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주공 임대 아파트에 16년째 사는 동안
도배와 장판의 색이 변하여 추하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10년 이상 장기임대로 사는 사람에게
도배와 장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알면서 저는 신청도 하지 않았습니다.
옆집에 사는 분도 지난해 도배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해볼까?
그렇지만, 제가 사용하는 침대나 옷장이 무거운
물건을 들어서 옮길 수도 없으며 하룻밤을 밖에서 잠을 자고 와야 한다는 것과
그렇다고 사람을 사서 물건을 옮기는 것 등이
장애인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따뜻한 여름이 되면 일단 신청하고 다음의 일은 하나씩 대처해보자
관리사무실에 가서 도배를 신청하니 장애인은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없으니
회사에서 모든 짐을 옮겨주고
도배가 끝나면 모든 짐을 방으로 들여보내 준다는 것입니다.
어니 이런 희소식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페인트는 하지 않고, 도배하고 장판만 교체합니다.
도배만 해 주셔도 감사합니다.
이제 어느 여관에 가서 하룻밤을 보낼까
고민하면서 찾아보아도 휠체어를 타고 하룻밤 묶을 곳이 별로 보이지 않고
비싼 호텔 방을 구하기도 제 형편에 좀 그렇습니다.
도배하는 날 오전 6시가 지났을 때
짐을 옮겨주는 두 분이 오셔서 모든 짐을 밖으로 옮겨주셨고,
도배하는 분에게 몇 시쯤 도배가 끝납니까?
오후 4시쯤 끝납니다.
그럼, 제가 저녁에 잠을 자도 됩니까?
예! 여관에 가서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희소식 감사합니다.
침대 밑과 옷장 뒤에서 나오는 먼지가 가득한 것을
도배하러 온 어머님들이 빗자루로 쓸고 계십니다.
쓰레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이렇게 더러운 곳에서 내가 살았다는 말인가,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도배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오니 도배가 끝나고 장판을 깔고 있습니다.
두 시간 있다가 들어오세요.
새집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는 동안 냄새가 가득합니다.
에어컨을 제습으로 틀어놓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도 감사합니다.
20년 넘게 사용한 컴퓨터 책상과 옷장,
TV는 3개월 할부,
TV 받침대와 베란다 창문 블라인드까지
새것으로 바꾸고 깨끗한 방에서 사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2021.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