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평택까지인 60㎞ 길이…수려한 활자체에 오탈자도 없어 대장경 얻겠다는 일념으로 150년간 82회에 걸쳐 사신 보내온 일본
합천 해인사의 대장경판 일체경음의 앞면. 나무를 2~3년 동안 바닷물에 담갔다가 소금물에 삶고 그늘에서 말린 뒤 글자를 새겼다. 새긴 경판에는 옻칠을 하고 경판 끝에 나무 손잡이와 함께 네 모서리에 동판을 덧대 훼손과 뒤틀림을 방지했다. [사진 국가유산청]
팔만대장경에는 총 1514종에 6802권에 달하는 경, 율, 논 삼장이 들어 있다. 이러한 방대한 양의 경전을 목판으로 인쇄하려니 8만 개가 넘는 경판이 새겨지게 된 것이고, 그 어마어마한 양의 경판이 경남 합천의 해인사에 소중하게 보관되고 있는 것이다. 정식 명칭이 ‘해인사대장경판’ 또는 ‘고려대장경판’인 팔만대장경판을 설명하는 숫자는 과연 기록적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우뚝
또 하나 팔만대장경의 우수성과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은 팔만대장경의 보관 장소인 해인사 장경판전이다. 대장경판은 결이 일정한 산벚나무와 돌배나무를 주재료로, 2~3년 동안 바닷물에 담갔다가 소금물에 삶고 그늘에서 말린 뒤 글자를 새기는 오랜 제작 과정을 거쳤다. 새긴 경판에 옻칠을 세 번 해 습기와 벌레를 막고, 경판 끝에 두꺼운 나무 손잡이와 함께 네 모서리에 동판을 덧대 훼손과 뒤틀림을 방지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글자의 돋을새김이 800년 가까이 지나도록 선명하게 남아 있어 당장이라도 인쇄할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해인사 장경판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건물 앞의 창은 아래가 크고 위가 작으며, 건물 뒤쪽 창은 반대로 위가 크고 아래가 작다. 자연 통풍 효과의 극대화를 만드는 장치다. 지금까지 해인사에는 일곱 번의 큰불이 발생했으나 경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장경판전은 한 번도 해를 입은 적이 없다. [사진 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