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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블루스
이 홍사
하노이 구시가의 밤거리는 그야말로 외국인의 물결이다.
가이드북에 기술된 대로 정말이지 여행자의 거리인 모양이다.
절구는 그 거리를 구경삼아 둘러보며 천천히 걸어서 아침에 나온 호텔을 찾아 내려가고 있었다.
금발에 키가 후리후리한 서양인들, 어디에서 그렇게 쏟아져 나왔는지 서양인들이 발끝에 채일 정도였고 체구가 유난히 작은 베트남 사람들은 상인 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현지인들은 이 거리를 외국인에게 고스란히 넘기고 다 떠난 듯했다.
아침에 호텔에서 나가면서 보았던 조용한 거리는 밤이 되자 외국인으로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얼른 보면 베트남이 아니라 서양 어느 나라를 온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겨우 리어카가 한 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골목 안은 거의가 미니호텔이고 마사지가게이며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맥주홀이고 식당이었다. 다른 곳은 호객행위를 하는 곳이 없었는데 마사지가게만은 절구가 지나갈 때마다 얼마라고 영어로 외치고 있었다. 절구를 보고 외국인이라는 단박에 아는 눈치였다.
절구는 하롱베이에서 돌아온 버스가 내려준 곳에서 야시장 구경을 하면서 주소가 적힌 수첩을 펼쳐서 들고 천천히 걸어서 내려가고 있었다. 아침에 나온 호텔이 어느 골목에 붙었는지 아침에 나온 거리가 정말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구시가는 저녁시간에는 아예 차량통행이 금지되었는지 이차선도로 중앙은 꽃부터 시작해서 옷가게, 기념품가게 등 갖가지 난전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고 조명도 오색등을 밝혀 홍등가를 연상케 했다.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여행으로 각 숙소에서 한두 명씩 모아서 한 차를 만들었으니 가이드가 명단을 보고 그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내려준다고 절구를 내려준 곳이 아침에 탄 곳의 반대방향인 모양이었다. 가이드는 군데군데 차를 세워 이방인을 호명하며 몇 명을 내려주고 나서야 절구에게 눈짓을 하여 내려주며 도로를 건너서 찾아가라고 했다.
도로를 건넜는데, 이렇게 많은 난전과 이렇게 많은 이방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본다. 서울의 이태원에 가면 이 정도인가? 이태원?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지나가면서 골목 안을 기웃거려보지만 아침에 나온 호텔은 좀체 찾을 수가 없었다.
절구는 이럴 경우를 대비하여 나름대로 준비를 했었다. 가이드북을 보고 베트남어로 호텔 주소를 수첩에 큼직하게 적은 것이다. 아니, 적었다기보다는 그대로 따라 그렸다는 말이 맞겠다. 그 수첩을 여행하는 내내 손가방에 넣고 다니 본 것에 소감을 짤막하게 기록하고 있던 것이다.
요즘 가이드북은 참 편리하게 나왔다.
가이드북에는 여러 개의 호텔이 소개되어 있었고 밑에 호텔의 특이점과 가격을 명시해 놓아 선택의 폭은 넓었다. 여행준비를 하면서 그 중에 가격과 시설을 비교해보고 만만한 호텔을 골라 그 주소와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은 것이다. 수첩에 적힌 주소는 어젯밤에도 유용하게 썼다.
어젯밤, 늦은 시간에 생전 처음인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 내려서 환전을 하며 환전소에서 수첩을 펼쳐 보여주며 길을 물었더니 환전소 예쁜 아가씨가 친절하게도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고 흥정을 해주며 얼마라고 절구에게 일러주었다.
가이드북에 기재된 것보다는 조금 비쌌지만 가이드북을 출간될 당시와는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니 바가지를 썼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가이드북에 명시된 가격보다 약간 올랐다. 그 인플레이션은 미미한 금액이었고 그 정도는 예상을 했던 터라 기분 좋게 씻고 잘 수가 있었다.
