이 개정되고 일반 평생교육 체계 내에 장애인 평생교육이 포함되었지만, 장애인평생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다. 현행 평생교육법은 시·도 차원의 평생교육 지원체계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가 있지만, 지역 센터가 부재해 사무, 프로그램 지원 및 보급, 학습자 발굴 및 기관관리 등의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전장야협은 “장애인평생교육이 단순한 ‘교육’에 그치지 않고 고용, 복지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며 “평생교육법 내에서가 아닌 장애인평생교육의 별도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명학 노들야학 학생이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강화를 위한,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빌려 장애인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학령기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47세에 ‘질라라비장애인야간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때 처음 학교를 다닌 것이다. 8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라면서 “47살에 접어들 때까지 속절없이 보낸 시간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차별에 맞설 힘을 기르고 싶어서 악착같이 공부해 결국 대학교 졸업장까지 따냈다”라고 장애인평생교육의 의미를 짚었다.
장애인들은 기자회견 후 교육부 관계자의 면담에서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코로나19 방역 지원 강화 △장애인 평생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 중앙정부 예산 지원 보장 등을 요구했다.
박경석 전장야협 이사장은 “오는 17일 교육부 국장과 면담에서 우리 요구안에 관한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요구에 무시로 일관한다면, 다음에는 교육부 장관 집 앞에 찾아가 장애인의 평생교육 보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투쟁을 예고했다.
‘노들 테크노 전사’ 활동가들이 테크노 반주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고 있다. 맨 앞에는 노들 테크노 전사를 이끄는 야마가타 트윅스터다. 사진 박승원
박성숙 노들야학 학생이 ‘노들 테크노 전사’의 테크노 반주에 맞춰 춤추고 있다. 그 뒤에는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이 벽에 붙어있다. 사진 박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