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빵 전문 오빵구이
권영오
신촌리 오빵구이집은 오늘도 오름을 찐다
얼떨결에 날아간 모가지 같은 쑥빵
젯상에 올리는 것도 다 그런 까닭이다
갓 쪄낸 오름을 좌우로 갈라 보면
50년도 더 지난 붉은 피 고여 있다
여전히 펄펄 끓는 피 꾸역꾸역 흘러나온다
에미 애비 없어도 밥 굶지 말라고,
쑥물 든 능선마다 목숨을 던지며
결단코 핏물 젖은 빵 잊지 말라는 것이다
<감상>
시인은 제주 출신은 아니다. 그러나 근간에 오랫동안 제주에 머물고 있다. 이 작품은 체험에서 절로 우러나온 것이다. ‘얼떨결에 날아간 모가지 같은 쑥빵’이라는 대목에서 섬뜩함을 느낀다. ‘4․3’을 나름대로 소화하여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고, 매서운 필치를 보인다. 또한 이미지가 명징하다. ‘젯상에 올리는 것도 다 그런 까닭이다’라는 첫 수 종장이 그것을 잘 뒷받침해준다. 둘째 수는 제주 ‘4․3’을 보다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즉 ‘갓 쪄낸 오름을 좌우로 갈라 보면/50년도 더 지난 붉은 피 고여 있다/여전히 펄펄 끓는 피 꾸역꾸역 흘러나온다’라고 읽고 있는 데서 시인의 비범한 예지를 엿보게 된다. 예사로운 눈길이 아니다. 셋째 수 ‘에미 애비 없어도 밥 굶지 말라고,/쑥물 든 능선마다 목숨을 던지며/결단코 핏물 젖은 빵 잊지 말라는 것이다’가 전하는 메시지도 강열하다. 제주 바깥의 시인이 ‘4․3’에 대해 이렇듯 구체성을 확보하면서 밀도 높게 노래하고 있는 것은 드믄 일이다. 객관성 유지의 정도로 볼 때 타 지역 시인에게는 ‘선험적 거리두기’가 있기 때문에 더 냉철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치열함은 못 미칠 수 있다. 그러나「쑥빵 전문 오빵구이」는 그것을 잘 극복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남다른 감성과 시각을 지닌 시인에 의해서 우리 앞에 재현되고 있는 뼈아픈 역사! 우 리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이 문제에 답해야 한다. ‘5 ·18 광주 항쟁’을 주제로 근간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화려한 휴가』가 그것을 극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과거 역사에 대한 철저한 자성은 미래를 견인해나가는 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볼 때 권영오 시인의「쑥빵 전문 오빵구이」는 특별히 기억되어야 할 개성적인 시편이다.