절구는 어젯밤에 이 구시가에 도착했고 내일 오후에 미얀마 양곤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한다. 오늘 하루 순전히 하롱베이를 보려고 미얀마로 나가는 길에 이틀간 스톱오브를 한 것이다. 한 달을 기준으로 일 년에 반은 한국에 있고 반은 미얀마에서 생활하는 절구로서는 이때가 아니면 가기가 힘들겠다 싶어 항공티켓을 그렇게 끊은 것인데 베트남항공이라 미얀마로 바로 가는 직항보다 가격이 오히려 저렴해서 조금 놀랐다.
오늘 하롱베이 여행은 성공리에 끝이 났다.
이번 출장은 그렇게 일정을 잡았다고 하니 아내는 하롱베이를 여태 못 봤냐는 투로 자신은 하롱베이에 세 번이나 가보았다고 하며 한 번은 볼만하다하고 했다.
-세 번? 당신은 한번 가본 곳에 왜 그렇게 많이 갔어?
절구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 번은 계모임에서 가고 또 한 번은 산악회에서 가고, 또 한 번은 학교 동기들 모임에서 갔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거, 여편네가 바람 들었나? 나다니는 거, 참 되게 좋아하네? 가 본 곳이라 하고 좀 빠지면 안 되나?
-가면 어디 하롱베이만 보나요? 다 다른 곳을 둘러보며 하롱베이를 끼워 넣었을 뿐이지. 그리고 볼 때마다 다 달랐거든요. 그런데 혼자 가시나요?
-그럼 혼자 가지. 누구를 데려가노?
-찾아다닐 수가 있겠어요?
이 여편네가 사람을 바보로 아나? 요즘 인터넷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그리고 가이드북이 얼마나 상세하게 잘 나왔고 휴대폰에 번역기도 깔려있는데 별걱정을 다 한다고 생각했으나 아내는 영 못 미더워하는 눈치였다.
-말이 안 통해서 집을 찾아오지 못하는 인간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다 눈치로 움직이는 거지.
그렇게 장담을 하고 와서 보니 여행에는 어려움이 없는데, 왠지 꼴뚜기가 되었다는 느낌은 여태까지 지울 수가 없었다.
꼴뚜기?
정확한 표현이군!
지금 내려가고 있는 거리에도 괜히 말을 걸고 싶은, 늘씬한 미녀가 한 둘이 아니다. 자고로 여자는 늘씬하고 예뻐야 하는 모양이다. 꼴뚜기의 눈은 호텔을 찾는 것보다 지나가는 미녀들을 살피기에 바빴다.
호텔 이름은 스카이라인이었다.
가이드북에서 읽은 대로 호텔은 모두 여행사 에이전트를 겸하고 있었다. 스카이라인 호텔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밤 호텔에서 투어를 예약을 하며 VIP투어를 선택했더니 좀 작은 버스에 기사와 가이드를 포함해서 스물네 명이 탔었다. 가이드북에는 그게 편안하다고 기술되어 있어 선택했는데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고 편했다. 한국여행객들은 어디가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 혼자 다니는 법이 없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지만 같은 한국인이 같은 버스에 있었다면 그 사람들에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인데 잘된 셈이었다. 한국인들은 여행을 혼자 다니지 않는다. 아니, 혼자서는 못 다닌다. 관계 지향적인 성향이 유난히 강해서 그런지 누구를 끌어들어도 끌어들여서 팔짱을 끼고 다녀야 마음이 놓인다는 민족이다.
영어로 설명을 하는 가이드의 말을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들었지만 상관없었다. 하노이 구시가에서 하롱베이까지는 거의 세 시간이 걸렸다. 버스를 타고 하롱베이를 향해 얼마를 가다가 가이드의 제안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때보니 전부가 제각각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 아니 여행객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관광을 좋아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절구는 항상 관광과 여행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며 가급적이면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서양 사람들은 관광을 하지 않는다.
하여, 서양에는 패키지관광이라는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어의 소통에 지장이 없으니 자유롭게 혼자서 형편이 되는대로 다닌다.
최소한 여행을 가기 위해서 한국의 아줌마들처럼 계를 모으는 일은 없을 거다.
