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국
홍기표 9단, 판팅위 9단에게 259수 불계승
첫 태극마크를 달고 첫 주자로 출전한 '바둑 삼국지' 데뷔전은 통쾌했다. 13일 오후에 열린 제2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국에서 홍기표 9단이 판팅위 9단을 꺾고 한국팀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의 대표 선수 5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겨루는 대회. 여자대회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시행 중인 반상의 국가대항전으로 '바둑 삼국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두 기사는 각각 서울의 한국기원과 베이징의 중국기원에서 인터넷 바둑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격대국을 벌였다. 첫 맞대결에서 홍기표 9단은 150수 부근의 중앙 전투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그대로 밀어붙였다. 3시간, 259수 만의 불계승.
"준비한 대로 완벽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틀로 흘러가서 잘 풀렸다고 생각했다. 딱히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두었다"는 홍기표 9단의 국후 감상. "맨날 한국이 초반에 져서 부담이라기보다, 상대가 세계적인 기사라서 유리한 매치는 아니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고도 했다.
대표팀의 맏형 라인인 홍기표 9단은 서른이 넘어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국내 선발전에서 14번의 도전 끝에 이룬 결실이었다. 국내 랭킹은 23위. 대표선발전 7연승으로 전달보다 18계단 점프했다.
상대한 판팅위 9단은 농심신라면배의 강자. 18회와 20회 대회에서 각각 7연승을 거둔 바 있다. 농신신라면배 최다연승 기록이다. 대회 통산 전적은 17승6패가 됐다. 중국랭킹은 4위.
개막전을 제압한 홍기표 9단은 14일 오후에 일본팀이 1번주자로 발표한 쉬자위안 8단을 상대로 연승에 도전한다. 이 대국도 두 기사 간의 첫 대결로 치러진다.
우승국이 독식하는 제22회 농심신라면배의 상금은 5억원. 개인 3연승부터 1승당 1000만원의 연승상금을 획득한다. 제한시간은 1시간, 초읽기는 1분 1회.
세 단계로 이어지는 이번 대회는 10월 13~16일에 1차전을, 11월 20~24일에 2차전을, 내년 2월 22일부터 우승국이 결정날 때까지 3차전을 치른다. 통산 우승 횟수는 한국 12회, 중국 8회, 일본 1회.
▲ "네임밸류에서 차이가 나서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게 평소에 많이 졌으면 주눅이 들었을 텐데 판팅위 9단과 인터넷으로 두어 본 적이 없었다. 저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어서 잘하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두었다"는 홍기표 9단이다.
"쉬자위안 선수의 바둑을 많이 안 보다가 최근에 좀 봤다"는 홍기표 9단은 "한 나라의 대표니까 잘 둔다 생각하고 열심히 두면 할 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 같다"면서 "내용보다 꼭 이기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