패키지가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중국뿐이란다. 패키지Package를 영어로 풀이하면 꾸러미나 소포라는 보통명사가 된다. 정말이지 꾸러미가 되어 끌려 다니는 게 패키지투어다. 절구도 패키지투어로 앙코르와트나 중국 장가계를 가보았지만 딱 취향에 맞지 않았다. 강제로 쇼핑센터에 끌려 다니며 물주노릇이나 당하고, 사지 않고 빈손으로 나오면 왠지 모르게 가이드의 눈치가 보이는 그런 관광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무튼, 버스에서 그렇게 각지에서 모인 이방인들이 자기소개를 하는데 보니 혼자이거나 고작해야 둘이서 온 여행객이 대부분이었다. 노르웨이,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 서방의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동양인은 타이완에서 왔다는 여대생과 절구뿐이었다.
각자 자기자리에서 일어나서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방식이고 인사는 자국어로 했는데 절구의 차례가 되자 코리아에서 왔다고 영어로 말하고는, 안녕하세요! 하며 크게 외쳤다. 다른 여행객들도, 안녕하세요. 따라 외치고 박수를 치는 걸로 소개는 끝이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를 두루 파악하니 절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아니라 비로소 꼴뚜기가 되었다는 기분이 들며, 절대로 어물전 망신은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강압감이 지그시 가슴을 눌렀다.
꼴뚜기?
꼴뚜기는 볼품없고 상품적으로 가치가 적은 물고기로 겨우 젓갈이나 담그는 물건이다. 못난 것이, 언제나 제가 속해 있는 집단의 명예에 먹물을 뿌린다는 뜻으로,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또 큰 사업에 실패하고 보잘것없는 장사를 시작하는 작자를 보고도, 어물전 털어먹고 꼴뚜기 장사한다는 속담을 쓴다. 갑자기 생각난 이 속담에 절구는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노후대비 인생 세팅을 잘못해서 미얀마 일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또 가슴이 저리다. 순풍에 돛을 달 날이 언제 오려나?
꼴뚜기를 떠올리니 절구는 자신이 느닷없이 꼴뚜기 신세가 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늘씬한 금발의 미녀들과 훤칠한 키의 서양 젊은 사내들과, 키가 작은 유색인종에, 아랫배가 적당히 나온 자신의 외모를 비교하니 꼴뚜기가 다름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꼴뚜기!
지금 생각해도 꼴뚜기라는 비유는 적절했다.
어물전 망신을 시키지 않으려면 가급적이면 말을 하지 말아야 했다. 한국관광객은 어디를 가나 말 때문에 문제가 발생을 한다. 언제부터 좀 살게 되어 해외여행을 다니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특히 동남아국가에 가서 현지인을 낮추어보고 무시하는 말투와 행동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어물전 망신을 시키지 않으려면 입을 닫아야지!
그 생각을 하며 절구는 묻는 말에 대답 이외에는 최대한 말을 자제하고 다녔는데도 친절한 서양의 미녀들 청으로 휴대폰을 바꾸어가며 하롱베이를 배경으로 여러 컷의 사진을 미녀들과 힘께 찍었다. 그 사진이 절구의 휴대폰에 들어있다. 그게 하롱베이의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자고로 여행이란 가슴이 떨릴 때 해야 하는 것이지, 다리가 떨릴 나이가 되면 말짱 헛것이라는 말을 무수히 들었다. 절구는 가슴이 떨릴 나이도, 다리가 떨릴 나이도 아니었는데 버스에 탄 일행 중에서는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다. 그렇게 이방인들과 일행이 되어 여행을 하기는 절구로서는 처음이었다. 그게 가슴이 설레는 일이었다. 아직은 가슴이 설레는 나이이군!
하노이 블루스!
현지상인에게 길을 물어 호텔을 찾아 내려가다가 절구가 불쑥 떠올린 말이다.
하노이 블루스?
대전 부루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절구는 갑자기 소리쳐 부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미쳤나? 절구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여간, 대전 부루스는 있는데 하노이 블루스는 있는지 모르겠다.
블루스Blues란 미국의 노예 해방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미국의 남부 흑인들이 창시한 음악장르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리듬이 간단한데 길거리의 악사들을 통해 블루스가 다른 지역으로 퍼졌단다. 독특하게 느린 블루스의 리듬은 백인들 사이에도 널리 퍼져 많은 댄스곡들이 나왔으며, 그런 음악과 댄스에도 블루스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단다.
한국의 가요 중에서도 대전 부루스. 영동 부루스, 하는 것은, 떠돌아다니는 집시를 노래한다, 뜻으로 풀이되며 특정지명 뒤에 수식어로 쓰인다. 우리에겐 블루스보다 부루스라는 말이 귀에 익숙하다. 그 까닭은 근대기에 블루스가, 발음이 시원찮은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한국으로 넘어오며 부루스로 둔갑을 한 것이다.
떠도는 집시의 노래?
그렇다면 지금 절구는 이 거리를 활보하는 자체만으로도 하노이 블루스를 부르는 게 틀림없는 일이 아닌가?
심심한데 저녁에 진짜 노래나 하나 만들어 봐? 하노이 블루스?
헌데, 아직 저녁을 먹지 않은 것이다. 우선 호텔을 찾아두고 가까운 데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호텔에 들어갈 생각인데 두 번을 물어 찾아오니 너무 내려온 모양이었다. 세 번째 길거리 난전의 상인에게 물었더니 수첩의 주소를 보고 다시 올라가라고 손짓을 했다.
절구는 비교적 지리에 대해서 눈썰미가 없는 편은 아닌데 도로 중앙에 난전이 펼쳐져서 골목 안 깊숙이 위치한 호텔을 지나쳤던 모양이다. 아니면, 수시로 눈에 띄는 금발의 미녀들에게 혼이 팔려서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 물어보고 절구는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금 가다가보니 있을 자리가 아닌데 씨클러가 한 대 있었다. 자전거를 개조해서 세 사람이 탈 수 있도록 삼륜으로 만든 시클러는 골목택시로서 베트남의 명물인데 하노이 큰 거리에서는 통행이 금지되었다고 가이드북에 기술되어 있었다. 지금은 오토바이에 밀려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물건이라고 했다. 생긴 형태는 다르지만 미얀마에서는 싸이카라고 불린다. 그것 또한 자전거를 개조해서 삼륜으로 만들어 세 명이 탈 수가 있고 역시 골목택시로 이용이 되고 있다. 베트남 시클러는 손님을 앞에 앉히는데 반해 미얀마의 싸이카는 손님을 뒤에 앉히는 구조로 된 물건이다.
절구는 걸어 다니며 찾는 것보다 시클러를 타면 간단하겠구나, 생각했다. 점차 사라지는 물건이라 했으니 이럴 때 못타보면 평생 시클러를 타볼 일은 없으리라. 시클러를 타면 저절로 호텔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고.
시클러에 앉은, 얼굴이 유난히 검은 아저씨에게 수첩을 보여주고 찾아갈 수 있느냐고 물으며 시클러에 올라타려고 했다. 요금이야 얼마 나오겠는가?
동작 그만!
절구는 시클러를 타려다가 멈칫했다.
수첩을 받아서 들여다보던 아저씨가 바로 옆에 있는 골목 안을 가리켰다.
얼레? 골목 안을 들여다보니 스카이라인 호텔의 노란간판이 보였다. 이런! 코앞에 두고 길을 묻고 있었던 셈이다. 골목 입구에 기념품을 파는 난전이 골목을 반이나 차지하고 있어서 들여다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쳤던 모양이다.
일단 호텔은 찾아두었고, 그럼, 여기서부터 방향을 익혀가며 만만한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어야할 일이다. 저녁을 때우고는 기념품을 살 일은 없지만 야시장거리를 건성으로 보며 내려왔는데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지?
내일은 오후 비행기이니까 늦게 일어나도 상관이 없다. 아침 식사는 호텔에서 제공한다. 가격이 싼 호텔이라고 아침식사에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늘 아침은 참 맛있게 먹었다. 여덟 시 쯤 여행사에서 호텔로 데리러 온다는 말에 일찍 일어나서 부산을 떨며 여행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었지만 내일은 좀 늦게 일어나도 무방하다.
오늘 저녁시간이 아니면 이 밤거리를 구경하기는 힘이 들 것이다. 하노이 블루스를 제대로 즐겨야 하는 것이다. 절구는 거리의 양쪽을 살피며 왔던 길을 천천히 걸어서 올라갔다.
누군가 베트남에 가면 쌀국수를 먹으라고 했다.
그런 소리는 여러 번 들었다. 국수에 돼지고기 삶은 것을 두세 조각 얹어서 주는데, 돼지고기와 국수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먹어보면 맛이 그만이라고 했다. 일단 베트남에 왔으니 저녁은 그걸 먹어야지.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다가 유난히 외국인이 많이 들어앉은 노천카페를 기웃거리며 다른 이들이 무얼 먹고 있는지 살폈다.
먹는 걸 보니 저게 바로 쌀국수다, 싶은 음식이 있었다.
절구는 그 노천카페로 들어섰다.
헌데, 자리가 없는 것이었다.
체구가 조그맣고 얼굴이 유난히 새까만 깍두기머리가 절구를 보고 손짓하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베트남에도 깍두기머리가 유행인가? 녀석은 식당 안을 둘러보더니 여자 손님 셋이 앉은 자리에 가서 뭐라고 양해를 구하더니 그 자리에 앉으라고 플라스틱 앉은뱅이의자를 빼주었다.
-어? 이거 횡재했군!
절구는 중얼거리며 여자가 셋이 앉은 자리에 합석으로 끼어 앉게 된 것이다.
금발의 젊은 미녀들이라! 국수가 맛이 더하겠는데?
실례한다는 인사를 던지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들이 먹는 걸 살폈다. 이미 쌀국수를 먹었고 입가심으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깍두기머리가 물 컵을 들고 다가와서 뭘 먹겠냐고 물었다.
절구는 미녀들이 먹고 비어있는 그릇을 가리켰다.
알았다고 하며 주섬주섬 테이블의 빈 그릇을 챙겨가고 미녀들을 바라보니 모두 파란 눈동자를 가진 이십대 후반이거나 삼십대 초반의 서양 처녀들이었다. 주문한 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미녀들은 절구에게 관심을 가졌다.
먼저 베트남 사람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서양인들 눈에는 동양 사람은 다 같이 보인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는 딱 보면 일본인과 한국인을 외모로 구별할 수가 있는데 서양 사람들은 그렇게 구별하지 못한다. 우리가 러시아사람과 독일인을 구별하지 못하듯이 구별하는 안목이 없는 게 당연하지.
미녀들 눈에도 베트남사람과 한국인을 구별하는 눈이 당연히 없으리라.
절구는 베트남 현지인이 아니고 한국에서 왔노라고 했다.
-오! 코리아, 싸웃스 코리아?
한 여자가 놀랍다는 투로 싸웃스 코리아라고 재차 물었다. 그렇다고 하며 한국 서울을 아느냐고 절구가 물었다. 물론 절구의 집은 서울이 아니다.
셋 중에 혼자 따로 절구와 나란히 앉은 여자가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다고 하며 서울과 인천, 부산을 들먹이며 한국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다고 했으며 반갑다고 악수를 청했다.
악수를 하고나니 어색함은 조금 풀리는 듯했다.
그녀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는 걸 보았는데 삼십 분 만에 결혼식이 끝이 나서 좀 이상하더라는 말을 좌중에 풀어놓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절구는 이상할 게 없노라고 했다. 하객을 모아 놓고 결혼식을 하는 데는 그 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하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절차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상견례를 하고 사성을 보내고. 예단이 오가고 함이 들어가고, 함을 받는 집에서는, 함을 병풍 앞에 놓고 절을 하고, 신혼여행을 갔다가 와서 신행을 보내는데 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두 달이 넘게 걸린다고 설명을 했는데 영어가 딸려 보디랭귀지를 동원해야 했다. 그런 절차를 마쳐야 한국 결혼식이 비로소 끝이 난다고 설명을 했다. 미녀들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절구는 함이 들어갈 때 오징어 가면을 쓰고 장난을 즐긴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징어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결혼식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나서 절구는 셋이서 친구가 되느냐고 물었다. 할 말이 궁해서 당연한 질문을 던졌는데 놀랍게도 아니란다. 오늘 처음 만났노라고 했다.
-그래?
절구가 그렇게 대수롭잖게 물었는데 그게 자기 소개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맞은편에 앉은 머리를 묶은 처녀는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하며 이름은 쥬리아나라고 했고 그 옆에 앉은, 키가 조금 작은 미녀는 스위스에서 왔으며 이름은 소피아로렌이라며 자신을 밝혔고 절구의 옆에 앉은,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다는, 조금 통통한 미녀는 독일에서 왔는데 사비나라고 했다. 그 말을 하며 서로들 만나서 반갑다고 했다. 유럽의 인접국가에서 온 처녀들이었다. 항상 독일 사람을 만나면 조금 헷갈린다. 도이칠란트라고 소개하는 사람도 있고 저머니라고 지칭하는 독일인도 있기 때문이다.
-오! 세계가 다 모였군!
절구가 놀랍다는 투로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스위스에서 왔다는 소피아로렌은 자기가 있는 곳이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말을 하며 오늘밤에는 이 하노이가 세계의 중심이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나 배웠다.
세계중심이 바로 여기다. 내가 있는 곳이 항상 세계의 중심이 된다.
절구는 그 말에 공감을 하며 박수를 쳤다. 다른 처녀들도 따라서 박수를 쳤다. 절구는 만나서 정말 반갑다고 재차 말을 하니 독일에서 왔다는 사비나가 절구를 보고 한국사람 중에서 잘 생겼다고 했다.
그 말을 왜 이제야 해?
절구는 자신의 이름이 꼴뚜기라고 장난을 했다. 마이 네임이즈 꼴뚜기.
미스터 콜투기?
셋은 이구동성으로 그 말을 따라했다. 꼴뚜기가 무슨 뜻인지 알 리가 없는 미녀들이 정말 이름이 꼴뚜기로 생각하는 반면, 절구는 꼴뚜기에서 벗어나 당당한 세계인으로 거듭나는 기분이 들며 어색했던 시간과 불편했던 자리가 친근감에 희석되고 있었다. 이 노천카페에서 정말 세계는 하나가 되는 모양이다. 절구는 미녀들에게 하롱베이는 보고 왔느냐고 물었다. 사비나와 쥬리아나는 오늘 보고 왔고, 소피아로렌은 내일 갈 예정인데 그 정보를 교환하고 있던 중이라고 했다.
스위스에서 왔다는 소피아로렌은 참 매력적인 눈과 매혹적인 입술을 지니고 있는 아가씨였다. 셋 중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모나리자의 얼굴을 연상케 한다는 그 말을 하고 싶은데 차밍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지 뷰티풀이라는 단어를 채택해야할지 좀 헷갈려서 소피아로렌을 가리키며 초오레! 라는 단어를 썼다. 미녀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의아해 했다.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다는 사비나가 한국말이냐고 물었다. 절구는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했다.
미얀마의 말인데, 차밍과 섹시, 그리고 뷰티풀이 합쳐진 미얀마의 말이라고 하니 모두가 웃었다. 그 말을 하니 비로소 사비나가 안다는 투로, 안녕하세요? 하며 어눌한 발음으로 절구에게 한국어로 다시 인사를 했다. 절구는 사비나에게 한국에 얼마를 머물렀느냐고 물었더니 한 달 가량 여행을 했으며, 한국은 참 아름다운 나라라고 해서 절구의 기분을 돋우어 주었다. 사비나가 한국에 갔을 적에는 가을이었는데, 설악산을 다녀왔다면서 단풍이 정말 아름다웠다고 거듭 자랑을 했다.
그렇게 분위기 무르익고 있을 때 절구가 주문한 국수를 깍두기머리가 들고 왔다.
소피아로렌은 참 맛있는 음식이라며 많이 먹으라고 했다. 쌀국수에 돼지고기 서너 점을 얹었고 무슨 나물이 생으로 들어 있었다. 미녀들이 있어서 더욱 맛이 있을 거라고 하고는 절구가 젓가락을 들고 먹으려니 사비나가, 잠시만! 외치고는 접시에 담긴 레몬 조각을 들고 손가락으로 즙을 짜서 국수에 뿌려주었다. 먹어본 처녀들이라 먹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오! 베리 카인더! 땡큐!
소피아로렌이 차밍과 섹시, 그리고 뷰티풀이 합성된 좀 전에 말했던 그 미얀마 말이 무어냐고 절구에게 물었다. 그 사이에 잊은 모양이다.
초오레!
절구가 대답을 하자 소피아로렌은 배낭에서 수첩을 꺼내 그 말을 적었다. 그리고는 한국인이 미얀마 말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절구는 국수를 먹으며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비나가 코리아 삼성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세계적인 기업이니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다. 삼성에 관련된 사업이냐고 구체적으로 물었다.
한국에는 어디 삼성 밖에 없나? 그게 아니고, 미얀마에서 하우징 컨스트락션, 주택 건설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큰 사업이라고 하면서 사비나는 미얀마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절구는 지금 외국 여행객들이 미얀마에 엄청 몰려들고 있다면서 미얀마로 출장을 나가는 길에 하노이에 스톱오브를 했다고 했으며 아무래도 미인들을 만나라는 신의 가호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해서 또 한바탕 웃었다.
사비나는 손가방을 뒤져 휴대폰을 꺼내 한국의 삼성 제품이라고 자랑했다. 절구가 받아서 보니 삼성로고가 찍힌 국산 휴대폰이었다. 절구는 엄지를 세워 앞을 쭉 내밀었다. 입에 국수가 가득 들어 있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수를 다 먹자 맞은편에 앉은,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쥬리아나는 같이 맥주를 마시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렇다면 단순한 합석이 아니라 일행이 되는 셈이다.
이야! 이거 확실히 하노니 블루스를 만들겠는 걸?
좋다고 했다. 끼워줘서 고맙다고 했다. 절구는 진정 감사한 마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쥬리아나의 요청으로 금세 캔으로 된 맥주가 배달되었다. 베트남 맥주였는데 조금 짠 맛이 입에 감돌았다. 한 모금 맛을 보고나서 절구의 제의로 넷은 캔으로 된 깡통을 들고 건배를 했다.
취얼스!
하노이의 밤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절구가 마신 맥주가 세 개가 될 때까지 떠들었다. 미녀들도 맥주를 두 개씩 마신 다음이었다.
그 동안 처녀들은 한국에 대해서 많은 것을 물었고 절구는 한국의 싸구려 패키지투어까지 얘기해야만 했다.
절구는 스위스에서 왔다는 소피아로렌에게 스위스 인사말이 원음으로 무엇이냐고 물었다. 갑자기 그게 궁금했다. 꼭 궁금했던 게 아니라 뭔가 관계를 만들어 자꾸 말을 시켜야 이 달콤한 자리가 오래 가는 것이다. 그 말에는 소피아로렌을 제치고 독일에서 왔다는 사비나가 대답했다. 스위스 언어는 따로 없고 거의가 독일어를 사용하는데 인사말은 쿠텐 탁Guten Tag이라고 한다고 했다.
쿠텐 탁!
그 말을 외치며 절구는 차고 있는 시계가 스위스 제품이라며 풀어서 소피아로렌에게 보여주었다. 비싼 건 아니지만 스위스 제품이었다. 소피아로렌은 받아서 보더니 스위스 시계는 세계시장으로 수출이 많이 된다고 하며 지금은 시계를 만드는 회사가 워낙 많이 생겨서 그 메이커를 다 알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절구는 스위스 시계의 원조가 로렉스가 아니냐고 물었다. 소피아로렌은 고개를 갸웃하며 잘 모르겠다면서 스위스엔 시계 박물관이 있으니 여행을 하게 되면 그곳을 한 번 가보라고 했다. 스위스는 내륙국가로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강대국 사이에 끼인 작은 나라라 여행을 하려면 유럽을 묶어서 여행을 하며 한 번 들러보는 정도지, 꼭 집어서 스위스만은 여행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독일의 사비나에 비해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쥬리아나는 좀 과묵한 편이었다. 남의 말을 듣는 입장이었다.
그 다음 주제는 여행에 관한 정보였다.
먼저 호텔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소피아로렌은 아직까지 호텔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낭에서 오늘 버스를 타고 올라왔는데 열한 시간이 걸렸다고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소피아로렌의 뒤에는 분홍색 여행용 캐리어가 있었다. 사비나는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이 시설은 괜찮은데 좀 비싸다고 했으며 가격을 말했는데 좀 비싼 정도가 아니라 절구가 묵고 있는 호텔의 곱절이 넘었다. 그 다음은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쥬리아나가 호텔의 숙박비를 제시했는데 그것 또한 조금 비싼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절구는 가이드북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절구는 소피아로렌에게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가자고 하며 호텔 하루 숙박비를 일려주고 시설도 괜찮고 무엇보다 아침식사가 정갈하게 나온다고 했다. 사비나도 듣고 있더니 그게 좋겠다고 했다.
소피아로렌은 미스터 콜투기가 묵고 있는 호텔이 어디냐고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멀지 않고 부근에 있는 미니호텔이라고 했다. 헌데, 가만히 생각하니 빈방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 부분에는 장담할 수가 없는 문제다.
그 얘기를 했더니 소피아로렌이 마음이 바빠진 모양이었다.
일단 가서 확인을 해보고 방이 없으면 쥬리아나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가겠다고 했다. 절구는 조금 실망이었다. 술자리가 끝나면 미녀 셋을 이끌고 야시장을 구경하려고 했던 계산이 빗나간 것이었다.
넷은 일어났다.
절구가 계산을 하려고, 투나이! 잇츠 마이 트릿! 이라고 얘기를 했더니 사비나가 깜짝 놀라며 두 손을 흔들며 극구 만류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 뭐가 안 되는데?
사비나는 각자 먹은 것을 각자가 내는 더치페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어디를 가든 여행객을 만나면 모였다가 정보를 교환하고 각자 먹은 것을 계산하고 헤어진다는 것이 세계적인 룰이라고 했다. 절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계산법이다.
그게 세계의 법이라면 따라야 하는 것이다. 헌데, 식당의 깍두기머리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각자에게 돌아가며 계산을 하고는 얼마씩을 받았다. 절구도 먹은 국수와 맥주 값을 미화로 계산했지만 뭔가 좀 이상하고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미녀들 셋을 거느리고 절구는 노천카페를 나와서 조금 내려가다가 골목으로 들어섰다. 소피아로렌의 여행용 캐리어는 절구의 손에 이끌려 따라오고 있었다.
사비나는 빈방이 있는지 확인하고 돌아가겠다며 호텔의 작은 로비로 다 따라 들어왔다. 카운트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빈방이 있었다.
그걸 확인하고 사비나와 쥬리아나는 좋은 여행이 되라면서 절구와 소피아로렌에게 돌아가며 악수를 하고 로비를 빠져 나갔다.
헤어지기 안타까운 미녀들인데.......
절구는 입맛을 다셨지만 그래도 헤어져야만 했다.
소피아로렌은 숙박비를 계산하며 흡족한 얼굴이었다.
소피아로렌의 방은 절구와 같은 칠층이었다. 칠층이 꼭대기 층인데 호텔 종업원이 캐리어를 끌고 좁은 승강기를 셋이서 탔다. 할 말이 궁했던지 소피아로렌은 절구를 보고 잘 생겼다고 했고 절구는 고맙다고 했다. 올라가서 확인을 하니 절구의 방 맞은편에 있는 방이었다. 종업원이 방문을 열어주고 마음에 드느냐고 물었고 소피아로렌이 방을 둘러보았다. 절구가 보니 절구의 방과 같은 구조였다. 어떠냐고 물었더니 소피아로렌은 마음에 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절구는 자신의 방이 바로 앞이라며 자신의 방을 가리켰다. 소피아로렌은 방이 가까워서 다행이라고 했다. 종업원은 승강기를 타고 내려갔고 소피아로렌은 절구를 돌아보며 일단 먼저 씻고 맥주를 같이 한잔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자기가 사겠다는 것이었다.
아! 이 짜릿하고 매혹적인 목소리!
누가 사든지 그것이 문제인가? 서양의 미녀와 둘이서 맥주를 마신다?
절구는 대담을 하지 않고 한쪽 손바닥을 펼쳐서 들었다. 소피아로렌이 손바닥을 펴서 살짝 부딪히는 걸로 약속했다. 절구는 방문을 닫아주고 돌아섰다. 오늘밤은 확실히 하노이 블루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서로 잡히며 가슴이 떨렸다.
하노이 블루스? 아직은 가슴이 떨리는 나이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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